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 은행으로 친환경 살충제 만든다

[짱짱의 농사일기 57] 저비용으로 고성능 자연농약 만들기

등록 2021.09.27 10:21수정 2021.09.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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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일 김장배추 모종 2천 포기를 심었습니다. 모종을 심은 다음날부터 좁은가슴잎벌레(이하 잎벌레)가 보였고, 한마리씩 손으로 잡아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잡아낸 숫자만큼 또 생겼습니다. 피해를 받은 어린 모종을 다시 심었지만 이후에도 벌레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농사를 10년 넘게 한 이후로 처음 겪어보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십자화과 작물에 피해를 주는 좁은가슴잎벌레 ⓒ 오창균

 
유기농사의 어려움은 병해충
 
잎벌레의 신경을 마비시켜서 죽이는 화학농약을 뿌리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사농장은 20년 넘게 유기농업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배추에 피해를 주는 해충은 막아야 하지만, 자연생태계와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농약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배추와 같은 십자화과 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잎벌레는 생육주기가 짧고 한번에 수백 개 이상의 유충을 낳을만큼 번식률이 높습니다. 배추농사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유기농사에서 경계하는 해충이기도 합니다. 여러 지역에서 같은 피해를 입고 있는 사진들이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오기도 합니다.
 
해충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것이 중요하지만 일단 다음 순서로 미뤄놓고, 당장에 해충을 퇴치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잎벌레 성충과 알에서 깨어난 흙속의 유충을 동시에 박멸하기 위해서 살충 성분이 있는 식물과 미생물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여름에 만든 자리공식물의 뿌리와 돼지감자 잎을 믹서로 갈아서 만든 살충제를 혼합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잎벌레 퇴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곤충병원성 선충' 미생물제를 구입해서 배추에 살포했습니다. 식물살충제는 눈에 보이는 성충을 잡아냈고, 보이지 않는 흙속의 유충은 미생물 효과를 보였는지 그 이후로 거짓말처럼 잎벌레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고 배추는 잘 크고 있습니다.
  

담금주로 만든 자리공뿌리(왼쪽)와 은행은 살충효과가 높다 ⓒ 오창균

 
저비용으로 쉽게 만드는 식물농약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사의 경험으로 보면, 친환경농사의 어려움은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만한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판매하는 친환경 유기농약도 여러 번 연속해서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고, 값비싼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부담이 됩니다.
 
그러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간단한 식물농약이 있습니다.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효과가 알려지면서 농사 현장에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잎벌레를 퇴치한 자리공은 높게 자라고 속이 비어있는 붉은 줄기와 검은 열매를 맺으며 봄부터 가을까지 밭과 산밑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뿌리에 살충 성분이 있습니다.
 
돼지감자는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감자와 잎에 살충 성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나무의 열매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농장에 있는 은행나무를 털었고, 은행알로 술을 담궜습니다. 물론, 해충에게 사용할 은행 담금술입니다.
  

자리공뿌리(왼쪽)와 돼지감자 ⓒ 오창균

 
유비무환의 농사
 
자리공뿌리, 돼지감자, 은행은 필요할 때 제가 농사에 사용해온 식물살충제입니다. 농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충은 다 잡아낼 수 있습니다. 중탕으로 다섯 시간 정도 삶아낸 물을 사용하거나, 주정(알콜)으로 살충 성분을 추출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술을 만드는 발효주정은 농민이라면 세무서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농사용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대량 제조가 아니라면 마트에서 판매하는 알콜도수가 높은 담금소주로 술을 담아도 됩니다. 3개월 이상 숙성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며 해충의 종류와 작물의 생육 상태에 따라서 희석 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 사용한다면 물을 500배로 희석하여 효과를 확인하면서 희석 비율을 낮추거나 높이면서 자신만의 사용법을 만들면 됩니다.
  

농사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은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한다 ⓒ 오창균

 
살충, 살균 효과가 있는 미생물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농사에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농업기술센터의 미생물 배양실에서 작물의 생육에 도움을 주거나 살균, 살충 효과가 있는 미생물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공급합니다. 농장이 있는 농업기술센터에서는 6종의 미생물을 5리터에 1000원을 받고 신청을 받아서 공급합니다.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로 문의하면 됩니다.
 
반드시 병해충이 발생하는것은 아니지만, 농사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를 해두는 것이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친환경 유기농사를 한다면 자연생태계의 질서를 크게 해치지 않아야 피해를 줄일수 있습니다. 화학농약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친환경 유기농사가 아닙니다.

관련기사 : 풀과 함께 키우는 배추, 잘 크고 있습니다
#자리공 #돼지감자 #은행 #실상사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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