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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황교안 될 건가" 자성 쏟아진 민주당 토론회

당내모임 '더좋은미래', 대선·지선 평가 발표 "문재인 정부, 이재명 후보, 민주당 모두 패배 원인"

등록 2022.06.15 11:21수정 2022.06.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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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준호 의원, 김기식 더좋은미래 연구소 소장, 기동민 의원, 송갑석 의원, 오기형 의원. ⓒ 공동취재사진

 
"과연 우리 당이 이회창과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있을까." - 김기식 전 의원(더미래연구소장)
"이회창의 길 전에 황교안의 길을 가지 않을지 걱정이다." - 송갑석 의원


더불어민주당 내 정치행동·정책의견 국회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대표 기동민)'의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1박 2일 워크숍 후 의견을 모아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공개 토론회를 연 더좋은미래는 외부 전문가 의견 못지 않은 쓴소리로 이날 토론회를 채웠다. 토론회 직후 만난 한 의원은 "오늘 토론회를 두고 엄청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당내에서 이런 평가들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19대 국회의원과 금융감독원장을 지난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의 발제와 오기형·송갑석·한준호 의원의 보충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발제에 앞서 더좋은미래 대표인 기동민 의원은 "김 소장의 발제는 개인 의견이 아니라 여러 차례 심도 깊은 토론 후 더좋은미래 전체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공지했다.

"패배 원인이 하나인가... 부적절 분석이자 분열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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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주최로 열린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먼저 김기식 소장은 대선 패배 이유로 ▲조국 사태, 내로남불, 연이은 광역단체장 성추문 ▲2017 대선·2018 지선·2020 총선에서의 3연승 압승 후 국정운영 독선 프레임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 등 낙관적 전망 ▲선거 구도를 극복하지 못한 이재명 후보 ▲선거 캠페인 오류 등을 꼽았다.

김 소장은 "대선 패배 원인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 민주당에게 공히 다 있다"라며 "패배 원인을 누구 탓으로 돌리며 한쪽 요인만 강조하는 건 부적절하며 내부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2019년 하반기부터 정권이 끝날 때까지 약 2년 6개월간 검찰개혁 이슈를 끌었고 그로 인해 피로감이 발생했다"라며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문제는 '정책적으로 잘했냐, 잘못했냐'의 문제라기보다 프레임상 잘못이 있었다. 청와대는 거시경제 지표상 좋아질 수 없는 경제를 나아질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잡을 수 없는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실패할 프레임을 스스로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30세대 남성은 가정을 꾸렸을 때 경제를 남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관적 인식이 강하고 집값 폭등에 따른 불안감도 여성에 비해 훨씬 크다"라며 "집값 상승에 직접적 타격을 입은 4050세대는 10년 전에 비해 정치적으로 투표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미래 부담을 가진 2030세대, 특히 남성층에 부동산 문제가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라고 진단했다.

한편으로 김 소장은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 하의 민심 이반과 구도의 문제만 탓할 것인가. 구도를 극복하지 못한 (이재명) 후보의 책임도 명백히 있다"라며 "김대중 정부 지지율도 24%였지만 그럼에도 노무현은 당선됐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 여론이 57%에 달했지만 박근혜가 결국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가 가졌던 이미지적인 요소, 대장동 문제, 특히 법인카드 논란은 마지막 지지율 상승을 누른 요인이었다"라고 꼬집었다.

더해 "부동산 문제를 사과하며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을 이야기했는데 보수정당 후보보다 민주당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지 못했다"라며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와의 차별성을 스스로 몰각시켜버리면서 불리한 프레임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갔다"라고 평가했다.

또 "가치투표가 아니라 이익투표 전략으로 일관했다. 메가공약 없이 소확행 등 이익투표 전략을 내세웠는데 대한민국은 독재국가를 겪었고 지역차별과 남북분단의 상황에 있으며 세대, 지역, 이념 정치에서 결정적 요소로 작동하는 국가다"라며 "무엇보다 '이재명을 왜 선택해야 하나'라는 가치 기준 제시가 부족했고 부재했다.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데 후보와 당이 실패했다"라고 덧붙였다.

"대선 졌음에도 지선서 오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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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주최로 열린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기식 소장은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까지 패배한 이유로 ▲전략적 오류 반복 ▲송영길·이재명 출마 등을 거론했다.

그는 "검수완박이라 표현된 검찰개혁 법안 강행 처리는 명백히 전략적·정무적으로 오류였다. 야당이 됐으면 여당을 공격해 점수를 따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 강행이나 인사 문제가 있었음에도 공세적으로 국면을 이끌 수 없었다"라며 "오히려 검찰개혁 법안을 강행하면서 스스로 수세 국면으로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민심 이반의 한 원인이었던 오만과 독선 프레임을 연장시켰고 야당이 선거 때 이야기할 견제론이 무력화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송영길·이재명이 출마하면서 전체 선거뿐만 아니라 특히 서울·경기·인천이라는 지방선거의 승패가 달린 세 개 광역단체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라며 "서울시장 후보 공천의 경우 컷오프와 번복으로 공천관리에 실패했고 이슈가 없던 와중에 막판에 김포공항 개발공약이란 잘못된 공약을 내세우면서 선거를 불리하게 끌고 갔다"라고 평했다.

김 소장은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것으로 ▲조국의 강 ▲내부 분열요인과 팬덤정치 ▲취약한 리더십 ▲전당대회 관련 갈등 ▲지지층 결집과 외연확장 사이 딜레마 ▲부족한 세대 전략 등을 내세웠다.

그는 "(박근혜) 탄핵 이후 대선, 지선, 총선까지 3연패하면서도 국민의힘은 2020년까지 태극기부대에 끌려 다녔다.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한 우리 당이 이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것인지 그 전철을 밟을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라며 "6년 전 분당으로 계파가 정리된 민주당은 이제 명백히 친명·친문 간 계파갈등이 존재하는 정당이 됐고 이를 부추긴 요소로 강성 지지층의 활동이 있다. 이러한 양태는 '티 파티'가 미국 공화당을 트럼프당으로 만든 과정과 유사한데, 민주당은 정당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당원의 권리확대가 꼭 의도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점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전당대회는 이 갈등 구조 하에서 진행될 텐데 이 구도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과제다. 단순 지도체제뿐만 아니라 노·장·청, 진보·중도 등 이념적 스펙트럼이 공존하도록 당의 문화와 소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새로운 리더십 또한 부상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5년 뒤 40대 이준석, 50대 한동훈, 60대 오세훈·안철수가 경쟁해 대선후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재명 한 명을 끌고 가다 다음 대선을 치른다면 1997년 대선 패배 후 8개월 만에 총재가 돼 4년 동안 제왕적 총재로 군림하다 2002년 노무현에게 패배해 정계은퇴한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더해 "가장 중요한 화두인 세대 전략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4050세대은 민주화세대로서 분명한 가치동맹 차원의 전략이 필요한 반면 자유주의 세대인 2030세대는 특정한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약하다"라며 "그들의 고통과 좌절, 분노와 불안감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를 만들어내며 신뢰할 정치집단으로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광주 투표율 81.5%→37.7%... 심판 목전, 엄청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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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주최로 열린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기식 소장 발제에 이어 의원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송갑석 의원은 "김 소장이 이회창의 길을 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 전에 (2024년) 총선이 있고 황교안의 길을 가지 않을지 걱정이 있다"라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황교안은 당의 여러 문제제기와 국민들의 질채을 무시했고, 국민의힘은 결국 (2020년) 총선 패배까지 가서야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민주당도 지금 그 갈림길에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제가 광주시당위원장인데 광주는 대선에서 81.5%의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불과 몇 개월 후 지방선거에서 37.7%의 전국 최하 투표율을 기록했다"라며 "민주당에 대한 최종적 심판의 목전에 와 있는 엄청난 경고라고 생각한다. 지금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오기형 의원은 "2021년 4.7재보선 과정에서 (귀책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해 결국 후보를 선출했고 결과적으로 선거에 졌다. 그 결정에 대해 (우리는) '당원의 결정'이라면서 숨을 것인가"라며 "이번 공천 과정도 당내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하지만 변화와 쇄신이 어디에 있었나. 과거 탄핵 부정 세력이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국민들을 냉소하도록 만들었는데 민주당에 이런 모습이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 '빨갱이, 빨갱이' 하면서 반대파를 낙인찍었는데 최근 '수박' 논쟁이 그렇다. 그런 논쟁 자체가 민주당으로서 부끄러운 것"이라며 "진보의 가치도 중요하고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데, 민주당에게 약속을 지키고 상식적 결정을 내리란 요구도 강하게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준호 의원은 "대선·지선 패배 직후 어느 누구도 '내 책임'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그 동안 책임론만 부각됐다"라며 "지금 이 시점부턴 평가와 책임을 바탕에 깔고 우리가 각자 뭘 할 것인지 집중해 토론을 진행하자. 저도 당내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은 "저희 당 나름대로 성평등 정책, 성평등 교육, 젠더폭력 대응을 위해 노력했지만 연이어 이어진 성추문으로 국민적 실망이 컸다. 기존과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앞으로 민주당은) 사건에 대한 대응 차원이 아니라 집요하고 정교한 계획을 갖고 성평등, 젠더폭력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지선 #토론회 #더좋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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