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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맡길 아내 옷을 헌옷수거함에... 어찌하나요?

수거함이 지자체 관할인지 사설업체인지 확인부터... 자물쇠는 절대 따면 안 됩니다

등록 2022.04.15 06:04수정 2022.04.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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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신발장 옆에 있던 옷들 어디 갔어? 세탁소에 맡기려고 쇼핑백에 챙겨둔 건데..."

일요일(10일) 저녁, 아내의 말을 듣자마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전날 딸아이의 겨울옷을 정리했었다. 한 무더기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다가 신발장 옆 아내의 옷 예닐곱 벌을 발견했고, '칭찬 받아야지' 하면서 함께 아파트 단지 내 헌옷수거함에 넣어버렸다. 인정욕구가 부른 참사였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풀어낼 이야기는 헌옷수거함에 잘못 넣은 옷을 다시 찾아내기까지에 대한 것이다. 실수하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누구나 완벽하진 않다. 나처럼 판단 착오를 범한 사람들이 침착하게 귀한 물건을 되찾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겪은 일을 공유한다. 다시 사건 발생 시각으로 돌아가 보자.

'좋은 남편' 인정욕구가 부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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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옷수거함에 옷을 잘못 넣었다는 걸 인지한 새벽 당시 모습. 계절이 바뀔 때여서 옷가지들이 많이 나왔다. ⓒ 김지현

 
충격적 소식을 들은 아내는 이른 저녁 시각이었지만 얼굴에 칠흑 같은 어둠이 서린 채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찾아야 한다. 재빨리 수거함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 옆엔 수거함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셋 중 어느 수거함에 아내의 멀쩡한 옷을 넣었는지 1도 기억이 안 났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을 그제야 다시 깨달았다. 어찌됐든 위치 확인은 완료. 

그다음 수거함을 살폈다. 혹시나 수거업체의 연락처가 기재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애석하게도 수거 가능-불가능 품목만 적혀 있었다. 경비실을 돌아다니며 "옷 가져가시는 분 연락처 아시나요? 제발요"라고 여쭸다.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우리는 모르지. 날 밝으면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봐요."

다시 사건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젠 수거함이 얼마나 찼는지 살펴볼 차례였다. 우리 단지를 담당하는 헌옷 수거업체는 일주일에 대략 2번 방문했다. 수거함에 옷이 가득 찼다면 금방 다시 방문할 테고, 수거함이 가볍다면 하세월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손으로 흔들어 보니 수거함은 비교적 가벼웠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찾아보니 '어떤 업체는 알아서 수거함을 눕힌 뒤 손을 넣든가 다른 도구로 꺼내보라고 안내한다'는 내용의 블로그 글이 있었다. 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꺼낼 수 있을까. 내부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플래시를 켜고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세탁소 제공 옷걸이를 펴서 고리처럼 만들어 봐도 꺼낼 수 없는 구조였다. 대략적인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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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이용하면 옷을 뺄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수거함 구조상 불가능했다. 헌옷수거함 개념도. ⓒ 김지현

 
멀쩡한 옷을 내다 버린 상황은 자책을 불렀고 자괴로 이어졌다. '물어봐야 했거늘, 왜 독단으로 행동했는가.' 뜬 눈으로 잠을 잤는지 말았는지 모르게 월요일 아침은 속절없이 밝았다.

다행히도 관리사무소는 수거업체 연락처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관리사무소와 계약을 맺은 업체 관계자의 번호일 뿐 현장 수거직원의 번호는 아니었다. 나와 연락이 닿은 관계자는 사무적 어조로 덤덤하게 말했다. 

"제가 그 동네 담당하는 직원한테 연락해볼게요. 현장에서 수거할 때는 전화를 못 받아요. 움직임이 많아서 폰을 떨어트리는 일이 다반사여서요. 내일 다시 회신 드릴게요. 요새 옷을 많이 내놓는 철이라 수거하는 직원이 조만간 다시 방문할 수도 있으니 수거함에 연락처랑 '옷 잘못 넣었으니 연락 바란다'는 메모를 남겨놓으세요."

아파트 단지에 공개된 내 개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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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멀쩡한 옷을 내다버린 뒤, '살려달라'는 내용의 간절한 호소문. 동네방네 전화번호를 알렸다. ⓒ 김지현

 
업체 설명에 따르면 수거직원은 지난주 금요일에 왔다갔단다. 비관적으로 보면 꼬박 일주일을 기다려야 할 수도, 실낱같은 희망을 섞으면 적어도 수요일엔 다시 들를 듯했다.

난 직원에게 2시간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 수거직원과 연락이 닿았는지 물었다. 업체 관계자는 "그분이 전화를 안 받네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수거직원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물었지만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당연하게 "직원의 개인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 했던가. 내 개인정보를 동네방네 공개했다.

"옷을 잘못 넣어 찾고자 합니다. 수거시 010-98XX-XXXX으로 연락 꼭 부탁드립니다."

1시간에 한 번 꼴로 수거함 앞을 서성이다가 유튜브에 '자물쇠 따는 법'을 검색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서라,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헌옷수거함은 사유물에 속한다. 함부로 손을 대고, 심지어 잠금 해제까지 하는 건 범죄다. 

'찾아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업체 관계자의 도움과 현장 수거직원의 수고로움이 더해져야 할 일이었다. 해가 지고, 별이 뜨고, 긴 한숨이 무거워질 때 전화기 벨소리가 울어댔다. 온종일 내게 시달린 업체 관계자도 덩달아 기뻐했다. 수거직원이 오늘 바빠서 전화를 확인할 틈이 없었다고, 내일(화요일) 오후 시간을 내어 한번 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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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역할을 도맡았던 우리동네 헌옷수거업체 직원. 1.5톤 트럭이 버거워 보일 정도로 헌옷이 쌓여 있었다. 심지어 조수석까지 헌옷으로 찼다. ⓒ 김지현

 
운명의 화요일 오후는 더디게 찾아왔고, 헌옷수거트럭은 육중한 몸을 이끌고 동네로 들어왔다. 아내와 나는 귀빈을 영접하듯 두 손 모아 수거직원에게 인사했다. "오셨군요. 고맙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수거를 하다가 일부러 우리 동네까지 들른 수거직원은 땀범벅이 돼 있었다. "날이 더워져서 그런가, 옷 내놓는 사람들이 정말 많네요." 이틀 전만 해도 가볍게 느껴졌던 헌옷수거함은 이미 꽉 찼고 수거함 밖으로도 옷들이 쌓여 있었다. 트럭을 보니 여기에 우리 동네 옷을 더 실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조수석마저 헌옷들로 꽉 차 있었다. 한국이 세계 5위의 헌옷수출국임을 뜻밖의 상황에서 체감했다. 

어느 수거함에 옷을 넣었는지 몰라 결국 수거함 세 개를 모두 개봉했다. 두꺼운 겨울옷들이 산처럼 쌓였고 우리 부부는 옷 무더기를 헤집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동네 주민 몇몇이 '쯧쯧, 옷을 잘못 내놨구만'이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훑고 지나갔다.

묵은 먼지를 흠뻑 마셔 목이 칼칼해질 즈음, 아내의 익숙한 옷이 보였고 두 손으로 건져 올려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난장판이 된 현장에서 수거직원도 함께 웃었다. 자괴로 점철된 사흘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사라진 옷들은 돌아왔고, 상처 난 마음에도 새살이 돋았다. 

[핵심 정리] 헌옷수거함 속 물건 되찾는 방법  

헌옷수거함에 잘못 넣은 옷을 되찾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헌옷수거함이 지자체 관할 수거함인지, 사설업체 수거함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헌옷수거함에도 종류가 있다고? 있다. 그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달라진다. 내가 사는 지역의 군포시청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처 방법을 파악했다. 

수거함 표면에 'OO시', '□□구'처럼 지자체 이름 혹은 일종의 일련번호나 관리자(업체) 이름이 명기돼 있다면 지자체가 헌옷수거업체와 계약을 맺어 관리·운영하는 수거함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자체 행정조직 중 '자원' '순환' 같은 단어가 들어간 곳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자. 지자체는 계약을 맺은 업체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다(지자체마다 운영방식이 다를 수 있다). 군포시의 경우, 지자체와 계약을 맺은 수거함 400여 개에 관리번호를 부여해놔 동선 파악이 용이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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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가 수거업체와 계약을 맺어 관리하는 헌옷수거함. 군포시의 경우, 몸통이 짙은 회색이고 상단부분이 노란색인 수거함은 지자체 관할 수거함이다. 관리번호도 있고, 업체 및 연락처도 명기돼 있다. ⓒ 김지현

 
그러나 대한민국 모든 헌옷수거함이 지자체 관할 수거함인 건 아니다. 수거함에 업체명이나 연락처가 기재돼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난감한 상황이다. 

만약 해당 헌옷수거함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연락처를 물어보자. 관리사무소가 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락처 확보가 수월하다. 수거업체와 연락이 닿으면 수거일을 파악해 대기하면 된다.

그런데 주택밀집지역 골목 혹은 일반 도로변의 사설업체 수거함이라면 연락처 파악이 어렵다. 대개 이런 수거함은 '불법점유물'에 속한다. 몇날 며칠 대기하면서 수거업체의 방문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나와 통화한 군포시 공무원에 따르면, 수거함에 옷을 잘못 넣었다는 민원이 꽤 있다고 한다. 1년에 한 번 꼴로 "헌옷수거함에 옷을 넣었는데, 그 안에 보석 반지가 들어갔어요. 도와주세요"라는 민원도 들어온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너무 급해 '자물쇠 따는 법' 이런 걸 실행해 옮기진 마시라. 범죄다. 2014년 제주에선 수거함을 돌아다니며 헌옷을 빼낸 40대 남성이 절도죄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기도 했다. 내가 되지 말란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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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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