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어서 낙동강 물이 피로 물들었지..."

중학교 1학년 때 발발한 한국전쟁… 올해 93세 장재식 어르신

등록 2022.06.28 11:26수정 2022.06.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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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식 어르신과 아내 장재식 어르신과 아내 송순주 어르신이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 고재영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신력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장재식 어르신(93). 

게이트볼을 한 지 20년이 됐다는 장재식 어르신의 건강의 비결은 무엇일까. 장재식 어르신은 "게이트볼을 20년쯤 하고 있으며 지금도 게이트볼장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많이 걸어 다니고 꾸준히 운동하니까 아픈 곳도 없고 코로나 백신주사를 3차까지 맞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20년 경력의 게이트볼도 칠순이 넘어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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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식, 송순주 어르신의 결혼식 사진 장재식, 송순주 어르신의 결혼식 사진. ⓒ 고재영

 
21살에 겪은 한국전쟁

장재식 어르신의 정신력과 도전정신은 운동뿐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제국주의의 강점으로부터 해방했을 때, 장재식 어르신은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서당에서 한문을 배웠다. 한문을 배우는 중에 중학교 교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부러워 학교에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말했다는 장재식 어르신. 그 후, 6학년으로 학교에 들어갔고 21살 나이에 중학교를 입학하게 된다. 

중학교 1학년을 다니는 도중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방학을 맡아 집에 있던 중 장재식 어르신은 인민군을 만나게 된다. 장재식 어르신은 "마을에서 회의한다고 해서 번암면사무소에 갔는데 인민군 1명과 지방사람 1명하고 둘이 앉아서 나보고 몇 살이냐며 물어보기에 21살이라고 대답했다. 인민군이 장수로 가라고 하기에 난 지금 학생이고 공부해야 해서 갈 수가 없다고 말했더니 인민군이 협박하듯이 막무가내로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장수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번암면에서 몇십 명이 모여 함께 장수로 걸어가게 됐다는 장재식 어르신. 장수에 도착해 밥을 먹고 나니 이제는 장계 초등학교로 가라고 해서 장계 초등학교까지 걸어가게 된다.

장재식 어르신은 "장계 초등학교에 도착하고 보니 10명쯤 되는 인민군들이 군복을 입고 우리를 줄 세워 1소대에서 3소대까지 나누고 인민군이 소대장이라며 각 소대를 인솔해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라며 "어딘지 모르고 한참을 인민군을 따라 걸어가는 도중 여기가 육십령제라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시체들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을 지나 함양군 안의면 안의중학교까지 걸어가는 도중 바지 옷자락에 나뭇가지 같은 게 걸려 밑을 내려다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시체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던 것이었다. 낮에는 비행기 공습을 피하고자 산속이나 민가에 숨어 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질 때 움직이기 시작해 또다시 걷기를 반복했다고. 

장재식 어르신은 "함양 안의중학교에 숨어 있는데 인민군 소대장이 총으로 위협하며 '죽어도 여기서 죽어라. 한 사람이라도 도망을 가면 전부 총으로 쏴 죽일 것이다'라고 협박을 하고,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집중 사격을 하고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라며 "만약에 거기서 한 사람이라도 도망을 나왔다면 비행기에서 폭탄을 던졌을 것이다. 그러면 전멸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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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식어르신과 친구들 젊은시절 번암농협앞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은 장재식(사진 오른쪽) 어르신. ⓒ 고재영

 
비행기가 사라지고 밤이 되어 이동을 시작했다. 함양 안의중에서 거창으로 걸어가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산속으로 들어가서 훈련을 하고 전투준비를 하고 총을 들고 산을 넘어 도착한 곳은 낙동강이었다.

장재식 어르신은 "비행기의 공습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낙동강 물이 피로 물들어 붉은색으로 변했다. 우리들의 목적지인 대전으로 향하던 길에 갑자기 인민군들이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데 총을 맞아서 피 흘리는 사람, 다리를 쩔뚝쩔뚝하는 사람 할 것 없이 전부 반대 방향으로 도망을 가는 것 같았다"라며 "이것은 '후퇴다 전쟁이 끝난 거다'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면 장수가 나오느냐 물어 다시 대전에서 장수로 무사히 돌아왔다"라고 이야기했다.

무사히 고향집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장재식 어르신을 본 어머님은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무사히 돌아와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번암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장재식 어르신은 남원에 있는 용성중학교를 졸업하고 남원 공립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장재식 어르신은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잠시 있다 번암으로 돌아와 조합(지금의 농협)에 34살에 취직해서 단위농협 제1호 퇴직자"라고 말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내 건강 내가 지키자'라는 생각으로 산다는 장재식 어르신. 어르신의 장수를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장수신문(http://www.jangsunews.co.kr)
#어르신이야기 #인물탐방기사 #한국전쟁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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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지역에서 직접 찾아다니며 발로 뛰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고재영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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