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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운영에 넥슨 개입? 공공성 훼손한 대전시 사과하라"

시민단체, 시-넥슨 업무협약 내용 강력 규탄... 대전시 "업무협약 개정 불발시 기부금 반환 검토"

등록 2022.01.11 15:26수정 2022.01.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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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토닥토닥,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대전의료원 설립시민운동본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보건의료노조대전충남지역본부, 대전복지공감 등은 11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태정 대전시장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밀실협약을 전면 공개하고, 공공성훼손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시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후원업체와 밀실협약을 함으로써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이 협약 전면 공개와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토닥토닥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보건의료노조대전충남지부 등은 11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태정 대전시장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밀실협약을 전면 공개하고, 공공성훼손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건우아빠'로 알려진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을 비롯한 많은 장애아 부모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건립의 필요성을 촉구,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채택된 정책이다.

이에 정부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100대 정책과제로 선정,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가장 먼저 오는 9월 대전에 대전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장애아 부모와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으로 시작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자, 넥슨(NEXON)은 지난 2019년 병원건립비 100억 원을 기부했다.

문제는 대전시가 넥슨의 후원금 기부 당시 병원 명칭에 '넥슨'이라는 회사 이름을 넣기로 '업무협약'을 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발생했다.

장애아 부모와 시민단체, 시의회 등은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돼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건립비용 447억 원 중 국비 78억 원, 시비 229억 원 등 총 347억 원의 공공예산이 투입되며, 운영비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데, 명칭에 사기업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대전시가 넥슨과 비밀리에 맺은 '업무협약' 내용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대전시는 '비밀유지조항'을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그러자 대전시는 지난 10일 부랴부랴 협약내용을 공개하고 병원 명칭에 기업명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넥슨과 이 같은 입장을 협의 중에 있다면서 만일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100억 원의 기부금을 반환하겠다는 것.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전시가 넥슨과 맺었던 '협약 내용'이 추가로 공개돼 시민단체들의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대전시가 밝힌 협약 세부 내용은 ▲대전충남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기업 명칭 사용 ▲병원장 임명 시 대전시와 넥슨재단의 협의 ▲넥슨재단 운영위원회 참여 ▲20억 이상 사업비 증감 시 대전시와 넥슨재단의 협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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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조감도. ⓒ 오마이뉴스 장재완

 
"병원운영 개입 약속하다니... 공공성 훼손"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단체들은 "우리의 여러 차례 질의에도 비밀협약을 부인하던 대전시는 어제 결국 3년 만에 넥슨과의 업무협약을 공개했다"며 "그 내용을 들은 장애아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은 대전시에 배신감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전시민들이 눈물과 땀으로 끌어낸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인데 기업의 기부를 대가로 시민을 빼놓고 명칭을 줘버리고, 병원운영개입을 약속했다니 정말 믿을 수 없다"며 "시민과 함께한다던 대전시가 시민을 우롱하고 공공성을 훼손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왜 장애아 부모들은, 그리고 시민들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2013년부터 거리로, 청와대로, 국회로, 시청으로 쫓아 다니면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는지 대전시는 아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2020년 재활치료가 필요한 29만 명의 장애어린이 중 단 6.7%만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어린이재활치료가 수익이 나지 않아 병원들이 기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재활치료를 위해 떠돌아다녀야 하는 '재활난민'이 됐다. 장애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조기개입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쳤고, 중증장애어린이들은 상시로 생명의 위험에 노출됐다"며 "사회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어린이들의 필수적인 치료를 모른 척했기에 시민들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그렇기에 시민들은 병원건립을 위해 저금통을 모으고, 재능을 기부하고, 매년 기적의 마라톤과 기적의 산행, 기적의 새싹 캠페인을 벌여 결국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국가사업으로 이끌어 냈다"면서 "대한민국에 돈이 없어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민들이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대전시는 기업의 돈으로 시민의 마음과 정성을 찾아보기 어렵게 가려버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추가 공개된 협약내용에 대해서도 맹비난했다. 이들은 "공공병원 명칭에 기업 이름을 넣고, 병원장 선임을 기업과 협의하고,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기부'인가, 아니면 '투자'인가"라면서 "거기에 이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기부금을 반환하도록 협약했다고 하니, 이를 어떻게 정말 순수한 기부라고 할 수 있나"라고 따졌다.

아울러 대전시가 이러한 협약을 '비밀유지조항'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숨겨온 것은 '민주'를 짓밟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대전시는 넥슨재단과의 협약내용을 비밀유지조항이라는 이유로 시민에게 숨겨왔다. 그리고 협약서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에게 비공개 결정 통보를 했다"며 "그런데 현재 밝혀진 협약내용은 시민에게 숨겨서는 안 될 내용이다. 이를 시의회에도 숨겨왔다니 그 의도가 반민주적이며, 말 그대로 밀실협약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끝으로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 모든 일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밀실협약의 전면공개와 해명, 공공성을 우선한 조례제정을 통해 상처받은 시민에게 공공성 실현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원용철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사무 중 하나다. 그런데 대전시는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 할 '공공업무'를 넥슨이라는 민간 기업의 돈 몇 푼에 팔아버렸다"며 "넥슨은 기부한 것이 아니라,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숙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 본부장도 "정말 넥슨이 병원이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를 바란다면, 당장 병원운영과 관련한 모든 것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 "기업명 사용 안 할 것, 공공성 훼손 유감"

한편 대전시는 의회, 시민단체의 의견과 병원명에 기업명 사용할 수 없다는 보건복지부 의견 등을 받아들여 병원 명칭에 기업명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며, 병원장 임명 등 인사에 관련해서는 불합리한 내용으로 판단돼 협약 내용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20억 이상 사업비 증감 시 협의 사항은 사업을 추진하며 사업비가 증가할 경우 대전시의 지방재정부담 경감 등을 위해 대전시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내용이었으나, 이 또한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부자로서 운영위원회 참여는 개원 후 병원의 정상적인 운영과 재정적 기여 등을 위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넥슨재단과 업무협약 개정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기부금 반환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시 이동한 보건복지국장은 "당시 건립비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기업의 좋은 의미로 협약을 체결했으나, 그동안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함께해준 시민단체, 의회 등에 소상히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국 최초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결코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대전시 #넥슨 #토닥토닥 #밀실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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