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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입대, 동시 전사... 현충원에 잠든 두 형제 이야기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대전현충원 51] 2000년부터 1만2930구 발굴, 신원확인 180명 안장

등록 2022.06.15 11:51수정 2022.06.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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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제6회 장진호전투 영웅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 국가보훈처

 
국립대전현충원에는 6.25전쟁 당시 전사 후 미처 수습되지 못한 채 전투현장에 남겨져 있다가 발굴된 군경과 종군자의 유해 124위가 안장돼 있다.

국방부가 2000년부터 전몰장병들의 유해를 찾아 모시는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발굴한 전사자는 2021년 12월 31일 기준 모두 1만2930구다. 이중 국군이 1만1174구, 유엔군이 29구다.

북한군은 768구가 발굴돼 적군묘지에 묻었고, 중국군은 959구를 발굴해 중국으로 송환했다. 2020년 말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 180명의 68.9%(124위)가 대전현충원에 안장됐고, 나머지 분들은 서울현충원에 위패로 모셔졌거나 개인묘지에 안장됐다.

2007년 국방부 소속으로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돼 유해발굴에 나섰으며, 2008년에는 미국 DPAA의 전신인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Joint Prisoner of war/missing in action Accounting Command)와 MOU를 체결해 합동유해발굴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장진호 전투서 전사한 카투사 12명 발굴 안장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전사자 124명 중 가장 많은 유해가 발굴된 지역은 함경북도 장진군 장진호 부근이다. 12명의 유해가 북한으로부터 발굴돼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기관(DPAA, 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을 통해 송환됐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크리스마스 공세의 일환으로 미 제10군단이 장진호 북방으로 진출하던 중 중국군이 포위망을 형성한 장진호 계곡을 빠져나오기 위해 2주일에 걸쳐 치른 철수작전이다.


미 해병1사단과 미 육군 7사단은 중국군 제9병단 예하 7개 사단과 전투를 벌이면서 12월 11일 함흥까지 철수한 작전으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영하 30도가 넘는 추위로 비전투 손실도 엄청났다.

미군의 자료에 따르면 1029명이 전사하고, 4894명이 실종했으며 4582명이 부상을 입었다. 비전투 손실은 7338명 전사자보다 많았다.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이들은 대부분 미국 7사단 소속 카투사(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 KATUSA)다. 이 전투에서 중공군은 1만9202명의 전사자를 냈고, 2만8954명의 비전투 손실을 입어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전사한 형제 군인 유석오‧유석환 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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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한시에 지리산에서 전사한 유석오 유석환 일병 형제의 묘 ⓒ 우희철

 
지리산공비토벌 작전에서 전사한 군인도 11명이 안장됐다. 1951년 봄 경북 안동으로 진출했던 북한군 10사단 패잔병들이 지방공비와 합세하자, 국군 제8사단은 국군 제11사단과 교대하여 제1경비대대, 제18 전투 경찰대대, 충남 경찰 토벌대, 청년 방위대 등을 배속받아 금산, 정읍, 부안, 백운산, 중산리 일대에서 연대 단위로 공비소탕 작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유해를 지난 2001년 발굴했는데, 이중 유석오‧유석환 일병 형제의 유해가 발굴돼 안타까움을 주었다.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한 형제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31일 동시에 입대해 군번 018005와 018014를 부여받고, 국군 8사단 10연대에 나란히 배치됐다. 1951년 2월 강원 횡성지구 전투에 참전하였으며 그 해 4월 6일 지리산 빨치산 토벌작전에 나란히 투입됐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당시 26세 유석오 일병과 17세 유석환 일병은 꽃다운 청춘을 마감하였고, 전투가 벌어진 전남 화순군 화순읍 이십곡리에 잠들었다. 그로부터 50년 만인 2001년 5월 21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발굴·신원확인이 이뤄졌다.

이듬해인 2002년 4월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사병 2묘역에 안장됐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유석오‧유석환 일병 형제'를 2012년 4월의 현충인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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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머리 고지에서 발굴된 국군용사 유품 ⓒ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7명의 유해가 발굴된 전투지역은 금성 동남지구 전투와 화살머리고지 전투, 피의능선 전투다. 금성 동남지구 전투는 1953년 중국군 최후 공세시 강원 철원군 근남면 금성천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다. 주파리-백암산을 잇는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고 대반격을 통해 금성천 지역을 탈환했다.

화살머리고지 전투는 휴전 직전인 1953년 여름에 강원도 철원지역 북방의 백마고지와 화살머리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어전투를 말한다. 중국군과 고지를 빼앗기고 빼앗은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2018년 9·19 군사합의를 통해 남북 군사당국은 비무장지대(DMZ) 공동유해발굴 추진에 합의한 이후 2019년 4월 DMZ에서도 유해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 그중 화살머리고지는 남북공동유해발굴 장소로 선정되었고, 비록 단독으로나마 발굴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총 424구의 유해를 발굴한 지역이다.   

피의 능선(Bloody Ridge) 전투는 1951년 8월 17일부터 9월 3일까지 벌어진 강원도 양구 북방에서 벌인 진지 공격전투다. 피의 능선(稜線)이란 미국 <성조지> 종군기자가 이곳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능선이 피로 물들게 된 것을 표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3개의 고지인 983고지-940고지-773(가칠봉)고지와 연결된 산맥으로 이루어진 능선에서 국군 제5사단 36연대가 미 제2사단에 배속돼 악전고투 끝에 점령한 작전이다.
  
지휘부의 통제 실패로 3군단 와해된 현리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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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리전투의 패장 유재흥3군단장은 전쟁후 국방부장관까지 역임한 뒤, 사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 우희철

   
백석산 전투 현장에서 발굴된 5구의 유해와 현리 전투 현장에서 발굴된 4구의 유해도 대전현충원으로 모셔졌다.

백석산 전투는 1951년 8월부터 10월까지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백석산 능선에서 벌어진 여러 차례의 전투이다. 현리 전투는 1951년 5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벌어진 전투로 한국전쟁 기간에 나타난 최악의 패전 사례로 알려져 있다. 중국군에 맞선 국군 제3군단이 패퇴하면서 군단이 와해된 전투였다.

3군단장 유재흥 장군을 비롯한 지휘부가 휘하부대를 통제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었다. 이 전투에서 패배하자 미 육군 제8군 사령관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은 3군단 해체를 결정한다. <승리의 신념-밴 플리트 장군 일대기>를 보면 유재흥 장군이 "당신의 군단과 예하 2개 사단을 모두 해체하겠다"고 선포하는 대화가 나온다.

1994년 탈북해 귀환한 국군포로 조창호 소위도 당시 이 전투에서 중국군의 포로가 됐다. 패전에 책임 있는 유재흥 장군은 육군 제1사령관을 역임하고 예편한 뒤, 박정희 정권에 등용되어 국방부장관까지 역임하고 2011년 사망 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 안장됐다. 군 통솔에 실패한 지휘관과 그 실패로 전사한 군인이 한 공간에 있게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국립대전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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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간신문에서 사진기자로 활동, 2007년 <제1회 우희철 생태사진전>, <갑천의 새와 솟대>, 2008년 <대청호 생태사진>, 2008년 <하늘에서 본 금강> 사진전 동양일보 「꽃동네 사람들」, 기산 정명희 화가와 「금강편지 시화집」을 공동으로 발간. 2020년 3월 라오스 신(新)인문지리서 「알 수 없는 라오스, 몰라도 되는 라오스」를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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