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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온 금손, 예산 농가 돕는다

성공회대 학생 농활... "식탁에 올라온 음식... 고생의 결과물이었구나"

등록 2022.06.29 11:48수정 2022.06.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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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황세원 두 학생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호랑이콩을 수확하고 있다. ⓒ 이재환

 
요즘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그 누구의 손이든 일을 돕는 손은 그 자체로 '금손'이 된다.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 금손을 자처하고 나섰다. 성공회대 학생 158명은 지난 23일부터 30일까지 7박 8일의 일정으로 충남 예산군 신암·오가·신양면에서 농촌봉사활동(농활)을 펼치고 있다. 

성공회대는 '농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농활을 졸업 필수학점인 사회봉사 활동점수로 인정하고 있다. 이 학교가 농활을 유지해 온 비결이기도 하다. 

지난 28일, 12명의 성공회대 학생들이 농활을 펼치는 예산군 신암면 두곡리를 찾았다. 학생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12시까지 일하고 한두 시간 휴식을 취한다. 오후 5시쯤 숙소로 돌아와 쉰다. 숙소는 주로 마을 회관이나 경로당을 이용한다.

학생 숙소인 두곡리 경로당에는 학생들이 적어 놓은 마을생활규칙과 금지어,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함이 놓여 있었다. 금지어 중에는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일순위로 적혀 있었다. 농촌의 일손을 도우며 보내는 7박 8일의 일정은 학생들에게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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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신암면 두곡리 경로당. 학생들이 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창틀에 자신들만의 생활규칙을 적어 놓았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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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서로에게 쓴 편지를 담아 두는 곳이다. ⓒ 이재환

 
김현지(성공회대 농활단장) 학생은 "뉴스를 통해 농촌에 일손이 부족해서 농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학생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이 세 번째 농활이라는 박준형 학생은 "농민들과 농촌생활을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며 "마을 분들도 우리에게 일을 시킨다는 느낌이 아니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마을 곳곳에 투입되어 들깨도 심고 호랑이콩도 따고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등 농촌 생활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이날 마을의 한 비닐 하우스에서는 호랑이콩(강낭콩) 수확이 한창이었다.

황세원(성공회대 1학년) 학생은 "처음에는 앉아서 일하는 것이 적응이 안 됐다. 일하다 보니까 적응이 되고 일도 느는 것 같다"며 "벌레와 눈을 마주치는 것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깨도 심어 봤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다. 쉼 없이 일하기 때문이다"라며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이 얼마나 고생해서 올라온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인근의 쪽파밭에서 일하고 있던 주현지(2학년) 학생도 "농촌 일이 힘든 것은 잘 알고 있었다"며 "직접 일을 해 보니 실감이 됐다. 작물을 수확하는 것이 꽤 힘들다는 걸 체험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힘이 덜 든다"고 말했다.

농민들도 청년들의 일손이 반갑다. 농민들은 청년 학생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힘이 된다고 했다.

주민 A씨는 "학생들이 고생이 많다. 큰 도움보다도 열심히 도와주는 마음이 감사하고 기특하다. 학생들이 이렇게라도 농촌을 경험해 보고 가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곧 떠난다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며 "그동안 정이 많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친가나 외가조차 모두 도시인 경우가 많은 요즘 학생들은 농촌과의 특별한 유대 관계없이 단절되어 살고 있다. 학생들에게 농활은 뉴스가 아닌 현실을 통해 직접 농촌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농촌과 농민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안혁(성공회대 2학년) 학생은 "코로나19 이후에 농활 활동이 끊겨 아쉬웠는데 이번에 참여하게 됐다"며 "농활의 의미는 단순히 봉사나 노동이 아니라 농민들과 학생들의 연대 활동으로 알고 있다"며 "농민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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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적어 놓은 마을 규칙이다. ⓒ 이재환

 
 
#충남 예산 농활 #성공회대 #성공회대 학생들 농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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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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