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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7시 50분 등교...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주장] 보충·자율학습에 지쳐가던 아이들... 걱정스런 '9시 등교제 폐지' 공약

등록 2022.05.22 19:07수정 2022.05.2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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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 ⓒ 연합뉴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잘 보이는 곳이다 싶은 장소엔 예외 없이 선거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하나 같이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을 제시하고 그걸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너무 많아 눈에 띄지 않아서인지 관련자들의 말들은 더 거칠어지고 편가르기는 더 심해지는 것 같아 '혐오'의 감정마저 든다. 그런데 이러한 이상한 현상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같이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정보는 이상하리만치 보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경기도 교육감 출마자 관련 기사들이 가뭄 끝 단비처럼 반가웠다.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더 좋은 후보는 누구인지, 교사의 자부심을 일으켜 세워줄 정책을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는데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큰 기대를 하고 읽었다. 하지만 너무 실망스러웠다. '9시 등교제 폐지'가 주요 공약이라니 설마하고 또 읽었다. 그리고 한동안 멍했다(관련기사 : 9시등교 폐지부터 혁신학교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경기교육감 http://omn.kr/1yxr8).

'9시 등교제 폐지'를 주장한 후보는 "9시 등교제 폐지를 통해 맞벌이 부부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안전한 통학을 먼저 시행하고 싶다.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또 학력을 강화하는 책임 있는 돌봄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런 주장을 할 순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9시 등교제'의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은 무엇인지 또 '9시 등교제 폐지'가 가져올 긍정적 변화와 부정적 변화는 무엇인지 현황을 파악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 하지만 보도 내용에선 그러한 진지한 고민을 찾을 수 없었다.

'9시 등교제 폐지'를 주장한 후보는 해당 공약을 통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안전한 통학과 학력 강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9시 등교로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등굣길에 함께 하지 못하니,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등교 시간을 앞당긴다는 것이다. 부모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한 저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솔깃할 공약이다. 또 학력 강화를 위해 일찍 등교하여 수업을 한다니 아마도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학력이 낮다고 걱정하는 이들 역시 솔깃할 것 같다. 

8년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9시 등교제'가 도입되던 8년 전, 당시는 청소년 복지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였다. 또한 미국질병관리본부의 연구를 비롯한 국내외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충분한 수면이 청소년 성장에 꼭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2014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전국 최초로 실시한 것이 '9시 등교제'인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당시 대부분의 학교 등교 시간은 8시쯤이었다. 고등학생들은 더 빨랐다. 일찍 학교에 나온 학생들은 자율 학습을 하거나 보충수업을 받았다. 대다수 고등학교는 0교시를 만들었고, 선생님들은 잠을 못 이기는 학생들을 설득하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학습을 강요했다. 내가 근무하는 중학교도 7시 50분까지 등교하여 8시부터 보충수업 또는 자율학습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당연해서 그러려니 했었다. 부끄럽게도 나 역시 그것에 따라오지 못하거나 거부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이제 이른 등교 시간에 맞추기 위해 뛰거나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 모습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단 '증거'라고 여기던 과거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뛰지 않고 밝게 웃는, 1교시부터 활기찬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우리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바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9시 등교제 폐지'라니... 정말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인 건가?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 모습을 다시 보자는 것인가? 나는 다시 지난 시절 부끄러운 교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학부모 특히,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출근 때문에 자녀의 통학을 함께 하지 못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믿을 수 있는 학교에서 좀 더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바라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이라면 시대에 뒤처진, 과거로 돌아가자는 정책보다는 청소년들의 복지와 자율적 성장을 중시하는 시대 정신을 반영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구시대적인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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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 ⓒ 연합뉴스

저학년 자녀의 등굣길을 함께 하지 못해 걱정인 부모님을 위한다면 일부 직장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육아 시간 보장을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를 어른에 맞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마음 놓고 1~2시간 늦게 출근해 아이들의 등굣길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교육감이라면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것이 제도화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본다.

교육은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올바른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올바른 사회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9시 등교제' 유지와 폐지 중 어떤 것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가져올까? 너무 쉬운 답이다. 그럼에도 이게 문제가 되고 주요 공약으로 나오다니...

더 놀랍고 화나는 것은 '9시 등교제 폐지'의 이유로 돌봄 책임을 이야기하며 '학력 강화'를 내세운 점이다. 결국 0교시 수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구시대적이다. 꼭두새벽에 등교하여 졸린 눈으로 멍하니 수업을 받는 것이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구식이다.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학력 신장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하는 시대에나 마주했을 사고방식이다. 주어진 문제 상황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그 능력을 보는 요즘과는 맞지 않는 교육관이다. 

일찍 출근(등교)해 남보다 늦게까지 일(공부)하며 뿌듯함을 느끼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그러한 교육을 받은 이들이 만든 토대 위에 충분히 자고 스스로 계획에 따라 실천하는 새로운 세대가 자랑스런 세계 속 한국을 만들고 있는 시대다.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온 교육감이라면 시대 정신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을 해주기 바란다.

시대를 읽고, 아이들 미래를 위해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밤새 고민을 하는, 탁상에서가 아니라 현장을 중시하는 교육감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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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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