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두 정거장에 2750원... 신분당선 '요금 폭탄', 이유 알아보니

[환승센터] 신분당선 구간마다 민자사업자 달라... 더 나은 해결 방안 없을까

등록 2022.06.27 15:26수정 2022.06.27 15:26
17
원고료로 응원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a

신분당선 열차가 신사 - 강남 연장 구간에 정차하고 있다. 개통 한 달이 다 되어간다. ⓒ 박장식

 
두 정거장에 2750원. 어디 일본의 전철 요금인가 싶겠지만, 일본이 아니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타면 내야 할 전철 노선 요금이다. 신논현역에서 강남역을 거쳐 양재역까지, 딱 두 정거장 거리를 이 노선을 통해 이용하면 이 금액이 교통카드에서 빠져나간다. 

지난 5월 28일 개통해 이제 한 달을 맞이하는 신분당선 강남대로 연장구간. 강남역에서 신논현역·논현역을 거쳐 신사역까지 이어지는 이 구간은 1990년대 '3기 지하철' 건설 계획 이후 30년 만에 실현된 강남대로 종단 노선이면서도 3호선, 7호선, 9호선, 그리고 2호선을 차례로 잇는 환승 노선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요금이 문제다. 신분당선의 신사역 - 강남역 구간을 개통하는 새서울철도주식회사는 해당 구간 이용객에게 기본 요금 1250원에 500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런데 강남역을 넘어서는 순간부터가 문제다. 500원에서 출발한 추가 요금이 어느 새 1900원까지 올라 있기 때문이다.

500원에서 1900원까지... '추가 요금 돌림판', 이유는 
 
a

유독 비싼 추가요금을 받는 탓에 설왕설래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분당선. 신사역 환승게이트에는 "이용 구간에 따라 1900원까지 별도 운임이 부과된다"는 메세지가 적혀 있다. ⓒ 박장식


신분당선의 추가 요금이 시민들에게 더욱 부담으로 다가오는 가장 큰 원인은, 특정 역을 통과할 때 추가 요금이 용수철 튀듯 튀어오른다는 점 탓이다. 신분당선이 개통(2011년)된 지도 11년이 지난 터라 추가 요금 자체야 이미 이용객에겐 익숙해졌지만, 강남역·정자역 등 특정 역을 지날 때마다 튀는 차삯은 친해지기 퍽 어렵다.

이번에 개통되는 신사 - 강남 구간도 마찬가지다. 신분당선은 안내를 통해 이번에 개통된 신사 - 강남 구간을 이용할 때는 500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신분당선의 강남 - 정자 구간의 추가 요금은 1000원에 달하는 것을 상기하면 저렴한 운임인가 싶지만, 상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신사역에서 탑승한 뒤 열차가 강남역을 넘어가 양재역으로 향하면, 그 시점부터 추가 요금이 한 번 더 계산된다. 단 한 정거장을 넘어갔을 뿐인데 1000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신논현역에서 양재역으로 가는 승객들은 지하철 기본 요금 1250원에 추가 요금 1500원을 합쳐 2750원을 더 내야 한다.

기본 요금보다 추가 요금이 더 비싼,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차삯'이 완성된 것이다. 신논현 - 양재와 비슷한 거리인 신사역에서 강남역 구간을 이용하면 추가 요금을 합쳐 1750원만 내면 되고, 강남역에서 양재시민의숲역까지는 신논현 - 양재보다도 더욱 먼 거리임에도 2250원이면 충분하다.

어차피 나는 멀리 가기 때문에 상관 없다고? 그런데 요금이 튀어오르는 역은 한 번 더 있다. 신분당선 1단계와 2단계 구간이 갈리는 정자역을 지나는 승객은 400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신논현역에서 미금역까지 이용하는 승객은 기본 요금 1450원에 추가 요금 1900원을 더해 3450원을 내야 한다.

물론 신분당선이 추가 요금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분당선 자체가 정부의 철도구축망 계획 등과 관련 없이 두산건설에서 정부에 먼저 건설을 제안해 성사된 대한민국의 첫 '민간 제안 철도 사업'이기 때문이다.

왜 신분당선 혼자 체감 요금 더 비쌀까

사실 국내 민자철도에서 추가 요금을 받는 일은 흔하다. 당장 같은 수도권에서도 용인경전철이 200원, 의정부경전철이 300원의 추가 요금을 받는다. 인천국제공항철도의 경우 아예 영종도 구간을 전용 요금제 구간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전용 요금제가 영종대교를 통과하면서 적용되기 시작하기에 이용자 입장에선 추가 운임에 대한 체감이 덜한 면이 있다.

하지만 설명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특정 역에서 튀어오르는 요금' 말이다. 신분당선은 다른 민자 철도의 추가 요금과는 다른 패턴을 보인다. 특정 역을 지날 때마다 추가 요금이 튀어오른다. 강남 - 정자 구간, 정자 - 광교 구간, 그리고 강남 - 신사 구간의 운영사, 지분 등이 복잡하게 얽힌 탓이다.

1단계 구간인 강남 - 정자 구간은 신분당선 주식회사가 운영한다. 두산건설이 지분의 29.03%를 가진 것을 필두로 한국인프로2호투융자회사가 17.50%, 한국산업은행이 10.98% 등으로 뒤따른다. 2단계 정자 - 광교 구간은 경기철도 주식회사가 운영하고, 3단계 신사 - 강남 구간은 새서울철도 주식회사가 운영한다.
 
a

신분당선 운영 구간과 추가 요금. 노선도를 활용해 각 구간의 경계와 추가 운임 등을 표현했다. ⓒ 박장식

 
경기철도(주)는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한국인프라자산운용의 경기철도투자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의 지분이 77.7%에 달하고, 두산건설과 DL이앤씨가 각각 7.0%와 4.4%로 뒤따른다. 새서울철도(주) 역시 산업은행의 특별자산투자신탁이 69.95%, 뒤따르는 두산건설이 13.75%, 그리고 한화건설 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듯 각 구간을 운영하는 회사가 모두 다르고, 그마저도 각 회사마다 최대주주가 모두 다르다. 한 노선에서 한 번의 추가 요금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최대 세 번의 추가 요금까지 받게 된 데에는 사실상 해당 노선의 운영권이 마치 세 개의 다른 노선처럼 쪼개졌던 이면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런 탓에, 철도 사정에 밝은 이들은 '일본 지하철 요금이 비싼 이유를 (한국의) 신분당선에서 실감한다'며 쓴웃음을 짓곤 한다. 일본 도쿄 지하철을 운영하는 도쿄 메트로의 기본 요금은 168엔으로 한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도쿄 메트로는 도쿄 교외 구간의 노선을 도큐·오다큐·세이부 등 이미 지어진 민영 철도 노선과 환승 없이 이어지는 것으로 대체한다.

하지만 그러한 민영 철도 노선으로 직결할 때에는 약 200엔에 달하는 기본 요금을 그 회사의 것으로 한 번 더 내야 한다. 자연스럽게 추가 요금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분당선 역시 큰 얼개로는 일본의 사례와 다른 듯 보이지만, 운영 회사의 관계를 따져보면 세부적으로는 비슷하단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신분당선(주)와 경기철도(주)가 2016년 2단계 구간 개통 당시 추가 요금에 대한 합의를 했다는 것. 즉 각 구간에서 별도의 추가 요금을 받는 대신 두 구간을 모두 이용하면 1400원의 추가 요금만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더라면 전철 한 번 타는 데에 새마을호 값을 낼 수도 있었던 것이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확 튀는 요금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a

신분당선 열차 안의 모습. 신분당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별도 운임, 즉 추가 요금을 현실화하는 절차가 절실하다. ⓒ 박장식

 
특정 회사를 지나갈 때마다 내는 통행세처럼 여겨지는 신분당선의 추가 요금. 당장 각 회사마다 정산을 빠르게 할 수 있고 최대한의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단거리 이용객을 유인하기에도, 나아가 장거리 이용객들도 열차를 이용하기 전 개찰구 앞에서 고민하게끔 만드는 아쉬운 정책인 셈이다.

이른바 특정 역을 지날 때마다 튀는 추가 요금 대신 노선을 이용한 거리에 따라 다르게 추가 요금을 내도록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같은 노선에서도 구간마다, 역마다 추가 요금이 다른 점은 이용객에게 차별을 받는다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 거리에 비례하되, 구간의 특성에 맞춘 새로운 요금제 적용이 절실하다.

신분당선은 앞으로 신사역 북쪽으로도, 광교중앙역의 서쪽으로도 연장 계획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추가 요금 문제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꾸준히 신분당선이 이용객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요금 정책에 대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댓글1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XX 외교참사, 외국 학자가 본 윤 대통령의 섬뜩함
  2. 2 [단독] "'윤석열차' 아이디어, 좌석에 발 올린 모습에서 착안"
  3. 3 직장인 여러분, 오늘도 '가짜 커피' 마셨나요
  4. 4 인구 5만 옥천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일들
  5. 5 동문서답에 "내년 5월에나"... 대통령실 이전 자료 절대 못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