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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산이라 불러야 하나 바위라 불러야 하나

[캐러밴으로 돌아보는 호주 27]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 울룰루

등록 2022.06.15 10:37수정 2022.06.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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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물들어 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 ⓒ 이강진


호주 대륙 한복판에 있는 킹스 캐니언(Kings Canyon) 야영장에서 필요 이상 머무른다. 따라서 게으름 필 시간이 많다. 책을 읽으며 야영장 주변 산책로도 아침저녁으로 걷는다. 오늘은 큼지막한 캐러밴을 가지고 여행하는 중국 젊은이와 이야기 나눌 기회를 가졌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 둘을 데리고 가족이 여행 중이라고 한다. 시드니에 사는데 집을 떠난 지 7개월째라고 한다. 부인은 호주 사람이다. 호주를 둘러본 여행담이 지루할 정도로 말이 많다. 이곳 구경을 끝내면 울룰루(Uluru)에 갈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은 울룰루로 가는 길이거나 아니면 울룰루를 거쳐 온 사람이 대부분이다.

호주 대륙 한복판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가 있는 곳, 울룰루로 떠나는 아침이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한다. 목적지까지는 300km 조금 더 되는 거리다. 멀지 않다. 느긋하게 아침 시간을 보내며 떠날 준비를 끝냈다. 어제 이야기 나누었던 중국인 가족과 주위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천천히 야영장을 벗어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를 만났다

황량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도로에 다시 오른다. 조금은 지루하게 중간에 쉬기도 하면서 운전하는데 멀리 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특이하게 생긴 작은 산이다. 그래서일까, 도로변에 산을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차를 세웠다. 광활한 평야에 외로이 솟아 있는 산(Mount Conner)이다. 그러나 산봉우리가 없다. 평소에 생각하는 산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언뜻 보면 관광 사진에 나오는 울룰루와 비슷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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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룰루 가는 도로변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Mount Conner) ⓒ 이강진


큰 바위가 있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큼지막한 리조트 건물이 주위를 압도하고 있다. 야영장도 킹스 캐니언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주유소도 있다. 거리에는 자동차와 사람이 많이 보인다. 황량한 들판에 있는 마을에 들어선 기분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야영장에 캐러밴을 주차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텐트에서 지내는 사람이 이곳에는 유별나게 많이 눈에 뜨인다. 관광객이 많아서일까, 넓은 공터에 또 다른 야영장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야영장 한가운데에는 석양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해 놓았다.

이른 저녁을 끝내고 전망대를 찾았다. 맥주와 포도주잔을 들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아이들도 집을 떠난 즐거움을 만끽하며 주위를 뛰어다닌다. 들뜬 분위기에 젖어본다. 혼자 지내는 즐거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끔은 떠들썩한 사람 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음 날 아침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바위를 찾아나선다. 도로 입구에 있는 건물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직원은 안내 책자를 건네며 관광지 설명도 간단하게 한다. 이곳을 거쳐 가는 방문객에게 같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온종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원주민은 울룰루(Uluru) 그리고 호주 사람은 에이어스 락(Ayers Rock)이라 부르는 거대한 바위에 도착했다. 바위 높이가 348m, 둘레 길이가 9.4km라고 한다. 바위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크다. 우리는 호주를 섬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륙이라고 부른다. 호주를 기준으로 호주보다 작은 면적은 섬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바위도 에이어스 락을 기준으로 이것보다 큰 것은 산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바위를 가운데 두고 조성된 도로를 따라 천천히 운전하며 바위를 둘러본다. 조금 운전하니 전망대 이정표가 있다. 바위 뒤로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도록 조성한 전망대다. 주위에는 산책로도 조성해 놓았다. 천천히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지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바위 모습이 신선하다.

바위 주위를 계속 운전한다. 바위를 거의 둘러보았다는 생각이 들 즈음 작은 건물이 나타난다. 원주민 삶을 전시해 놓은 건물(Cultural Centre)이다. 건물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이 커피 냄새가 진동하는 카페에 앉아 있다. 카페 옆에는 원주민 그림을 비롯해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전시물은 오지를 다니며 원주민 박물관에서 보았던 것과 대동소이하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많은 여행객과 하나 되어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에게 가장 매력적인 풍경은 지는 해에 물들어가는 바위다. 저녁 시간에 맞추어 바위를 다시 찾았다. 해가 저물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주차장에는 많은 자동차가 주차해 있다. 작은 식탁에 간단한 저녁상(?)을 차려 놓고 포도주잔을 기울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젊은 청춘 남녀들이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떠들썩하다. 히피 모습의 남녀는 숙식이 가능한 봉고차 지붕에 다정히 걸터앉아 바위를 응시하고 있다.

드디어 지는 햇살을 받으며 거대한 바위 모습이 천천히 바뀌기 시작한다. 나의 짧은 글솜씨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색으로 바위가 물들여진다. 하나의 색으로 머물지 않는다. 해가 저물어가며 계속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산책하기도 좋은 근처 바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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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반사되는 바위를 보려고 몰려든 관광객 ⓒ 이강진


다음 날에도 바위를 찾았다. 오늘은 바위를 걸어서 돌아볼 생각이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위를 마주한다. 예전에는 바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쇠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원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바위에 올라가는 것을 지금은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쇠줄은 보이지 않는다.

산책로 입구 안내판에는 바위를 돌아보는 산책로 거리가 자그마치 10.7km라고 쓰여 있다. 태양이 뜨겁다. 준비한 물병을 들고 걷기 시작한다. 호주 오지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파리떼가 쉴 새 없이 달라붙는다. 손을 계속 휘저으며 걸을 수밖에 없다. 파리가 달라붙지 못하도록 만든 망사를 둘러쓰고 걷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뙤약볕을 마다하지 않고 걷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산책로 주변에 있는 샛길도 빠짐없이 들어가 본다. 서부 호주에서 보았던 파도 바위(Wave Rock)와 흡사한 풍경을 사진에 담기도 한다. 비바람에 파인 동굴에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로 요란하다. 우기에 폭포가 되어 떨어진 물줄기 흔적도 많다. 우기에 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도로가 침수되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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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가까이 다가서면 자연이 조각한 기묘한 조각품이 넘쳐난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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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아래 파리를 피하기 위한 망사로 얼굴을 가리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유럽에서 온 아가씨. 사진을 찍는 나에게 포즈를 취한다. ⓒ 이강진


다음 날은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빠짐없이 찾아가는 또 다른 관광지(Mount Olga)를 찾아 길을 떠난다. 한참 운전하니 오른쪽으로 특이하게 생긴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도로 중간에 산을 볼 수 있도록 마련된 전망대에 잠시 쉬면서 풍경을 바라본다.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바위산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자동차가 주차해 있다. 이곳에는 걷는 코스가 많다. 그중에 비교적 긴 코스를 골랐다.

거대한 바위산으로 향하는 산책길을 걷는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산봉우리 사이에 들어선다. 붉은색을 내뿜는 바위산들이 주위를 둘러싼다. 드디어 바위산이 끝나면서 멀리 평야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곳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몇 안 되는 사람들과 함께 계속 걸어본다. 황량한 언덕길이다. 특별히 볼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걷는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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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룰루의 또 다른 관광지(Mt Olga)를 찾은 사람들을 위한 산책로. ⓒ 이강진


많이 걸었다. 조금은 지친 몸으로 야영장에 돌아왔다. 내일이면 집을 향해 떠나는 날이다. 유명한 관광지에서 마지막 저녁을 보낸다. 의자에 앉아 포도주잔을 기울이며 석양에 파묻혀 간다. 지는 해에 물들어 가던 거대한 바위 모습이 떠오른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은 언젠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바위도 세상에 나왔으나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운명을 젊은 나이에 깨달은 윤동주 시인은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사랑'도 세상에 태어난 것일까, 따라서 언젠가는 없어질 것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사랑'은 태초부터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늘에서 베풀어 주는 진정한 '사랑'에 기대어 살겠다는 생각에 잠긴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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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특이한 모양의 돌산(Mt Olga) ⓒ 이강진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호주 동포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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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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