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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 후보' 시기, 김건희 전시 협찬사 28곳까지 늘어

[검증] 당초 알려진 16~17곳보다 많아... 일부 협찬사, 주가조작 의혹 도이치모터스와 밀접

등록 2021.09.23 07:21수정 2021.09.2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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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와 현재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대표는 아주 특별한 관계다. 코바나콘텐츠 대표로 정식 취임한 지난 2009년부터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후보자에 지명된 2019년까지 김 대표의 코바나콘텐츠가 주관·주최한 전시나 공연에서 가장 자주 협찬사로 나선 기업이 도이치모터스이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는 샤갈전과 뮤지컬 '미스 사이공', 마크 리부 사진전, 폴 고갱전, 필립 할스만 사진전, 마크 로스코전, 르 코르뷔지에전, 야수파 걸작선 등 총 8번을 협찬했다. 이는 대한항공(7번), 삼성(5번), LG(4번),  KT&G(2회), GS칼텍스(2번) 등 대기업이나 우리은행·국민은행·신한은행·KDB산업은행(4번), 하나은행(2번) 등 시중·국책은행보다 많은 협찬횟수다. 

'야수파 걸작전' 전시 시작된 2019년 6월 13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라
 

지난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열린 '야수파 걸작전'. ⓒ 코바나콘텐츠


코바나콘텐츠가 주관·주최한 전시 가운데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야수파 걸작전'이다. 야수파 걸작전이 열릴 당시 김 대표의 남편인 윤석열 후보가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혁명, 그 위대한 고통,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이라는 이름의 이 전시는 지난 2019년 6월 13일부터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렸다. 프랑스 트루아 현대미술관과 세종문화회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코바나콘텐츠와 <위키트리>가 공동으로 주관한 전시였다. 8만2699명의 유료관객을 유치했고, 입장료 수익은 2억6526만 원에 그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시가 시작되는 6월 13일 윤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된 검찰총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봉욱 대검 차장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금로 수원고검장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후보를 최종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압축했다. 추천위원회는 4명의 후보군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나흘 뒤인 6월 17일 윤 전 총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제는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검찰총장 후보자로 최종 지명되는 사이에 야수파 걸작전에 협찬한 기업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전시가 열리기 전인 5월 중순께만 해도 협찬사는 게임빌과 컴투스, 신라스테이, 제이준 4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제작된 포스터에 이름을 올린 협찬사들을 확인한 결과 GS칼텍스와 우리금융그룹, 우리카드, 우리은행, LG전자, 노루페인트, K토토, 도이치모터스, 럭스나인, 신안저축은행, 로이코, 비마이카, 뿅카가 협찬사에 추가됐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5월 13일엔 협찬사가 4곳뿐이었는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 후보로 추천되자 기업 후원이 16곳으로 늘어났다"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서 윤 후보자가 천거된 것은 5월 20일이다. 이때 이미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후보자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의원실에서 제출받은 협찬사들의 계약서를 확인해보면 5월 20일 이후 협찬 계약이 급증했고 대부분 5월 말, 6월 초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한 전시포스터에는 16곳으로, 다른 전시포스터에는 17곳으로 협찬사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코바나콘텐츠의 협찬문제를 추적해온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포스터 버전별로 협찬사 숫자가 다르다"라며 "포스터에 올린 협찬사도 있고, 안올린 협찬사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4곳? 16곳? 28곳?... 점점 늘어나는 협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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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김건희 부부,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을 직후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시기 김건희씨가 대표로 있는 전시기획업체 코바나컨텐츠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야수파 걸작전>을 열고 있었고, 남편인 윤석열씨가 검찰총장의 유력한 하마평에 오르고 결국 총장까지 오르면서 공교롭게도 협찬사가 크게 늘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김의겸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시 야수파 걸작전에 협찬한 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은 28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야수파 걸작전의 협찬사를 유치할 수 있는 권한은 공동주최사인 <연합뉴스>에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연합뉴스>와 코바나콘텐츠의 '전시 주최권에 관한 약정서'에 따르면 이들은 <연합뉴스>에 전시의 주최권과 협찬사 유치권을 부여하고, <연합뉴스>가 유치한 협찬사의 협찬금은 <연합뉴스>에 귀속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가 유치한 협찬사는 GS칼텍스와 CJ그룹, (주)LG, LG전자, LG생활건강, LG화학, SPC그룹, 동화약품, 한국철도공사, (주)한화, 롯데쇼핑, 롯데건설 등 12곳이다. GS칼텍스와 LG전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시 포스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협찬사들이다.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은 원래 야수파 걸작전을 협찬하기로 했다가 홈페이지 배너광고로 협찬을 대신했고, GS칼텍스는 해마다 <연합뉴스>의 귀농귀촌박람회를 후원해온 것을 전시 협찬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와 별도로 코바나콘텐츠도 협찬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게임빌과 컴투스, 신라스테이, 제이준 외에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카드, 우리은행, 노루페인트, K토토, 신안저축은행, 도이치모터스, 비마이카, 미니, 로이코, 뿅카, 럭스나인 등 12곳이 추가로 포함됐다. 이들은 대체로 전시 포스터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다.
 

야수파 걸작전과 관련한 코바나콘텐츠와 <연합뉴스>의 '전시 주최권에 관한 약정서'. 이 약정서에는 "연합뉴스가 유치한 협찬사의 협찬금은 연합뉴스로 귀속한다"고 명시돼 있다. ⓒ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실

 
비마이카·뿅카·로이코·럭스나인 모두 도이치모터스와 관련

코바나콘텐츠가 협찬받은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현재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도치모터스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니와 비마이카, 뿅카, 로이코, 럭스나인 등이 사업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도이치모터스와 관련돼 있는 것이다.   

먼저 미니(MINI, BMW의 소형자동차 브랜드)는 도이치모터스가 공식 딜러이다. 비마이카(대표 조영탁)는 도이치모터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도이치모터스가 수입하는 프리미엄 수입차 등을 장기대여하는 렌터카 회사다. 무료 차량공유(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뿅카(대표 김상훈)는 비마이카의 자회사다.

로이코(대표 정성필)는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바워스 앤 윌킨스'(B&W)를 공식으로 수입하는 업체다. BMW는 지난 2015년부터 국내에서 출시된 뉴7시리즈에 B&W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했다. 라텍스 매트리스 전문기업인 럭스나인의 김인호 대표는 권오수 도이티모터스 대표와 고려대 경영대학원(MBA) 선후배 사이다. 지난 2017년 11월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창간한 <KOREA MBA 매거진>에서는 권 대표가 커버 스토리(표지) 인물로 실렸고, 김 대표는 글을 기고했다. 

김의겸 의원은 "2019년 야수파 전시뿐만 아니라 도이치모터스와 관련 회사들이 10년 가까이 6개 이상의 김건희씨의 전시에 후원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검찰이 지난 8일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도이치모터스와 관련 회사를 압수수색한 만큼 이 의혹의 몸통인 김건희 대표의 소환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는 독일 자동차인 BMW의 국내 수입·판매권과 또다른 독일 자동차인 '미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기업이다. BMW 10개 전시장, 미니 8개 전시장, 서비스센터 12개를 보유하고 있다(2018년 기준). 수입차 딜러사로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했고, 시가 총액이 2000억 원에 이른다.
 

고려대 경영대학원(MBA)의 < korea MBA > 창간호(2017년). ⓒ 고려대 경영대학원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 임박?

한편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코바나콘텐츠 전시 협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두 사건 수사는 특수수사부서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에서 맡고 있다. 두 사건이 모두 김 대표를 겨냥하고 있어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오수 대표가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이아무개씨와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했는데 김 대표가 그 과정에서 '전주'로 참여했고, 그 대가로 주식을 헐값에 사들인 뒤 되팔아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관여한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금융감독원을 압수수색해 지난 2013년 권 대표를 지분공시의무 위반 혐의로 조사한 자료를 확보했고, 7월에는 김 대표가 계좌를 보유한 증권사 6곳에서 지난 2010년 전후의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해왔다. 검찰은 조만간 김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바나콘텐츠 전시 협찬 의혹과 관련, 검찰은 지난 2020년 11월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세무당국으로부터 코바나콘텐츠의 과세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후보자에 지명된 이후 기업들의 협찬이 크게 늘어난 데 주목하고 있고, '기업→언론사→코바나콘텐츠'의 경로를 거쳐 전시 협찬금이 코바나콘텐츠로 흘러갔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게임업체인 컴투스와 게임빌이 지난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에 5000만 원을 협찬했는데, 5000만 원에서 10%의 수수료를 뗀 협찬금의 대부분이 <국민일보>가 아닌 코바나콘텐츠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전 후보측은 "협찬은 특히 전시회를 주최한 언론사와 협찬기업 간에 맺어진 계약이기 때문에 기획사인 후보 부인 회사와는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명해왔다.  

[관련기사]
윤석열 부인 업체 성장 비결은 '언론 프랜들리' http://omn.kr/1tv88
언론 효과? 윤석열 후광?... 부인 사업에 협찬사 왜 늘었을까 http://omn.kr/1tymd
#김건희 #야수파_걸작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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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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