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킬로 운전해 돌산을 지나온 무더운 광산의 도시

등록 2022.07.13 14:31수정 2022.07.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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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는 파란 숲은 보이지 않고 돌무더기로 된 작은 산이 널려있다. ⓒ 이강진


호주 대륙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동네, 카무윌(Camooweal)에서도 하루만 묵고 길을 떠난다. 카무윌은 여행객에게 휘발유도 보충하면서 잠시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특별한 관광지는 없다. 어제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던 부부에게 손을 흔들며 야영장을 빠져나간다. 여행에서는 가벼운 만남과 이별을 수시로 하게 된다. 따라서 이별의 아쉬움이 마음 깊은 곳에 남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 3일간 1500km를 정신없이 운전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클론코리(Cloncurry)다. 이곳에서 300km 정도 떨어진 멀지 않은 동네다.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2시간 정도 운전하여 큰 도시에 도착했다. 지난번 올 때 지냈던 광산 도시 마운트 아이자(Mount Isa)다. 쇼핑센터에 들러 빵을 비롯해 야채와 과일 등을 풍성하게 구입했다. 당분간 이렇게 큰 도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마운트 아이자에서 점심까지 간단하게 끝내고 자동차에 오른다. 지금부터는 다니지 않았던 도로다. 차창 밖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러나 푸른 숲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도로도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직선도로 대신 커브 길이 계속된다. 특이한 모양의 돌산이 많이 보인다. 잠시 운전을 멈추고 흔히 보기 어려운 풍경을 사진에 담기도 하는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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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서 만난 특이하게 생긴 돌산 ⓒ 이강진

 
작은 강(Cloncurry River)을 만났다. 다리를 건너 조금 더 운전해 들어가니 동네가 보인다. 오지에서는 제법 크다고 할 수 있는 3000여 명의 인구를 가진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동네 한복판에는 오래전에 지은 건물이 많다. 역사 있는 동네라는 느낌이 든다. 거리에도 자동차가 많이 주차해 있다.

야영장에 들어선다. 캐러밴이 드문드문 있는 한가한 야영장이다. 주위에는 장기 투숙객을 위한 숙소가 다른 야영장에 비해 많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나를 반기는 사람은 의외로 동양 여자다. 중국 사람 같지는 않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생김새로 보아 필리핀 혹은 말레이시아인이라고 가늠해 볼 뿐이다. 사무실 옆에는 큼지막한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예약 손님만 받는 식당이다. 숙소에 주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무척 덥다. 산을 보아도 나무가 많이 보이지 않는 돌산으로 둘러싸인 야영장이다. 캐러밴을 주차하고 나니 온몸이 땀에 젖어있다. 바로 옆에 있는 수영장을 찾는다. 사람이 없어 좋다. 수영장에 혼자 몸을 식히고 나오니 조금 견딜만하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러한 더위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나름대로 이곳에 정착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추구하는 삶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다음날 일찌감치 근처에 있는 댐을 찾았다. 올 때 건넜던 자그마한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난 작은 길에 들어서니 댐 표지판이 보인다. 그런데 댐 이름이 흥미롭다. 중국 느낌이 나는 이름(Chinaman Creek Dam)이다. 이 지역에서 1800년대에 구리와 금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 사람들이 일찌감치 금을 찾아 정착했을 것이다. 호주 오지에 있는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게 금을 찾아온 사람들 때문에 생긴 광산 도시다.

댐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호수가 넓다. 근처에 작은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아 생각보다 물이 많은 동네다. 호수에서는 보트가 수상스키를 매달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린다. 낚시하는 배도 멀리 보인다. 사막과 다름없는 호주 내륙 한가운데서 보트를 가지고 물놀이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댐이 있는 곳을 먼저 찾았다. 길이가 50m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댐이다. 자동차로 댐을 건너 조금 들어서니 호수가 앞을 가로막는다. 조금은 황량하다고 생각되는 호수 주위를 자세히 보니 잡초가 키워낸 작은 꽃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이름 모를 작은 꽃을 들여다본다. 꽃은 작지만 어떠한 꽃에도 뒤지지 않는 섬세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조금 떨어진 아늑한 곳에는 남녀가 앉아 그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위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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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나와 한가하게 주말을 보내는 남녀 ⓒ 이강진


왔던 길을 되돌아 운전해 댐에 도착했다. 산책로가 보인다. 덥지만 잠시 걸어본다. 돌이 많은 산책로다. 호주의 대표적인 하얀 몸매를 자랑하는 검나무(Gum Tree)가 바위 틈새에 몸을 유지하며 삶을 버티고 있다. 어떻게 보면 힘겹게 생을 유지하는 모습이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산책을 끝내고 호수 근처에 있는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더위를 이길만하다. 그늘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멍때리기'로 시간을 보낸다.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는 나만의 시간에 빠져든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호수에서는 원주민과 백인 학생 서너 명이 낚시하고 있다. 그러나 물고기가 올라 오지 않는다. 젊어서일까, 낚시를 금방 포기한다. 그리고 호수에 몸을 담근다. 어린아이를 작은 고무보트에 태우고 물놀이하는 가족의 얼굴에도 즐거움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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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호수에서 낚시하며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 ⓒ 이강진


한가한 시간을 호숫가에서 보낸 후 야영장으로 돌아가는데 전망대가 있다는 팻말이 보인다. 전망대 이름도 중국 느낌의 이름(Chinaman Creek Lookout)이다. 자동차로 가파른 도로를 잠깐 올라가니 중년 부부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차박이 가능한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여행객이다. 오지를 다니면서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지낼 것이다. 보기에 좋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동네가 한눈에 내려 보인다. 조금 떨어진 곳에 광산도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눈짐작으로 광산이 있는 방향으로 운전해 갔다. 광산 입구에 도착했다. 일반인 출입은 제한하고 있다. 우라늄이 발견되어 1958년부터 채굴을 시작했다는 안내판이 입구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채굴하는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우라늄이라는 광물을 채굴하던 곳이라 일반인 출입을 통제할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다음 날은 동네 중심가에 있는 박물관(Cloncurry Museum)을 찾았다. 주말이라 문은 잠겨있으나 넓은 뜰에는 오래전에 쓰던 각가지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광산에서 사용하던 중장비들이다. 백만 불 넘는 비싼 금액으로 구입했다는 거대한 채굴 장비도 보인다. 각종 장비에는 설명서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광산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사용 용도를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에 조금은 놀랐다. 광산이란 땅을 파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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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앞마당에 전시된 각종 중장비 ⓒ 이강진


박물관을 벗어나 동네를 둘러본다. 오래된 목조 건물 옆에 빨간 우체통이 보인다. 높은 안테나도 세워져 있는 우체국 건물이다. 퀸즐랜드(Queensland)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1906년에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오래된 건물에 자리 잡은 우체국은 동네 사람들과 외부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100년 넘게까지 수행하고 있다.

야영장으로 돌아와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몸을 담근다. 아직도 하루가 끝나려면 한참 있어야 한다. 샤워까지 끝내고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문득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촌음(寸陰)을 아껴 쓰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으며 자란 세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이다. 인간은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달려가야 하는 존재인가. 장자는 모든 것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이야기한다. 성경에서는 진리를 알면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철학자의 역설이 떠오른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라, 그러면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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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특유의 검트리(Gum Tree)가 힘겹게 삶을 유지하고 있다. ⓒ 이강진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호주 동포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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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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