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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의 일주일... "짤려" 박지원 "모욕" 서지현

[取중眞담] 디지털성범죄TF 사실상 해산, 국가정보원장도 이례적 공백

등록 2022.05.17 17:20수정 2022.05.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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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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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5일 법무부가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위원인 추적단 불꽃과 리셋의 강의를 진행했다. 사진은 세미나 진행을 맡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서지현 검사. ⓒ 소중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짤렸다"고 표현했다. 서지현 검사는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일주일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서 검사는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아래 TF)'의 팀장을 맡고 있었다. TF 전문위원회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서 검사는 그동안의 활동과 성과를 책으로 발간하고 미진했던 법안 발의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는 등 막바지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16일 불쑥 서 검사를 비롯한 법무부 소속 일부 검사들에게 '원대복귀'를 통보했다. 서 검사 사례만 놓고 보면 사실상 'TF 해산'을 명령한 셈이다. 서 검사는 "TF 마무리가 안 됐다는 한 가지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검찰에 사표를 냈다.

이 사실이 보도된 후 법무부는 "이번 조치는 파견 업무의 유지 필요성, 대상자의 파견 기간, 일선 업무의 부담 경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기가 남았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마무리 업무 중이었던 서 검사가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해명이다.

디지털성범죄는 꾸준히 진화해왔다. 반면 국가는 이를 통제하기는커녕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국가의 방관을 먹고 자란 '텔레그램 n번방'은 세상에 큰 충격을 안겼다. TF는 수많은 피해자의 고통과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사람들 덕분에 만들어졌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한동훈 법무부장관 임명의 앞둔 상황에서 법무부가 가장 신속히 한 업무는 결국 'TF 해산'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한 윤 대통령답다.

서지현과 박지원의 공통점... '일하는 사람을 쫓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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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21년 10월 28일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2021년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윤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11일 오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국정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통보였다. (관련기사 : [단독] 새 정부 '11일 오전 박지원 사퇴' 통보...교체기 '국정원장 공석' 이례적 http://omn.kr/1yvn0)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날 오후 2시 대통령 대변인실은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국정원장으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박 전 원장은 오후 4시께 "5월 11일자로 국정원을 떠난다"고 밝혔다.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의 인사청문 대상이다. 인사청문회는 빨라도 5월 말에 열린다. 지금도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은 수장을 잃은 채 운영되고 있다.

당초 박 전 원장은 "5월 9일까지는 국가와 국민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께, 그리고 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께서 대통령에 취임하고 원장이 새로 오기 전까지는 새 대통령께 충성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었다.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박 전 원장을 내보냈다. 이전 정부교체기 사례(국정원장 인사청문회 도입 후)에 비춰 봐도 국정원장을 공석으로 두는 건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김대중에서 노무현, 이명박에서 박근혜, 박근혜에서 문재인 정부로 넘어갈 때 모두 인사청문회를 거친 새 국정원장을 임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전 국정원장의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게 했다. 

노무현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갈 때만 약간의 공백이 있었는데 이 역시 대통령의 의지가 아니라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김만복·김양건 대화록' 유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사례다.

지난 1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지만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소집하지 않았다. 대남 맞춤용 다연장로켓을 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도 국가안보실 주재의 '안보상황점검회의'만 열렸다.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에선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이들을 사직하도록 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이 불거졌고 주요 책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관행이었던 일을 무리하게 수사·기소했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어쨌든 법원의 판단으로 그러한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는 선례가 만들어진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수사한 검사를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바뀌고 일하겠다는 사람들을 내보내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 핵심부에 검찰 출신이 많아 '법잘알'인 윤석열 정부는 이같은 일이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여부만 따질지도 모르겠다.

시민들은 정부를 평가하며 유죄냐 무죄냐만을 따지지 않는다. 국가가 사회적 비용을 들여 관행을 청산하라는 선례를 남겼음에도 가볍게 이를 무시한 일은 과연 '내로남불'의 엄격한 잣대를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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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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