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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였던 일가족, 한날한시에 죽은 이유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비밀의 집: 부라리 일가 사망 사건>

21.11.01 11:40최종업데이트21.11.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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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비밀의 집: 부라리 일가 사망 사건> 포스터.? ⓒ 넷플릭스

 
2018년 7월 1일 일요일, 인도 뉴델리 북쪽 중산층이 모여 사는 부라리 마을에서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도 어김없이 우유를 사고자 어느 3층 주택 건물 1층의 식료품점으로 향한 동네 주민, 하지만 식료품점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그는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식료품점에서 이어진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펼쳐진 장면을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 3층 주택엔 11명에 이르는 3대 가족이 한데 모여 살았는데, 다름 아닌 그 11명이 모조리 죽어 있었던 것이다. 10명은 뜰의 환풍기 그릴에 매달린 채 죽어 있었다. . 눈과 입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손은 전선 줄 등으로 묶여 있었다. 연로한 노모 1명은 쓰러져 죽어 있었다. 그리고 반려견 재키만이 살아남았다. 정황상 피살이 아닌 동반자살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집단 동반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다. 동네 주민들도, 유족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비밀의 집: 부라리 일가 사망 사건>은 일명 '뉴델리 죽음의 집'에서 일어난 희대의 사건을 다룬다. 불과 3년 전에 일어난 사건인데 발빠르게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는 건, 정황증거가 아닌 직접증거가 나와 사건을 완전히 종결지었다는 얘기가 된다. 누구나 알 만한 오래된 미제 사건이 아니라면 여전히 한창 사건을 파헤치고 있을 시기에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리가 만무하니 말이다.

평범한 가족의 믿을 수 없는 집단 죽음

바티아 가족은 뉴델리 남쪽 라자스탄에서 살다가 20년 전 북쪽 부라리 마을로 이사왔다. 3층 주택에 거주하면서 식료품점과 합판점을 운영해 경제적으로도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고 한다. 공동체 안에서도 타의 모범을 보이며 그 누구와도 트러블 없이 잘 지냈고 꾸준한 신앙 생활을 했으며 누구의 원한을 사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더군다나 불과 2주일 전에 큰딸의 약혼식을 아주 성대하게 치렀고 몇 개월 후로 결혼식이 다가와 있어서 새 식구를 맞이하고자 집을 수리하고 있기까지 했으니, 이들 가족이 집단 동반자살을 했다고 보기 힘들었다. 하여, 수사 초기엔 영적 의미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엄한 사람을 데려다가 범인으로 몰다시피 하기도 했다. 그도 엄연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안일하게 대처한 경찰 당국의 책임이 막중하다 하겠다.

그런 와중에, 수사를 이어가면서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혹시라도 외부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집의 문앞 거리가 훤히 보이는 CCTV를 1분 1초도 놓치지 않고 샅샅이 확인했는데, 침입의 정황은 전혀 보이지 않은 대신 가족들이 사건 며칠 전부터 의자를 마련한다거나, 전선 줄을 가져다 놓는다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포착됐다. 그런가 하면, 집안을 다시 한 번 샅샅이 확인하니 일기장 형식의 노트를 11권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 정녕 모든 게 담겨 있었다.

모든 게 담긴 노트에는...

노트는 바티아 가족을 이끌고 있던 막내 아들 랄리트가 쓴 것으로, 그 자신의 말이 아닌 2006년에 사망한 아버지의 말을 빌려 가족들에게 지시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다. 노트가 나온 후 사건 수사는 랄리트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쯤에서 그의 과거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랄리트는 성인이 되기 전에 오토바이 사고로 뇌손상을 입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일하던 곳에서 임금 건으로 고용주와 다툼을 벌이다가 고용주에 의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살아 돌아오기도 했었다.

이런저런 사건들로 정신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은 랄리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인 2007년부터 바티아 가족을 이끄는 가장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그의 남다른 카리스마도 한몫했겠지만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여전히 가족을 이끌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일기를 통해 유추해 보면 그는 아버지의 음성을 듣는 건 당연하고 아버지를 영접하기도 했다. 즉, 그는 본인의 카리스마와 아버지의 카리스마를 따로 또 같이 이용해 가족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해하기 힘든 건, 어떻게 그 많은 가족 구성원 중 단 한 명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까에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어린 아이들까지 비과학적인 세뇌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의문일 수밖에 없다. 10년 넘게 이어진 랄리트의 치밀한 가스라이팅인걸까.

정신 건강, 그리고 가부장제

작품은 사건의 결말을 '정신 건강' 쪽으로 풀어가려 한다. 사회에 암암리에 퍼진 정신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바티아 가족과 랄리트는 문제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했고 그런 상황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가부장제도 한 몫했다. 인도에 뿌리 깊게 박혀 있을 남성 중심주의적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사건을 들여다 보면 이 사건의 매듭이 풀린다.

서열도 막내이고 불행한 사건사고로 아프기까지 한 릴리트가 이 가족을 이끄는 가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남성 중심 사회의 통념상, 어찌 일개 여성이 가장의 절대적 권위에 반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황당하고도 안타까운, 무섭기도 하면서 추악한 면모가 뒤섞인 사건이다. 21세기 한복판, 인도 뉴델리 한복판에서 자행된 사회병리적 문제의 무시무시한 이면이다. 여기에 정신 건강 문제가 끼어들어 메인 이슈로 떠오르는 게 이해할 수 없지만, 이 다큐멘터리 자체가 인도에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또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부라리 일가 사망 사건을 뭐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 랄리트에 의한 일가족 살해? 사회 시스템에 의한 사회병리학적 일탈? 그 어떤 것으로 정의내리기도 어려운 혼란스러움만 남겼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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