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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고 답답해... 저도 용산 대통령실까지 걸어갔습니다

SPC 파리바게뜨 사태 해결 촉구 오체투지 행진... 폭염에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등록 2022.08.06 19:26수정 2022.08.0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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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3일) 밤, 잠을 청하기 전 한 기사를 보고 눈물이 나와 혼났다. 우연히 같은 병원에 입원하게 된 두 노동자가 서로 투쟁기금을 건넸다는 기사였다.

두 노동자는 최근 한 달간 1제곱미터짜리 철제구조물에 갇혀있던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23일간 단식 농성을 벌인 나은경 파리바게뜨 노조 서울분회장이다.(관련기사: 대우조선 유최안이 건넨 오만 원권... 파바 노동자 울린 그 돈)

기사를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시민들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에게 적으나마 생활에 보탬이 되라고 3억 원 가까이 기금을 모으고, 안 그래도 힘들 동병상련의 노동자들은 서로에게 투쟁기금을 건넸다. 고생하는 이들은 서로 콩 한 쪽이라도 나눠 먹고 십시일반하고 있는데 왜 정부여당은 그저 정쟁이나 일삼고 법과 원칙만 운운하는지 답답했다.

답답한 건 정부여당뿐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도 노동자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때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식품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페이스북에서 힐끗 본 시위 홍보가 떠올랐다. 찾아보니 당장 다음 날(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SPC 파리바게뜨 사태 해결과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이 예정돼 있었다.

바로 대전에서 서울로 가는 표를 끊었다.
  
'32일차 단식'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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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4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SPC파리바게뜨 사태 해결과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오체투지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성우

 
이날 오전 10시가 넘어 서울역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관계자로 보이는 분께 오체투지에 참여하려는 시민이라고 말씀을 건네니 "예상보다 시민 참가자분들이 많아 준비한 옷이 부족하다"며 "오체투지에는 참여가 힘들어도 함께 옆에서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10시 30분이 되자 오체투지를 제안한 권영국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상임대표가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권 상임대표는 "사실은 제가 굉장히 강수를 둔 거다. 그런데 이 무더운 여름날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갑자기 30명이 넘는 시민분들이 함께한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고 했다.

그는 "단식이 한 달을 넘긴 채 다시 장기화되고 있으나 SPC 자본은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을 거부하고 전사적으로 자행됐던 노조파괴와 부당행위에 대해 그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언론플레이만을 하면서 소나기가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SPC 자본의 부도덕한 반사회적 경영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 있는 신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 이 무더운 여름날 오체투지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단식 32일 차였던 최유경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수석부지회장은 "5명의 집단 단식이 시작한 이후로 4명의 간부들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단식을 중단해야 했다. 지금 홀로 단식투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고 있어서 힘들지 않게 버티고 있다"며 눈물을 훔쳤다. 임종린 지회장에 이어 최 부지회장과 몇몇 노동자들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사과와 사회적 합의 이행, 실 권리 보장 등을 내걸고 단식을 벌이는 중이다.

최 부지회장은 "회사는 언론플레이를 하며 저희와 대화하는 척 하지만 마지못해 끌려나와서 대화하는 척을 할 뿐 진솔하게 대화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늘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오체투지를 한다는 얘길 들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회사만 반성을 하고 인정을 하면 될 것인데 그 인정과 반성조차 하지 않아 많은 분들이 저희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지치지 않고 회사가 반성할 때까지 이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도에서 온 교사까지... SPC 노동자와 연대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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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참가자들은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아스팔트에 몸을 부대끼며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나갔다. ⓒ 박성우

 
기자회견 이후 오전 11시 즈음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약 20여 명이 2열로 북 소리에 맞춰 오체투지를 하고 약 30여 명이 옆이나 뒤에서 피켓을 들고 함께 걸어갔다. 걷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참가자들은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아스팔트에 몸을 부대끼며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나갔다. 뒤에서 걸어가며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저 존경만 나왔다.

행진 중간에 참여한 시민도 있었다. 김기영씨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소식을 듣고 원래는 10시 30분에 맞춰 참가하려고 했다. 그런데 일 때문에 그러지 못해 중간에 참여하게 됐다"며 "SPC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꼭 참여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서 온 교사 남정아씨도 오체투지에 참여했다. 남씨는 "저처럼 학교에서 학생들과 서로 배우면서 살아가는 교사들이 '대기업에서 어떤 식으로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었다고 탄압하는지' 얘기를 나누겠다고 협박하러 왔다"고 말했다.

오전 11시에 출발한 행렬은 오후 두 시가 다 돼서야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의 흰색 옷은 지저분해졌고 열기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목장갑은 구멍이 송송 나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결국 용산 대통령실까지 무사히 도달했다.

"맛집 탐방 열심히 하는 윤 대통령, 단식 노동자 기억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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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발언하는 임종린 지회장.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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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대통령 집무실 관계자에게 '정부의 감독 및 시정조치 요청 진정서'를 전달했다. 취재진이 해당 관계자에게 성함과 직함을 말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관계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 박성우

 
오체투지에 함께한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께 요청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법과 원칙을 왜 SPC그룹에는 적용하지 않는가"라며 "SPC그룹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노동법을 제대로 준수하도록 강력하게 제재만 해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임종린 지회장도 "윤 대통령은 여기 32일차, 33일차 굶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란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법과 원칙 그대로 있는 그대로만 수사해주길 바라는 것이다"라며 강조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대통령 집무실 관계자에게 파리바게뜨 사태 관련 '정부의 감독 및 시정조치 요청 진정서'를 전달했다. 취재진이 해당 관계자에게 성함과 직함을 말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관계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행진을 마친 권 상임대표는 "이 폭염에 시민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에 정말 감동했다"며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SPC의 표리부동을 향한 분노가 시민들에게도 공감을 산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에 옷은 땀으로 절여있고 얼굴은 벌겋게 익은 권 상임대표였지만 기자에게 답을 할 때만큼은 아무 힘듦도 못 느꼈다는 듯 세상 누구보다 환하게 웃어 보였다.

권 상임대표를 비롯한 오체투지 행진 참가자들의 웃음, 이제는 정부가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보장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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