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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칼호텔 매각, 손 떨리고 불안해 왔다"

[현장] 제주칼호텔 일방적 매각 규탄 기자회견... "생존권 지키기 위해 투쟁"

등록 2021.09.16 18:05수정 2021.09.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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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 이화정 인턴기자

  
(주)한진칼(대표 조원태, 석태수)의 제주칼호텔 매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16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에서 열렸다.

한진그룹은 (주)한진칼, 대한항공,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통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진그룹 지주사인 (주)한진칼은 지난 2020년 2월 이사회를 열어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한항공 출자법인이 소유한 LA소재 윌셔그랜드센터와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인천 소재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구조 개편의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주)한진칼은 올해 초부터 유휴 자산 매각에 나선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부지와 호텔도 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매각 대상에는 ▲서귀포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서귀포칼호텔 ▲제주칼호텔 ▲그랜드하얏트인천 등 4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진그룹에 호텔사업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 가운데 다수의 언론은 최근 (주)한진칼이 제주칼호텔 매각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칼호텔 노조는 사측에 사실 여부를 확인했는데, 사측이 매각이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관광서비스노조 서승환 칼호텔 지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가 관광산업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정부지원금 수령과 임금동결 등으로 회사의 각종 대책에 협조했는데 (주)한진칼은 노동조합과 합의도 없이 고용보장도 없는 부동산개발회사에 호텔을 매각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최대근 부위원장은 "서울 힐튼호텔에서 근무하는데, 정리해고 통지가 들어왔고, 일시 폐업이 들어왔다"라며 "멀쩡한 호텔이고 사측은 수천억 자산이 있다. 같은 상황이어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회사가 호텔을 매각한다는데, 단순히 주인이 바뀌는 게 아니라 200명 넘는 노동자가 전원 해고를 당한다. 칼호텔 노동자들은 오늘이 마지막 근무일지도 모르는 채 피를 말리는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은 제주칼호텔 74년에 지어졌는데 그 시기에 도로가 뚫리고 정부가 관광부흥정책을 썼다며 한진그룹이 각종 특혜의 대상이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한진이 70년대 초반에 제동목장을 인수했는데, 5.16도로 교래입구에서 제동목장까지 6km가 넘는 구간에 도로가 뚫렸으며, 이후 한진이 지하수 사업도 시작했다며 "한진그룹은 제주의 자산을 활용해서 이만큼 성장했는데 도민, 노동자와 협의도 없이 호텔을 매각한다"고 비판했다.

임 본보장은 칼호텔 인수자가 부동산개발업체인 것으로만 알려졌는데, 해당 업체는 칼호텔과 협력업체 노동자들, 그 가족들의 생계를 끊고 그 절망과 죽음의 땅 위에 무엇을 하려 하지 말라며 "주상복합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람보다 이윤이 앞설 수 없다. 사업 진행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제주칼호텔 전경 ⓒ 이화정 인턴기자

 
칼호텔 노동조합 강민영 쟁의부장은 "갑자기 호텔이 매각된다니 손이 떨리고 불안했다. 회사가 아물 수 없든 상처를 줬다. 더 상처를 주면 상처가 터질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라며 "가족의 생존을 위해 묵묵히 일한 노동자들인데, 일자리가 사라지는 중차대한 매각을 노동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한 회사의 형태에 분노한다"라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은 고용보장 없는 매각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동의 없는 매각을 강행한다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제주칼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은 정규직·비정규직을 포함해 240명이다. 거기에 휴업 중인 카지노 직원을 포함하면 300명이 넘는다. 그 외로도 많은 외부 협력업체 직원들이 칼호텔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서귀포칼호텔에는 직원이 150명 남짓하다. 현재 서귀포칼호텔의 영업실적이 제주칼호텔보다 좋기 때문에, (주)한진칼은 서귀포칼호텔을 매각할 계획이 당장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서귀포칼호텔 직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덧붙이는 글 서귀포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칼호텔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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