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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로 둔갑... 경찰묘역 안장된 우익반공인사들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대전현충원 50] 적대 세력에 살해된 우익 반공인사 김영준, 유영채

등록 2022.06.15 18:00수정 2022.06.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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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도 아니고 친일전력 등으로 적대세력에 의해 살해된 김영준, 유영채 등 우익 반공인사들이 국립묘지 경찰관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 우희철

 
'일제 강점기 군용기 구입비 헌납, 사상범 촉탁보호사 활동, 조선인보전보국단 발기인.'

일제강점기 적극적 친일활동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김영준(1898~1948)의 주요 친일행적이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젊은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고무공업소 직원으로 근무하다 귀국 후 부산에 와타나베 고무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여수에서 천일고무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또 사상범의 보호관찰 업무를 담당한 광주보호관찰소 촉탁보호사, 조선인보전보국단 발기인, 군용기 구입비 헌납 등 친일 활동에 앞장섰다.

해방 후에는 전남상공회의소 회장,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여수군지부장 등을 역임하다 여순사건 과정에서 친일전력과 우익활동을 이유로 적대 세력에 의해 1948년 10월 23일 살해됐다.

유영채(1906~1948)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마을 면장을 하다 1948년 여순사건 과정에서 적대 세력에 의해 11월 4일 숨졌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국립대전현충원 경찰관 묘역에 안장돼 있다.

경찰 출신도 아니고 친일전력 등으로 적대 세력에 의해 살해된 우익 반공인사들이 국립묘지 경찰관 묘역에 안장되는 의아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4조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애국청년단원과 대한청년단원 등도 국가유공자로 결정 시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이라고 밝혔다.

국가유공자법 제74조를 보면 동원된 청년단원・향토방위대원・소방관・의용소방관・학도병, 그 밖의 애국단체원 등이 전투 또는 교육 훈련 중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경우는 그 사망 또는 상이등급에 따라 국가유공자(전몰・순직군경, 전상・공상군경)로 보상하도록 돼 있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 제74조가 정한 전시근로동원법의 규정에 따라 김영준과 유영채는 애국청년단원으로 국가유공자로 지정,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시근로동원법'이 정한 전시 근로 대상에도 해당 안돼

그런데 근거가 된 전시근로동원법에 따라 1950년 6월 25일 이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연령 만 17세 이상 만 40세 미만의 남자'를 근로 동원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영준의 경우 사망 당시 50세 전인 데다 전쟁 발발 이전인 1948년 10월 23일 사망해 이 법의 적용 대상 자체가 아니다. 유영채 또한 사망 당시 42세로 이 법이 정한 목적과 동원 대상(만 40세 미만)에도 맞지 않는다.

게다가 전투 중 사망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김영준과 유영채의 묘비 뒷면에는 각각 '1948년 10월 23일 여수에서 전사', '1948년 11월 4일 순천에서 전사'라고 기재돼 있다. 두 사람 모두 여순사건 진압군으로 참전한 적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국가유공자 자격과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줬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1950년 6월 25일 이전에 사망했으면서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우익인사는 얼마나 될까?

6·25 이전 사망 우익인사 164명, 현충원 안장 자격있나
  

국가보훈처는 우익단체 활동 자격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은 모두 1303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대전현충원 경찰묘역를 둘러보자 묘비에 청년단원, 애국단원, 한청단원 등으로 기재된 인물이 많았다.

보훈처가 밝힌 세부 인원은 경찰 신분 우익인사 658명, 애국청년단원 623명, 대한청년단원 22명 등이다. 이 중 6·25전쟁 이전의 사망자는 164명이라고 밝혔다. 최소 164명은 현충원 안장 자격이 모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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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청년단 등 다수의 우익 청년단은 대한청년단으로 활동하며 전국 각지에서 민간인 학살에 앞장섰다. 이들 중 164명이 6.25전쟁 전 사망해 현충원 자격이 모호하다. ⓒ 우희철

   
특히 서북청년단 등 우익단체들은 제주 4.3항쟁의 발발과 전개 과정에서 제주도민을 무참히 살해했다. 또 민간인을 마구 처형하고 재산을 빼앗아 착복하는 만행도 많았다. 서북청년단 등 다수의 우익 청년단은 대한청년단으로 재편돼 이승만의 정치 외곽조직으로 활동하며 전국 각지에서 군경과 함께 민간인학살에 가담했다.

여순사건과 근현대를 연구하는 '역사 공간 벗'의 주철희 대표연구원은 "허술한 공적심사로 6.25전쟁 이전의 우익반공 인사 상당수가 국가유공자로 둔갑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우익인사들이 어떤 사유로 국립묘지에 안장됐는지 공적 내용과 안장 사유를 전면 재검증해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시민미디어마당 협동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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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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