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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랐는데 월급 차이 없어'... 이런 일이 생긴 이유

노동자 건강권으로 본 최저임금 ③ 경비노동자, 이주노동자, 소상공인 인터뷰

등록 2022.08.11 09:35수정 2022.08.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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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활이 가능하게 하도록 최소한도로, 그보다 낮게 지급할 수 없게 한 임금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받을 수 있는 사실상의 '최고' 임금이 되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번 글에서는 경비노동자, 이주노동자처럼 최저임금이 생계를 결정하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이주노동자를 상담하는 부산 외국인 주민지원센터 상담팀장을 인터뷰하였다. 또, 노동자를 고용해 사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경기 지역 경비노동자 이헌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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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경비노동자 이헌동님 ⓒ 이헌동

   
경비노동자들은 휴게시간이 계약에 명시되어 있어도 해당 시간에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2023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경비노동자들에게는 감액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 현재 어떤 업무를 주로 하시나요?

"경비반장으로 일하고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고 있습니다. 평소 방범 및 안전 점검, 음식물 및 재활용 분리수거, 주차관리, 입주민 민원 응대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경비 고유업무보다 다른 업무 비중이 높으면 안 된다는 가이드가 있지만,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 및 재활용 분리수거 작업의 업무강도가 가장 높습니다. 미화노동자 퇴근 후 시간대나 휴무일에는 저희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관리해야 하고 재활용 분리수거 날에는 거의 종일 일하는 단지도 많습니다."

- 대부분 경비노동자는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주로 하는데 임금은 보통 어느 정도 받고 계십니까?

"단지마다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야간근무수당이 붙는다고 해서 임금이 높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고, 세금 공제하고 손에 쥐는 금액이 220만 원 정도 됩니다."

- 최저임금 인상 비율에 따라 임금도 인상되고 있는지요?


"24시간 근무 중 무임금인 휴게시간이 9시간입니다. 예전에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휴게시간을 늘려서 실제 임금인상을 하지 않았는데, 휴게시간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 후부터 최저임금 인상액만큼 임금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야간 휴게시간이 6시간, 낮 휴게시간이 3시간입니다. 그만큼 휴게가 필요하다기보다는 임금 때문에 늘어난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 아파트도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는 곳은 거의 비슷한 형편입니다."

- 최근 2023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4시간 격일제 근무하는 저희가 야간에 근무지에서 잠을 자도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고 보기 어렵죠. 화재나 눈 등 비상 시에는 나와봐야 하는 거고, 그 자체가 대기 상태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임금 부담 때문에 휴게시간을 늘릴 수 있는 만큼 늘려 놓았잖아요. 그동안 실질적으로 임금이 하락한 거죠. 그래서 최저임금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임금이 하락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최소한 어느 정도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5%는 최소한의 인상폭이라고 생각합니다(2023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2022년 대비 5.0% 인상했다). 물가가 치솟고 있는데 5%도 안 오르면 쪼개고 또 쪼개 써도 실질적으로 생활이 안 되죠.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다 보니 밤에 근무지에서 자다 보면 몸이 안 좋다고 느끼는 일도 있습니다.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않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져서 경비노동자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같이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부산 외국인 주민지원센터 박정연 상담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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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외국인 주민지원센터 박정연 상담팀장 ⓒ 박정연

 
이주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법안이 정치권에서 발의됐던 적이 있다. 고용노동부 지침 역시 열악한 임시주거시설이라 해도 사업주가 제공하면 숙식비 공제를 할 수 있어서, 이주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최저임금 미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들이 법을 위반하고 계약한 임금보다 낮게 주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은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 이주노동자들이 겪은 사업주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소개해주시겠어요?

"OO공장에서 2020년부터 2022년 초까지 18개월 정도 일한 노동자와 상담했습니다. 월급을 180만 원으로 정했고 근무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였어요. 그런데 저녁 6시 반 이후에도 계속 초과 근무를 했는데 임금 계산은 저녁 8시부터 연장 근무한 걸로 했더라고요. 거의 매일 한두 시간 정도는 무급으로 일한 거죠. 이분은 한 달 평균 270~300시간 근무를 했는데, 계산해보니 최저임금 이하로, 한 시간에 7천 원 정도로 지급된 것을 확인했어요. 금액 차이는 한 달에 70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였습니다.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OO회사에서 노동자 세 명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근무했는데, 한 사람당 미지급 임금 차액이 1500만 원이에요. 매달 기본급은 통장으로 입금됐는데 초과근로 수당은 현금으로 지급됐어요. 노동자들이 언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근무했다는 걸 다 적어둬서 뒤늦게 전체 임금 계산을 다시 했죠. 그랬더니 결국 일당 5만 원 수준으로 받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최저임금 미만이 된 거죠."

-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2018년도에 최저임금이 16.4% 올랐잖아요. 이주노동자들이 그때 엄청 좋아했어요. 그런데 막상 일하다 보니 2017년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어요. 2017년도에는 사업주가 식비도 주고, 기숙사 밖에 나가 살면 또 얼마 주고, 보너스도 주고 했거든요. 그런데 2018년에 시급이 확 오르니까 그렇게 제공하던 모든 걸 싹 다 없앤 거예요. 그러면 월급이 올라도 차이가 없죠. 그래서 노동자들이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그전에는 10분씩 빵 먹는 쉬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임금이 올라가니까 쉬는 시간도 하루 10분 씩 세 번 쉬면 30분 계산해서 그것까지 임금을 깎는 일도 있었어요.

최근에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월급이 안 올라도 춥고 올라도 춥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또 본국에 송금해야 하니까 환율 얘기도 많이 나와요. 지금 한화 가치가 많이 낮아졌잖아요. 몇 년 전에는 한국 돈 100만 원이면 베트남 돈 2천만 동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100만 원이면 베트남 돈 1700만 동 정도밖에 안 돼요. 차이가 거의 300만 동 가까이 되니까 한화로 15만 원 정도 차이 난다고 보시면 돼요. 요즘 한국에서 물가는 올랐는데 원화 가치는 떨어져서 많이 힘들죠."

-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계속 반대하는데, 그런 목소리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업주를 이해하는 노동자들도 있긴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지금 사업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얘기하기도 해요. 하지만, 사업주들이 빨리빨리 하라면서, 화장실 가는 시간도 부족하도록 강도 높게 일을 많이 시키는 경우도 많지요. 그러면 임금이 적고 일하는 시간도 많이 늘어나고 힘들다고, 월급을 올려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울 지역 소상공인 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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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최저임금은 무조건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pixabay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마치 열악한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갈등인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성되는 갈등 구도의 문제는 높은 임대료, 대기업의 상권 침해, 불안정한 고용구조 등 더 큰 문제를 가리고 공격하기 쉬운 상대만 공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에게 어려움은 무엇인지,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생각은 어떤지,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님에게 들어보았다.

- 직원이 몇 명이고, 어떤 일을 하나요?

"모두 아르바이트생으로 1명은 주방에서 조리와 주방 청결을 주로 맡고 4명은 음료 제조, 서빙, 손님 응대, 매장 내 청결 유지를 주로 맡아 합니다."

- 임금 수준은 어떻게 되나요?

"영업은 18~24시, 근무 시간은 17시 반~최대 23시 반이지만 손님 없으면 일찍 퇴근해요. 한 분이 주 4~5일, 나머지는 주 2~4일 돌아가며 일해요. 시급은 세 분이 9500원, 두 분이 만 원입니다."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조건 인상해야 한다 생각해요. 대부분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자체도 낮지만, 그것조차 없으면 더 보장되지 않을 거고. 당연히 오르는 게 맞다 생각해요. 물론 임금이 오르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어려워지죠. 그런데 재료비나 임대료 같은 다른 비용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소상공인이 건드릴 수 있는 부분 중 임금이 가장 쉬운 거 같아요. 임대료는 건물주한테 깎아달라 말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거기서 최저임금 허들이 낮아지면 안 되는 거죠.

최저임금 올리는 것 때문에 사업이 안 된다면 안 하는 게 맞고, 사업 구상을 잘못한 거죠. 제가 겪어봤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자영업자를 둘러싼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같이 고민해야 해요. 누구나 준비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어요. 저도 회사 다니면서 투잡으로 시작했는데, '옛날부터 해보고 싶었어'라는 마음보다 회사의 어려움이나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들 때문이었거든요. 그런 상황들과 같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 사업장 운영에서 딜레마 혹은 자조가 있나요?

"직원들이 일한 만큼 가져갈 수 있는 조건이 안 돼요. 또 여기서 길게 일하는 것도 보장이 안 되고요. 방학이 되니 일할 수 있는 시간만큼 최대한 하려 하고, 그렇게 근무 시간을 늘리다 보니 전보다 부담이 되긴 해요.

주변 가게 사장들은 '주휴수당 나가니까 몇 시간씩 이렇게 딱 쪼개 쓰는 게 제일 좋아'라고 얘기해요. 주휴수당 때문에 근무 시간을 늘리기를 원하는 직원들이 있고, 저도 최대한 시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 직원의 적정 임금은 얼마라고 생각하나요?

"적정 수준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도 일하면서 물가가 많이 오른다는 걸 느끼니까, 그 수준에 비하면 진짜 퍽퍽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걸로 생활이 안 돼요. 적정 수준은 모르겠으나 지금 정도로는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할 겁니다."

노동자는 누구나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이 확보되어야 생계를 꾸리고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저선 보장 요구를 넘어, 우리에게 필요하고 원하는, 우리가 보장받고 싶은 적절한 생활 수준을 토론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을 주장하자. '일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그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작성했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8월호에도 실립니다.
#최저임금 #경비_노동자 #이주_노동자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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