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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승승장구한 그 시절, 기억 하십니까

[取중眞담] 정치적 효능감 줬던 모습은 어디 가고 쇄신론 뭉개기에 급급

등록 2022.05.26 06:32수정 2022.05.2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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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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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의 윤상원 열사 묘를 참배하고 있다. ⓒ 소중한

 
지난주 수요일 5.18 기념식 직후 목격한 일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묘역 참배와 취재진 질의응답까지 마친 후 국립5.18민주묘지 현장을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파란 모자를 쓴 여러 사람들이 "박지현 네가 뭔데"라며 지도부 일행 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었다. 적극·소극적으로 나선 이들을 다 합하면 10명도 넘어보였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고 행동은 말에서 그치지 않았다. 집요하게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뒤를 쫓던 몇몇은 급기야 박 위원장의 팔을 여러 차례 잡아끌면서 욕설에 가까운 말을 내뱉기도 했다. 정치테러에 준하는 행동이었다.

이들은 "비대위 해체하라"는 말도 이어갔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저 멀리 앞서 빠른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박 위원장 주변에 있던 몇몇 당직자들만이 그들을 제지했다.

사흘 전 봉하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기사를 봤다. 

5.18 기념식이라고 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이라고 해서 마냥 엄숙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팸플릿을 보고 '임을위한행진곡'을 불렀다는 비난이나 참석자가 어깨춤을 췄다고 비꼬는 기사에 헛웃음이 났다.

그럼에도 두 행사 모두 '추모'를 위해 열리는 건 틀림없다. 그런 현장에서 정치적 신념을 과하게 발산하고 더 나아가 정치테러에 가까운 행위를 저지르는 건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추모 대상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난다.

쇄신론에 제동 건 중진들의 말

25일 민주당은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를 열었다. 박지현 위원장은 전날 대국민 기자회견에 이어 이 자리에서도 재차 '쇄신론'을 강조했다.

그 자리에서 당 중진들의 반발이 나왔다. 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의 말 중 "우리가 흔히 팬덤이라고 하는 것 중 일부 잘못된 행태를 극복해야 할 점이 있으나 권리당원의 권리 증진도 놓치면 안 된다"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말의 방점은 당연히 뒤쪽에 찍혀 있다.

5.18 기념식의 일은 해프닝이 아니다. 단순히 '박 위원장이 위해를 당하냐, 마냐'의 사안도, 김 본부장이 "권리당원의 권리 증진"을 이야기하며 민주당의 역사를 논할 탁상공론을 벌일 일도 아니다. 당은 물론, 한국 정치문화와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과 직결된 문제다. 한 치만 더 나아갔어도 정치테러가 될 뻔 했던 이 사안을 민주당은 심각한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편 문재인 정부 환경부장관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한정애 의원의 말도 귀에 들어왔다. "민주당의 혁신과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고 운을 뗀 한 의원은 "다만 그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방정부를 이끌어 갈, 지방의회를 이끌어 갈 사람들을 판단함에 있어 국민들의 기준점은 아닐 것이란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주십사 부탁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위원장의 쇄신론이 행여 완전히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인 한 의원이 유권자를 상대로 '혁신과 개혁이 투표의 기준이 아니길 기대한다'고, 나아가 '그렇게 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두 가지 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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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016년 초 처음 정치부에 배정돼 민주당을 담당했다. 민주당은 선거마다 승리를 거뒀다. 정치부를 떠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가리지 않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훌쩍 넘고, 당 지지율 50%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던 시절도 꽤 길었다.

혹자는 '그게 민주당이 잘해서 그런 거냐'는 지적도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박근혜 정권의 역대급 몰락도 민주당의 승승장구의 이유겠지만, 가까이서 본 민주당은 분명 승리의 동력을 지닌 정당이었다.

개인적으론 당내 을지로위원회(을 지키는 길 위원회)를 높이 평가해왔다. 민주당이 소위 '잘 나가던' 때와 을지로위원회가 활발히 움직이던 시점이 대체로 일치한다. 을지로위원회가 가진 힘은 '정치적 효능감'이었다. 꼭 을지로위원회가 아니라도 민주당은 시민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게 해주는 정당이었다.

'내가 정치에, 정치가 내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은 그 집단의 정치문화를 좌지우지하는 너무도 중요한 요소다. 그러한 정치적 효능감이 낮은 집단일수록 극단의 언어가 득세하기 마련이다. 국민의힘 대표까지 오른 이준석류의 혐오정치가 대표 사례다. 혐오정치의 득세는 이준석만의 책임이 아니다.

지난 대통령선거 와중에 정치부로 돌아왔다. 지금의 민주당은 정치적 효능감을 동력 삼아 선거에 연전연승하던 민주당과는 너무도 다르다. 당에 위험신호가 켜졌음에도 쇄신론을 깔아뭉개고 '사과로는 이기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모습은 '황교안 대표가 이끌던 자유한국당'까지 떠오르게 만든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가지 명언(?)을 소환해본다.

"선거와 골프의 공통점은 고개를 쳐들면 그 순간 진다." -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저런 식으로 하니까 망하지." - 2016년 10월 우상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정치공세에만 치중하던 새누리당을 향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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