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코로나 개학 후 일주일, 학교 상황은 상상 이상이었다

확진자 파악, 전화 응대 등으로 수업 준비 어려워... 현실과 다른 지침에 교사들만 난감

등록 2022.03.08 21:34수정 2022.03.08 21:34
8
원고료로 응원
a

전국 초·중·고교 개학 날인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향하기 전 손소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매년 3월 초가 되면 선생님들은 새로 맡는 아이들을 보며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을 즐겁게 혹은 암담하게 상상하고, 시간을 쪼개 상담을 하고, 각종 동의서를 수합하고 학부모 연락을 하고… 또 새로 맡게 된 업무를 파악하고 계획하고 보고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이 없다.

그래도 뭐랄까, 새로움이 주는 설렘으로 바쁨 속에서도 행복한 날들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설렘은 찾을 수 없다.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한 업무로 말 그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요즈음 학교는 전쟁통이다.

개학 전 학교에서는 새 학기 준비, 특히 폭증하는 코로나 방역을 위한 부장 회의를 했다. 뭔가 대책이 세워지겠지 하는 희망과 뭔 대책이 있겠어 하는 답답한 마음으로 참석했다. '개학을 할 것인가?, 개학은 한다면 등교 수업을 할 것인지 원격수업을 할 것인지?, 원격수업을 한다면 전면 원격인지 아니면 일부 등교, 일부 원격인지?'가 회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의는 교육과정이나 연간계획에 관한 논의에 집중되었다. 당장 급한 것은 놔두고… 한가한 것인지 현실감이 없는 건지… 회의는 한참을 그렇게 진행되었다. 답답함을 참지 못했는지 한 부장님이 말했다.

"그래서 다음 주에 아이들 학교에 오나요? 정상적인 개학을 하나요?"

그러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 한 마디씩 했다.

"코로나19로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정상적인 개학과 수업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처럼 위험하지는 않고, 백신을 맞은 학생들도 많으니 새 담임선생님을 만나야 하고, 선생님들은 학생들 파악을 해야 하고… 그래서 개학을 늦추는 것보다는 개학 후 단축 수업을 했으면 합니다."


자연스레 대부분의 부장님의 의견이 개학 후 단축 수업으로 모여질 즈음 교감 선생님이 말했다.

"저 역시 현재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개학 후 단축 수업이 적합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근 학교와는 다르게 우리 학교만 그래도 되는지 걱정스럽습니다."

"뉴스를 보면 학교장 자율로 결정하는 것으로 나오던데요. 아닌가요?"

"교육청 지침은 개학하고 등교 수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근 학교에서도 서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학교 상황을 좀 더 봤으면 합니다. 그 사이 교육청에서 지침이 올 것 같고요."


그제야 부장 회의 시간에 왜 한가한(?) 이야기부터 했는지 이해가 됐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겉으로는 자율성을 준 것 같지만 실제로는 통제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뉴스와 다른 교육청의 지침 사이에서 서로 눈치만 보는 학교들의 익숙한(?) 모습에 암담했다. 계속된 부장들의 건의에 교장 선생님은 결국 3월 첫 주는 3월 2일 개학하고 등교 수업을 하되 단축 수업을 하고 3월 2주는 확진자 숫자, 교육청 지침과 인근 학교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하셨다.

확진된 학생만 30명, 3차 접종 교사도 확진
 
a

전국 초·중·고교 개학 날인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지급받은 코로나19 자가검진키트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무엇 때문인지 무거운 침묵이 한참 흐르고 난 뒤 보건 선생님이 교육청에서 나온 방역 지침을 설명했다.

"학생, 교직원 모두 매일 자가 진단 앱에 들어가서 자가 진단을 하고 이상이 없는 경우만 학교에 와야 합니다.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많으니 자가 진단을 꼭 해야 합니다. 자가 진단키트를 학생들에게는 1주일에 2개, 교직원들에게는 1개를 나눠줄 겁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수요일, 일요일, 교직원들은 일요일에 자가 검진을 해서 이상이 없으면 등교하고, 이상 있으면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PCR 검사 결과 이상이 없으면 등교하고 이상 있으면 자가 격리를 합니다."

"자가 진단 안 하면 학교 못 오나요? 가족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경우는 어떻게 하죠?"

"아뇨, 자가 진단은 의무 사항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감염 예방을 위해 꼭 하도록 지도해 주세요. 가족 중 확진자가 있는 학생은 학생이 백신 접종 완료자인 경우는 등교하고요, 완료자가 아닌 경우는 등교하면 안 됩니다."
 

질문과 설명이 한참 이어지는 동안 난 담임선생님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는구나, 담임선생님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은 차치하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엄청 혼란스러워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준비와 각오를 하고 개학을 했지만, 코로나 상황은 선생님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확진된 학생은 30명이 훌쩍 넘었고, 선생님들 모두 3차까지 백신을 맞았지만, 확진자가 여러 명 나왔다. 담임선생님들은 ▲확진자 파악 ▲정상적인 개학에 불만을 가진 학부모님들의 전화 응대 ▲각종 동의서 수합 등으로 수업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보건 선생님은 ▲발열 체크 ▲반별 확진자 수합 및 보고 ▲확진자 발생에 따른 대처 ▲문의에 대한 답변 등으로 하루 종일 힘겨워했다. 학년부에 진단키트를 나눠주러 온 보건 선생님에게 한 담임선생님이 말했다.
  
"힘들죠? 혼자 했어요?"
"아뇨, 이번 주엔 단축 수업으로 급식 지원을 하지 않는 방역지원 두 분이 도와주셨어요. 그런데 다음 주는 급식을 해서 방역 지원하시는 분들이 도와주기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방역 지원 인력 추가 지원해 준다던데…"
"말뿐이에요. 준다고 하니 주겠지만 제때 줘야지요. 발표부터 하고 행동은 맨날 늦어요. 저도 저지만 담임선생님들도 너무 힘드시죠?"

"지금은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정신이 없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 우리 반에 어제 학교에 나왔다가 오늘 확진이라고 못 나온 아이가 있는데 어떡해요?"
"지침상 선생님 반 아이들은 3일에 한 번이 아니라 이틀에 한 번씩 자가 진단해야 해요."

"그럼 자가 진단키트를 1회분 더 주시나요?"
"아뇨 주 2회분만 줘요. 1회분은 개인적으로 사서 해야 해요."


"자가 진단은 의무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사서까지 할까요? 당장 꼭 해야 하는 거냐고 물으면 뭐라고 해요? 가급적 하라고 해요? 그러면 할까요? 그러다 반에 확진자가 폭증하면 제 책임인가요?"
 

선생님들은 현실을 무시한 지침을 납득하지 못함과 동시에 현장 상황에 맞지 않는 지원의 부족으로 인해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구나 싶었다.

여전히 뉴스에서는 3월 2주까진 학교 상황에 따라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교육청은 확진자가 전체 학생의 3%, 격리자가 15% 이상이어야만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확진자가 많이 나와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우리 학교를 부러워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정말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미크론이 다음 주나 다다음 주에 정점을 찍을 거라고 한다. 제발 그렇게 됐으면… 그리고 그 사이에 교육부와 교육청은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진짜 학교 자율성과 시기적절한 현장 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
#코로나19 학교 상황 #교육부 지침 #학교장 결정 #눈치 보기 #한계 상황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