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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좋고, 차 타고 달려도 끝내줍니다

비 내리는 날 더 운치 있는 영광 영산성지와 백수해안도로

등록 2022.07.02 19:54수정 2022.07.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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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성지의 정관평에 활짝 핀 수련. 수련은 낮잠을 자는 작은 연꽃이다. ⓒ 이돈삼

 
흐리고 비가 잦은 나날이다. 우리네 일상도 처진다. 모처럼 꽃구경에 나선다. 꽃은 꽃인데, 물에서 피는 꽃 수련이다. 수련은 연꽃처럼 아침에 활짝 핀다. 낮에는 오므라드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낮잠을 잔다. 한자로 잠잘 수(睡), 연꽃 련(蓮)을 쓰는 이유다. '청순'을 꽃말로 지니고 있다.

흐린 날이 더 좋은 영상선지

청순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수련은 원불교 영산성지에 활짝 피어 있다. 영산성지는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에 있다. 영산성지 대각전 앞 정관평에 수련이 많이 피었다. 방죽의 면적이 4만4000㎡(1만4000평)에 이른다. 방죽 안에 수련과 푸른 연잎이 가득하다. '핫바'를 닮은 부들도 많이 피었다.

원불교 성지에서 만나는 수련이 각별하다. 크게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을 지닌 대각전과 마주하고 있다. 더 고고하고 수려해 보인다. 보는 이의 마음도 편안하게 해준다. 요즘처럼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에 가면 더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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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성지의 정관평 풍경. 한바탕 비가 내리려는지 날씨가 잔뜩 흐려 있다. 지난 6월 23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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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도실의 상징 조형물. 박중빈 대종사와 아홉 명의 제자를 상징하고 있다. ⓒ 이돈삼

 
정관평은 바닷물을 막아서 만든 간척 논이다.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제자 9명과 함께 간척했다고 전해진다. 1918년의 일이다. 당시 이 일대에는 논이 없었다. 이 간척으로 인해 논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농사를 지어 얻은 수익금이 원불교 창립의 토대가 됐다. 몸과 마음의 합일을 지향하는 원불교의 터전을 마련해 준 곳이다.

인근에 원불교 유적도 많다. 큰 깨달음을 얻은 박중빈 대종사의 생가가 있다.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사라진 것을 두 차례에 걸쳐 복원했다. 헛간과 뒤뜰의 장독대, 담장까지 옛 모습대로 되살렸다. 대숲을 만들고 감나무 두 그루도 심었다. 대종사의 생가는 원불교의 성보 제1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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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상이 봉안된 대각탑. 원불교의 야외법당이다. ⓒ 이돈삼

 
노루목 대각 터도 있다. 대종사가 일원의 진리를 깨치며 새 세상을 연 곳이다. '만고일월(萬古日月)'이 새겨진 대각기념비가 있다. 원불교의 상징인 일원상이 봉안된 대각탑도 조성돼 있다. 원불교의 야외법당인 셈이다. 영산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원불교 최초의 교당인 구간도실도 있다. 대종사가 9명의 제자들과 함께 수련을 위해 지은 초가다. 가로와 세로 각 3칸, 모두 아홉 칸의 방이다. 9명의 제자와 함께 9칸의 방에서 도(道)를 익히고 기도했다고 구간도실(九間道室)이다.

일몰이 환상, 백수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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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백수해안.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해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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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해안의 괭이갈매기 날개 조형물. 스카이워크 형태로, 바다 위에 만들어져 있다. ⓒ 이돈삼

 
영산성지에서 시작되는 백수 해안도로도 아름답다. 해안도로에서 칠산바다에 떠 있는 칠산도와 안마도, 송이도가 보인다. 기암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도 멋스럽다. 해안도로에서 바닷가를 따라 놓인 나무데크도 있다. 직접 걸으면 더 좋다. 해안길 걷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해안도로에 새로운 볼거리도 생겼다. 칠산바다를 상징하는 괭이갈매기 조형물이 노을전시관 인근에 세워져 있다. 투명한 유리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괭이갈매기의 날개도 크고 아름답다. 새로운 포토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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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출신 가수 조미미의 노래비. 백수해안의 노을전시관 앞에 세워져 있다. ⓒ 이돈삼


'바다가 육지라면 바다가 육지라면 배 떠난 부두에서 울고 있지 않을 것을….'로 널리 알려진 가수 조미미의 노래비도 있다. 조미미는 1947년 영광에서 났고, 목포여고를 졸업했다. 1965년에 가수로 데뷔했다.

후덕한 외모와 맑은 목소리로 '바다가 육지라면' '단골손님' '서산 갯마을' '해지는 섬포구' 등 섬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를 많이 불렀다. 남진과 함께 호남을 대표하는 가수였다. 노래비에는 조미미의 생애와 함께 '바다가 육지라면'의 노래 가사를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그의 대표 앨범 3장을 소개하는 글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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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산바다의 해넘이. 법성포의 불교 도래지에서 본 모습이다. ⓒ 이돈삼

  
날씨 좋은 날에 해안도로에서 보는 일몰도 환상경이다. 해안도로 어디에서라도 황홀한 해넘이를 볼 수 있다. 모래미해변 앞에 옥당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아주 오래된 토기와 석기가 전시돼 있다. 동국통보와 해동통보에서부터 1원과 5원짜리 지폐까지 화폐의 역사도 엿볼 수 있다. 관람료도 따로 없다.

백수해안도로에서 법성포도 가깝다. 법성포는 백제 때 불교가 전해진 포구다. 서기 384년 인도승려 마라난타에 의해서다. 마라난타가 처음 발을 디딘 곳이 법성포(法聖浦)다. 법성포의 지명도 여기서 유래됐다. 마라난타에 의해 처음 지어진 절집은 불갑사(佛甲寺)다.

개신교와 천주교 성지도 영광에 있다. 염산교회와 야월교회가 개신교의 순교지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수많은 희생자가 여기서 나왔다. 영광성당은 순교자 기념성당이다. 불교와 원불교, 개신교와 천주교 성지까지 두루 보유하고 있는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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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기념성당인 영광성당.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이 4명의 순교자를 상징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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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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