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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상실형 확정에도 의원 행세한 구의원

이관수 전 강남구의원, 징역1년 집유2년 확정에도 보도자료 내고, 의회엔 사퇴서 제출

등록 2021.09.04 11:20수정 2021.09.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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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 이희훈


[기사 보강: 9월 4일 오후 4시 40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의원직이 상실된 한 구의원이 구의원 행세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으로 2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이관수 서울 강남구의회 의원(전 강남구의회 의장)의 상고를 지난 8월 27일 '상고기각 결정'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대법원은 결정문을 송달했고 이 구의원은 9월 1일 상고기각 결정을 송달받아 확정됐다. 

하지만 그는 9월 2일 강남구의회 사무국에 '사퇴서'를 냈다.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이 박탈되면 의원직이 상실됨에도 사퇴서를 낸 것이다. 강남구의회는 사퇴 처리를 했다가 뒤늦게 대법원 판결 사실을 알고 사퇴 허가를 취소, '피선거권 박탈로 인한 당연 사퇴'로 정정했다.

법 심판대에 오른 '음주운전' 구의원

2020년 7월, 이관수 구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 현재 무소속)은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차량 4대를 파손하는 등 사고를 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를 받았다. 사고를 낸 직후 이 구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다. 불구속 기소된 이 구의원은 2020년 12월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시기 강남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이관수 의원에 대한 '제명' 등을 결정했으나 본회의에서 제명안은 부결됐었다. 

이관수 구의원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 준법운전강의 수강 40시간도 명령했다.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들었으나 의원직 상실형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구의원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지난 8월 27일 대법원은 이 구의원의 상고를 기각해 2심의 판단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의원직 상실형 확정에도 보도자료 발송 등 의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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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이관수 전 강남구의원 측이 발송한 보도자료. 이 보도자료에는 "이관수 강남구의회 의원이 2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대사로 위촉됐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 이관수 전 의원

 
하지만 이관수 구의원은 사법부의 판단과 다르게 스스로 구의원 배지를 바로 내려놓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지난 1일 대법원으로부터 상고기각 결정을 송달 받았음에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2일 이 구의원은 강남구의회 의원 자격으로 강남구의회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대사로 위촉 행사를 했다고 알렸다. 


의원직 상실 직후 동료 의원들에게 '형 확정으로 인한 의원직 상실'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지난 1일 강남구의원들이 들어가 있는 단체대화방에 "개인사정으로 9월 1일 자로 사직한다. 그동안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의원님들 앞날에 건승 건강 기원드린다"라는 글을 남기고 단체방에서 나갔다.

강남구의회 사무국, 부랴부랴 '당연 퇴직' 보고

강남구의회 사무국은 이관수 구의원을 사퇴 처리한 뒤 대법원 결정이 사퇴서 제출보다 먼저 이뤄졌음을 인지했다. 이후 의회사무국은 공직선거법 제19조 및 지방자치법 제78조 제2호 규정에 따라 법원의 형 확정일에 피선거권이 상실되므로 이미 통보한 사직 허가에 대해 취소 통보했다. 의회사무국은 강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 '피선거권 박탈로 인한 8월 27일 자 당연 퇴직'으로 보고했다. 

강남구의회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자치법 37조상 지방의회의원이 형사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돼 판결이 확정되면 각급 법원장은 지체없이 해당 의장에게 이를 알려야 했지만, 따로 통보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강남구선거관리위원회는 이관수 구의원을 향해 "양심불량"이라고 비판했다. 강남구 선관위 관계자는 "이미 대법원에서 결정이 나 의원직을 상실했는데 사퇴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며 "의원직 상실을 알 텐데 의회사무국에 사퇴서를 냈다는 것은 양심불량"이라고 지적했다. 

이관수 전 구의원은 어떤 입장일까. 이 구의원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선고 전에 사퇴를 생각했지만 대법원이 예고 없이 선고를 했다"라면서 "선고기일을 알려주지 않았다. 알았으면 그 전에 사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정활동비 반납은 했다. 1000만 원 정도 기부했다"라면서 "앞으로는 자숙하고 제 역할에 충실하면서 사회봉사를 하면서 주민들의 성원을 갚아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3일 대법원은 이 구의원이 주장한 '예고 없는 선고'에 대해 "해당 사건은 상고기각 결정이다. 판결은 선고기일을 통지하고 법정에서 선고를 하지만, 결정은 당사자에게 결정문을 송달하는 방식으로 고지한다"라며 "따라서 결정으로 종국되는 사건은 판결 선고 사건과 달리 '나의 사건 조회'에서도 선고기일 등이 검색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법원은 '지방자치의회 의장에게 통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대해 "이 사건은 9월 1일 피고인에게 상고기각 결정이 도달돼 확정됐고, 내부 절차를 거쳐 9월 3일 통지 공문을 우체국에 접수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관수 전 구의원은 4일 <오마이뉴스>에 의원직 상실형 후 구의원 활동을 한 데에 대해 "고의성은 없었다"라고 재차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강남내일신문에도 게재됩니다.
#이관수 #의원직 상실 #음주운전 #강남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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