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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서 윤석열 안수기도? 목사의 한 사람으로 수치스럽다

[주장] 한국 보수교회 목사들의 행태... 이래서 교회도 목사도 세상의 조롱거리 되는 것

등록 2021.09.17 17:14수정 2021.09.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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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들이 1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 1층 베다니홀에 마련된 고 조용기 원로목사의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교인 숫자로 세계 최대의 교회를 일궜던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이 땅의 삶을 마감했다. 그의 삶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다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대형교회를 이뤘을지언정, 한국 기독교가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우리네 역사는 외세의 침략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으며, 늘 강대국의 그늘에서 억압당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저마다 '한(恨)'이 많고, 자발적인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종교적인 심성'으로 발현되어 어느 종교를 믿든지 신심(信心)이 깊어지는 경향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좋은 말로 '신심'이요, 대부분은 '기복과 맹신'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기독교에서는 '무조건 믿습니다!'로 현실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고 조용기 목사의 소위 '삼박자 축복론'이 있다. '예수 잘 믿으면 영혼 구원뿐 아니라 물질과 건강까지 얻는다'는 것이 삼박자 축복론의 요점이다. 이에 대한 열광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형교회를 만들어 내는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교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 구원은 차치하고, 눈에 보이는 물질과 건강의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물신숭배의 자본주의 사회와 부합하는 메시지, 그것은 가난한 이들과 병이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의 메시지였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국 교회는 물신에 기초한 축복이 신앙의 척도가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양적인 성장과 대형교회를 세우는 것이 '부흥'의 척도가 되었다. 당연히, 대형교회를 이룬 목사들은 교계에서도 힘을 갖게 되었고, 유명 인사가 되고, 교인들의 헌금을 바탕으로 물질적인 영향력도 행사하면서 점점 세를 확장해갈 수 있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대형교회를 선호했고, 교회는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이 되어버렸다.

표류하는 대한민국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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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8월 6일 개신교 목사들은 서울 롯데호텔로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초대해 국가 조찬기도회를 열었다. ⓒ 유튜브 갈무리


이런 현상은 1980년대 이후 급격하게 이뤄졌다. 당연히 이 기간 동안 교회의 건강성은 상실되었고, 신앙의 본질을 고민하던 이들은 교회를 떠났다. 이에 반해, '삼박자 축복론' 정도로는 양이 차지 않는 이들은 사이비 이단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시대에 교회의 부흥은 목사의 개인기(?)로 좌우되었고, 그것은 결국 교인들의 마음을 얼마나 파고드느냐의 문제였다. 목사는 교인들의 인기를 얻어야만 했으니, 교인들 마음에 드는 말로 그들은 현혹하고, 거기에 종교적인 카리스마를 얹어 스스로 교주가 되어버리는 과정으로 치달았다.


화려한 언변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목사에 대한 교인들의 맹신적인 충성으로 대형교회를 이루면 목사는 거의 예수와 동급이 되어버리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신앙과 물질의 절묘한 조합, 기독교에서 가장 경계하던 물신숭배가 교회 안에서 횡행하고, 물신의 부스러기라도 얻어먹으려는 이들의 충성으로 그들은 더욱 더 견고한 교회라는 이름을 건 사이비가 되어왔던 것이다.

그들은 종교적인 권력에만 만족하지 않았고, 세속 정치권력도 얻고 싶었다. 그 첫 번째 시도는 정치권력에 아부하기였다. 국가조찬기도회 같은 것이 그 한 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폭력적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정권도, 찬탈한 정권에게조차도 축복을 빌어주었다.

조찬기도회에 참여한 면면들은 대부분 대형보수교회 목사들이거나 관계자들이었다.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자, 소위 '기독교정당'을 만들어 정치 일선에 나서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아직 몇 차례의 시도에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보수우익목사들은 지금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일들이 횡행하는 대한민국 기독교의 현실, 그것을 일탈한 행동을 하는 목사 개인의 문제일까? 결국, 그들을 지지하고 맹신하는 교인들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아닐까? '우리 교회 목사는 왜 그런 목사와 같지 않은가?' 의문을 제기하며, 그런 목사가 되길 요구하는 교인들의 문제는 없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기독교와 교회는 표류하고 있다고 본다. 제3의 종교개혁이 없이는 한국 교회에 제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아닐까 회의하고 있다. 

손가락질 당하는 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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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설치된 조용기 목사 빈소를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를 둘러싸고 여러 목사들이 안수기도를 하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지난 15일, 조용기 목사의 빈소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안수기도 사건이 터졌다. 동영상을 보니, 안수기도를 주도한 인물은 김장환(극동방송 이사장) 목사요, 거기에 이영훈 목사(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목사),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오정호 목사(대전 새로남교회 담임목사) 등이었다.

그들은 예수를 믿으라며 윤석열 후보에게 전도(?)하고, 오정호 목사는 김장환 목사의 부탁으로 즉석 기도를 했고, 주변에 있는 목사들은 윤석렬 후보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했다. 기도의 내용 일부는 이렇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윤석렬, 믿음의 가족 되기 원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시며, 대통령 후보로서의 모든 만남과 지혜와 명철을 일깨워 주시사, 한국교회를 위하여 귀하게 쓰임 받도록,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하도록 주님, 함께하여 주시옵소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게 하기를 원하며 솔로몬의 지혜로 일깨워 주옵소서..."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이들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답시고 어슬렁거리며 나다니는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 안수기도(손을 얹고 하는 기도)를 쉽게 여기고, 더 나아가 귀신을 내쫓는다고 안찰기도(손으로 때리면서 하는 기도)를 하는 부류들은 기도원 같은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마치 자신들의 손이 예수의 손이라도 되는 듯이 안수를 남발하여, 기독교를 무당 종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특정 대선 후보를 위한 안수기도를 함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리 즉석이라도 기도의 내용이 참으로 허황하지 않은가?

하필이면, 우연찮게 그 시간대에 만나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이 자연스러운 한국 보수교회 목사들의 행태인 것이다. 자연스럽게 행하는 일들을 보고 그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짓들을 해도, 교인들로부터 아무런 문제 제기를 받지 않고 강단에 설 수 있다. 혹여, 문제가 있다고 여기더라도 일종의 해프닝으로 지나쳐 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이에 교회도 목사도 기독교도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대형교회를 일구지 못한 무명의 목사가 '당신들의 그런 행위에 대해 회개하시오!'라고 하면, 코웃음 칠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회개를 촉구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저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당신들의 행동은 심히 잘못 되었다고 밝히는 것 외에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당신들은 목사가 아니라 먹사다. 당신들로 인해 나도 먹사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수모를 당한다. 그런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마음씨가 있기나 한가?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한국기독교장로회 한남교회 담임목사입니다.
#보수기독교 #조용기 #안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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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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