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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한 발 깊숙이 들어가다

윤석열 정부 한미정상회담이 남긴 것... 북에 당근보다 '채찍' 강화, 북·중 반발 무마가 과제

등록 2022.05.22 19:05수정 2022.05.2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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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2.5.22 ⓒ 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박 3일 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22일 오후 다음 방문지인 일본으로 떠났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그의 취임 이후 첫 동아시아 지역 방문이라는 점, 통상의 순방 순서와 달리 일본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는 점, 한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최단 시일(10일) 안의 양국 정상 만남이라는 점에서 방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또 이제까지는 신임 한국 대통령이 먼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엔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한국 방문은 오래전부터 5월 24일 일본에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쿼드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이뤄졌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들를 경우 동맹국인 한국도 함께 방문하는 것이 보통인데, 순서는 일본을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은 '순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 먼저 일본 다음... 취임 열흘, 미국의 정책이 투영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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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일 사이에 역사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있는 상태에서 중재자의 위치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의 생각을 주도적으로 입력시킬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윤석열 정부로서도 국내적으로 미국의 한국 중시 이미지를 내세울 수 있다. 

물론 불리한 점도 있다. 미국 쪽이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길 원하는 윤석열 정부의 요구에 응해주면서 한국에 더욱 큰 대가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으로서 취임 뒤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것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대외정책의 밑그림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 쉽게 투영될 수 있다.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우선 미국의 정책이 어느 때보다 크게 한국 정부의 정책에 투영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아시아 순방의 목적을 대중(對中) 견제 및 포위에 맞추고 준비해왔다.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한 23일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24일의 쿼드 정상회의 일정이 연달아 열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IPEF 출범국 참여를 약속했다.

윤 정부 쪽은 이것이 중국을 배제하거나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볼 때 한국이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에 한 발 깊숙이 들어간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전화 회담에서 "디커프링과 공급망 차단의 부정적인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의 안정과 원할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국의 IPEF 참여에 반대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만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5월의 바이든-문재인 정상회담 성명 때 나온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라는 문구가 그대로 반복됐으나, IPEF 참가 선언과 중국의 인터넷 망을 겨냉한 "개방적인 인터넷(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을 조성하고 인권을 수호" 등의 표현까지 감안할 때, 대중 견제로 한국 외교의 방향 전환이 눈에 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2일 윤 대통령의 이런 자세에 대해 "그동안 미중 사이의 애매한 외교와 결별했다"고 보도했다.

사라진 '판문점 선언'...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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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 번째 눈에 띄는 대목은 '대북 강경노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운동 때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에 퍼주기'로 공격하면서 대북 선제타격, 사드 추가 배치 등 대북 강경책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윤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 성명의 대북 관련 표현을 보면, 마치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성명의 표현을 180도 뒤집어 놓은 듯하다. 예를 들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로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간, 북미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이라는 표현은 완전히 삭제됐다. 그 대신 "한미일 삼국협력의 중요성 강조"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 등이 새로 추가됐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은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음을 강조"라는 의례적인 문구만 포함됐다. 여기에 북한이 알러지 반응을 보였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확대가 더해졌다. 미국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을 전하며 북한에 대한 '러브레터'가 없어진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러브레터가 없어진 윤 정부의 대북정책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관해선 '한반도의 비핵화'와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그대로 쓰인 것은 다소 의외다. 윤 정부 쪽은 한반도의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용어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지난해 5월 성명의 표현이 유지되고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에 힘써온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유례 없는 전화통화를 한 것은, 미국이 윤석열 정권의 대북 강경 흐름에 일종의 제동을 건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중재자 바이든?...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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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2022.5.21 ⓒ 대통령실 제공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일관계다. 지난해 5월의 공동성명과 이번 공동성명을 비교하면 일본 부분이 비슷한 것 같지만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5월 성명에서는 "우리는 북한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 우리의 공동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의한 질서를 강조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는 이 표현 중 "북한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가 "북한의 도전에 대응하고"로 바뀌었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일본과 안보 분야까지 포함한 광범위하고 깊은 협력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얘기를 한다"면서 한일 협력 문제를 길게 꺼냈다. 그는 "굉장히 가까운 한미일 간 삼각 경제관계를 가지고 있고, 군사적인 관계도 맺고 있다"면서 전임자(문재인, 아베 신조) 시절에 무역장벽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자신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무언가 노력을 할 것이라는 대목으로 읽힌다.

하지만 한일 갈등에 대한 섣부른 미국의 중재는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2015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사례는 잘 보여준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일본군위안부 갈등으로 미국의 아시아전략이 차질을 빚자, 2014년 3월 헤이그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를 초청해 3자회동을 주도하는 등 중재 노력을 펼쳤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노력은 결국 한국 사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좌초됐다. 오히려 더욱 큰 갈등으로 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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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2022.5.22 ⓒ 연합뉴스

 
바이든-윤석열 정상회담은 양국 중 한 쪽의 지도자만 바뀌어도 대외정책이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의 노선을 탈피해 '안보도 경제도 미국'이라는 미국 일변도 정책을 선언한 듯하다. 대북정책에서도 문 정부의 대화 중시노선을 버리고 억지를 중시하는 강경책을 표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윤 대통령의 선택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그런 선택이 가져올 도전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예상되는 중국과 북한의 반발, 쿼드의 한 축인 호주의 갑작스러운 정권 교체 등이 당장 직면하게 될 도전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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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문제 평론가로 일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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