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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표절' 박순애는 '중징계', '타인표절' 김건희는 면죄부..."비상식적"

[분석] 학계에선 타인 표절 더 엄한 징계... "국민대 판단, 자체 규정과도 배치"

등록 2022.08.03 18:23수정 2022.08.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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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7월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진수줄을 자르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을 사실상 인정하고도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국민대의 결정이,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학회 중징계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장관은 타인 논문 표절보다 보통 경미한 처분을 받는 자기 논문 표절인데도 학회에서 두 번씩이나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순애는 중징계, 김건희는 면죄부

최근 국민대가 내놓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관련 재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대는 김 여사가 2007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에 대해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 또는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타인의 특허 문서 내용을 그대로 논문에 실은 사실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국민대는 "위원회 규정 제11조 '표절'에 해당하거나, 학문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을 내렸다. 특허 도용 의혹과 관련해서 국민대는 "특허권자가 특허 관련 내용으로 학위논문 작성에 동의하였다는 사실 확인서를 제출한 점" 등을 감안해 정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특허권자의 사실 확인서를 뒤늦게 받기만 하면 남의 특허를 도용해도 정당하다'는 입장이라 더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국민대의 판단은 스스로 만든 연구윤리위 규정과도 배치된다.

국민대 관련 규정 제11조에 따르면 "표절은 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또는 창작물을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활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대 조사위는 김 여사의 논문에 '타인의 연구내용 또는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연구부정은 아니라는 모순적 태도를 취했다.   


지난해 7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 박사 논문에 대해 "2007년 김씨의 국민대 박사 논문은 H사의 2006년 사업계획서를 그대로 베낀 것이고, 해당 사업계획서 내용은 앞서 같은 해 홍모씨가 특허를 낸 운세 콘텐츠"라면서 "당시 H사 이사이던 김씨가 이 회사 대표인 홍씨의 특허를 도용했고, 정부 보조금까지 타내 작성한 내용을 베껴 학위까지 취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김 의원은 "설령 홍씨가 자신의 특허를 써도 된다고 했다고 하더라도 김씨가 박사 논문에 쓴 것은 불법 소지가 있다. 저작권법이나 특허법 위반, 혹은 기망 행위로 인한 사기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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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기자들에게 돌린 국민대의 보도자료. ⓒ 국민대


국민대는 김 여사가 쓴 다른 3편의 2007년 학술지 게재 논문에 대해서도 사실상 표절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해당 논문의 작성 당시에는 연구윤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두 편에 대해서는 '연구부정에 해당되지 않음', 한 편에 대해서는 '검증 불가능'이라고 판단했다(관련기사 [단독] 국민대 '김건희 논문 표절 봐주기'... 학계, 국민검증 돌입 http://omn.kr/203x6).

하지만 '연구윤리 가늠 시스템이 없었다'는 주장 또한 사실과 차이가 있다. 2007년 당시 국민대 연구윤리위 규정을 살펴본 결과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 내용·결과 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인용 없이 도용하는 행위는 표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박순애 장관의 경우엔 김 여사의 논문보다 앞선 시점인 1999년과 2002년에 각각 출판한 논문이 나란히 자기표절로 드러나 중징계를 받았다.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치학회는 박 장관에게 2011년과 2012년 '2~3년 논문 게재 금지'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박순애 중징계 건을 봐도 국민대 판단은 반 상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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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학연령 하향 관련 논란이 일자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없는세상, 전국학부모단체현합 등 학부모 단체를 초청해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2012년 한국정치학회는 회보 제46집 '논문게재 취소 공지'에서 "학회 편집위는 한국정치학회보 제36집(2002년)에 실린 박순애 교수의 논문, '환경정책에 대한 주민의 지지와 환경 친화적 행위의 결정 요인'에 대해 검토한 결과, '투고 논문은 미 출판된 독창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논문게재 취소를 결정하고 저자에게 이 공지 이후 3년 동안 논문게재 신청 금지의 징계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박순애, 꼼수 서면답변 "중복게재로 처분 없었음"... '거짓말' 논란 http://omn.kr/200ac).

박 장관의 경우 이번에 문제가 된 김 여사의 2007년 논문 4편 발표 당시보다 이른 1999년과 2002년에 출간된 논문인데도 자기표절을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학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자기논문 표절보다는 남의 연구물을 표절한 것에 대해 더 엄중히 처분하는 것이 학계의 관행"이라면서 "국민대의 판단은 전형적인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 논문을 집중 분석해온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교육위원회)도 <오마이뉴스>에 "박 장관의 사례에서 보듯, 10년 전에도 자기표절로 학회로부터 게재 철회와 투고금지 중징계를 받은 사례가 여러 건 존재한다"면서 "심지어 남의 특허와 홍보물을 출처 표기도 없이 마구잡이로 붙여 넣어 본문을 채운 김 여사의 논문에 문제가 없다는 국민대의 발표는 누구도 납득이 어려운 반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김건희 표절 논란 #박순애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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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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