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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딱 5월 한 달만 먹을 수 있는 새우

캐나다 밴쿠버 지역의 점박이 대하 '스팟 프런' 즐기는 법

등록 2022.05.27 13:27수정 2022.05.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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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진심인 우리 부부는 제철 음식에 특히 관심이 많다. 제철에 나올 때 넉넉히 사서 보관하고, 보관 불가한 것은 최대한 신선하게 즐기며 먹는 것이 우리의 식사법이다.


식비가 제법 많이 나온다 생각할 수 있지만, 외식을 전혀 하지 않고 집밥만 먹기 때문에 생각만큼 그리 많이 들지 않고, 또한 노부부가 다른 데에 돈 쓸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냥 건강하게 먹고, 건강한 만큼 움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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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 새우 파티를 하던 날 ⓒ 김정아

 
우리가 사는 캐나다 밴쿠버 지역은 태평양 바다와 닿아 있다. 그리고 이 스팟 프런(spot prawn)이라고 불리는 새우는 밴쿠버 섬과 내륙 사이에 있는 바다에서 5월 한 달간만 만날 수 있다. 6월이 되면 산란기로 들어서기 때문에 포획이 금지된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점박이 큰새우'라는 뜻인데, 머리 바로 아래에 하나, 꼬리 끝쪽에 하나, 하얀 점이 있는 아주 큰 새우이다. 살아서 팔딱거리는 이 새우를 항구 쪽 배에서 내리자마자 팔기 때문에 아주 인기가 좋다.

이 점박이 새우는, 미대륙 연안 태평양 바닷가의 7가지 새우 종류 중에서 사이즈가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릴 때 2년간은 수컷으로 자라다가 나머지 2년은 암컷으로 살아가는 특이한 생물이다. 그래서 큰 암컷은 길이가 23cm까지 나간다고 한다.  
살아 있을 때에는 갈색에 가까운 붉은빛이 돌고, 익히면 분홍색이 된다. 맛은 단맛이 느껴질 정도로 감칠맛이 난다. 우리는 매년 이맘때 이 새우를 넉넉히 사서 일부는 먹고, 남은 것은 냉동했다가 일 년간 아껴가며 먹는다.

어부에게서 직접 구매하는 구조

우리는 어부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예약했다가 구매를 했다. 하지만 새벽부터 가서 항구에 가서 직접 줄을 서기도 한다. 예약을 받지 않는 어부들이 항구에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딱 지정된 날짜에 받으러 갔다. 작은 트럭에 생새우가 펄떡거리는데, 예약한 사람들이 받으러 오면, 저울에 직접 달아준다. 인심도 넉넉하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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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우잡이 배가 들어오고 있는 라드너(Ladner)항구 ⓒ 김정아

 
마침 우리가 사고 있는데, 직원이 바닷가를 보며 말했다. "저기 우리 배가 들어오네요!" 반기며 손을 흔들어주는 그녀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이렇게 수시로 잡아서 바로 제공을 하니 신선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이런 식으로 구매를 하면, 그 수익이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아서 좋다. 우리는 아이스박스를 가져가서 모두 한 군데에 담아왔다. 새우는 집에 도착했을 때에도 살아서 펄떡거리며 뛰었다.

새우는 받자마자 손질에 들어가야 한다. 바다에서 바로 냉동한 새우라면 모를까, 이렇게 생새우를 받으면, 죽기 전에 처리를 해야 한다. 새우는 죽는 순간 머리에서 살 쪽으로 효소가 흘러들어가 살이 물러지기 때문이다. 즉, 아차 하는 순간 새우 살의 탱글함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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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새우를 잡아 머리를 떼어서, 몸통만 소금물에 담가 냉동하고, 머리로는 육수를 만든다 ⓒ 김정아

 
그래서 산 새우를 잡아서 즉시 머리를 떼거나, 아니면 산 채로 바로 익히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우리는 싱크대에 쏟아놓고 남편이 머리를 떼었다. 머리와 몸통이 닿은 부분을 바짝 잡아서 빠르게 비틀어 떼어야 한다. 일단 이렇게 잘라 놓고 나면, 얼음을 채워서 먹기 전까지 보관할 수 있다. 

만일 더 오래 보관하고 싶다면 소금물을 만들어서 담아 냉동하면 일 년간 생생하게 먹을 수 있다. 물 1리터에 소금 한 큰 술 넣어서 소금물을 준비해 뒀다가, 손질한 새우를 통에 담고 부어주면 된다.

스팟 프런을 가장 효과적으로 먹는 방법 

1. 회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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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회. 레몬을 살짝 뿌려주면 더욱 맛있다. 이 새우의 특징인 흰 점이 눈에 띈다. ⓒ 김정아

 
오직 사 오자마자 살아 있을 때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 이건 꼭 먹어야 한다. 새우가 살아 있을 때 재빨리 머리를 떼낸다. 그리고 껍질까지 바로 벗기면 먹기 더 편하겠지만, 그러면 순식간에 볼품이 없어진다. 또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동안 온도가 너무 올라가므로 그냥 한 번 씻어서 그대로 상에 올리고, 즉석에서 까먹는 것이 더 좋다.

와사비를 곁들여 간장에 찍어 먹으면 제일 잘 어울린다. 아니면 레몬즙만 뿌려서 그대로 먹어도 일품이다. 놀랍게도 새우 자체에서 단맛이 난다.

2. 물에 데쳐서 버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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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1분 안쪽으로 재빠르게 데쳐낸 새우. 녹인 버터에 찍어 먹으면 일품이다 ⓒ 김정아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다. 아니,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렇게만 먹었다. 재빨리 머리를 제거한 새우를 팔팔 끓는 물에 던져 넣고, 딱 1분만 삶는다. 정말 순식간에 익어 버리기 때문에 너무 익혀 퍽퍽하게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버터를 전자레인지에 살짝 녹여서 찍어먹으면 살이 탱글 하면서 풍미가 가득한 맛이다.

3. 새우 소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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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포일을 두르고 소금을 얹은 후 8분 정도 굽는다 ⓒ 김정아

 
회도 맛있지만, 역시 한국인의 사랑인 새우 소금구이도 빠질 수 없다. 남편은 머리를 붙인 채 조리를 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지만 한국에서는 다들 이렇게 먹지 않는가! 소금 넉넉히 두르고 뚜껑 덮어 8분 정도 익히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익는다. 

이 맛은 굳이 표현할 필요도 없는 완벽한 맛이다. 머리도 먹느냐는 남편의 말에, 원래 머리가 더 맛있다고 알려줬더니 이제는 잘 먹는다. 랍스터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이해하니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4. 새우 머리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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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낸 새우 머리를 튀겼다. 이왕 튀기는 김에 민들레 꽃도 함께 튀겨 곁들이로 내니 더 좋았다 ⓒ 김정아

 
또한 남편이 재빠르게 잘라낸 머리도 그대로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 머리로 육수를 만들면 여러 가지 해산물 요리에 아주 좋다. 그리고 오븐에 살짝만 구워서 비린내를 날린 후 냉동해두면, 일 년 내내 된장찌개 끓이거나 모든 국물요리에 하나씩 던져 넣어서 훌륭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걸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내면 또 색다른 맛이다. 특히 촉수와 다리는 튀기고 나면 새우깡 맛이 난다. 입안에서 바삭바삭하면서 고소하다. 튀겨서 맛없는 게 뭐가 있겠냐만서도, 칼슘도 풍부한 새우 머리는 맛과 영양을 한 번에 잡는 음식이다.

5. 간장 새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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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새우장 ⓒ 김정아

 
일부는 새우장을 담갔다. 바빠서 정식으로 간장과 다른 양을 계산하여 담그기는 번거롭길래, 작년 가을에 고추 장아찌 만들고 남은 간장을 한번 끓였다가 그대로 식혀서 부었다. 

정말 별로 한 일 없이 새우장이 완성되었다. 짠 정도도 딱 적당했고, 생새우 부럽지 않은 맛이 났다. 생각해 보면, 간장게장은 한번 먹으려면 무척 힘이 드는데, 이 새우장은 먹기도 간편해서 좋은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새우를 사온 날, 일년치 새우를 먹는 기분으로 즐거운 파티를 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냉동했다. 특별한 기분을 느끼고 싶은 날, 조금씩 꺼내서 즐길 것이다.

그리고 버릴 것 없는 이 새우를 다 먹고나서, 그 껍데기는 밭으로 갔다. 밭 흙을 깊게 파고 바닥에 버린 후 덮으면 칼슘과 영양이 충분한 퇴비가 된다. 이 위에 토마토를 키우면 병충해 없이 건강히 자란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가는 이치는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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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껍데기를 토마토 밭의 밑바닥에 깔아주면, 토마토가 아주 튼튼하게 자란다. ⓒ 김정아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새우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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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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