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3 06:48최종 업데이트 21.07.29 19:20
  • 본문듣기
 

7월 20일에 발사된 셰퍼드호의 캡슐이 땅에 닿는 순간입니다. 우측에 착륙까지 걸린 시간이 10분 18초로 기록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블루오리진

 
미국시간으로 7월 20일, 블루오리진의 탐사우주선이 첫 승객을 태우고 날아올랐습니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10분 10여초가 걸렸을 뿐이지만, 이 짧은 여행은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한국 언론도 "우주관광 시대 열렸다" "베이조스 '우주관광' 역사 썼다" 등의 표제를 쏟아내며 반겼습니다.

이번에 발사된 '뉴셰퍼드'는 추진 로켓과 승객용 캡슐로 이뤄져 있습니다. 발사된 로켓이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인 100킬로미터 지점(카르만 라인)에서 캡슐을 분리한 채 되돌아오고, 캡슐 안의 승객들은 자유낙하하기 전 무중력상태를 경험하며 지구 모습을 감상한 것이지요. 사실 '10분 우주여행'이라 하지만, 여기에는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는 순간부터 캡슐이 낙하산을 펼치고 땅에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이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탐험'이라 부를만한 시간은 정말 잠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우주탐사선 발사는 시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극적 요소로 가득했습니다. 날짜 선정부터 탑승객들 면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그러했지요. 먼저 '주연'이라 할 제프 베이조스부터 살펴볼까요? 그는 2021년 현재 세계 최고의 갑부로, 재산이 2100억 달러(한화로 약 240조 원)에 이릅니다. 액수가 너무 크니 얼마나 많은 돈인지 상상하기 어려우시죠? 240조 원은 하루에 10억씩 쓴다고 해도, 모두 쓰는 데 650년 넘게 걸리는 돈입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을 창업해 세계 최대의 온라인 상점으로 키웠고, 자신을 우주로 쏘아올린 블루오리진의 설립자이며 소유주이기도 합니다. 2018년에는 <워싱턴포스트>의 새 주인이 됐고, 2021년에는 사자 로고로 유명한 영화사 엠지엠(MGM)의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미 2010년에 아마존 스튜디오를 설립해서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세계에 제작, 배급해 왔지요.

무엇보다 아마존은 막강한 '테크기업'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아마존은 전 세계 1위로, 2020년 기준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리바바 모두를 합한 것보다 규모가 큽니다. 아마존은 첨단 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2년 첨단 로봇회사 키바를 인수한 뒤, 직접 개발한 로봇을 재고 관리, 분류, 운송 등의 업무에 투입해 왔으며 현재 20만대 이상의 로봇이 각지의 물류센터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아마존은 배송과 자율주행 관련 로봇회사들을 계속 인수해 왔습니다.

이렇듯 전 세계 유통업과 기술 인프라의 시장 지배자이면서 미디어와 문화산업까지 거머쥔 '슈퍼부자'의 출현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던지, 그는 어린 시절부터 꿈꾸어 오던 일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바로 우주탐험입니다. 소년 베이조스는 <스타트렉>같은 공상과학 영화를 즐겨 보면서 우주여행의 열정을 키워왔고, 이번 발사로 꿈을 실현한 셈입니다.
 

아마존의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의 우주계획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주탐험은 어린시절부터 그가 키워 온 꿈이었습니다. ⓒ 블루오리진

 
베이조스가 7월 20일을 발사일로 잡은 것도, 1969년 7월 20일 달에 처음 발을 디딘 인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동시에 베이조스는 자신의 성취가 그 역사적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블루오리진은 15차례의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공식적으로 사람을 태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창업주가 첫 유인발사에 나선 것은, 자신이 직접 탑승함으로써 안전성을 과시하고 잠재 고객들을 안심시키려는 포석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뉴셰퍼드는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선에 비해 사고 확률이 훨씬 낮을 뿐 아니라, 발사 후 추진체에 문제가 생기면 캡슐을 분리해 비상탈출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승객으로서의 불안감이 존재하는 만큼, 개인적 열정이 없다면 선뜻 나서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최고, 최초, 최연소 드라마의 그림자

그뿐인가요. 이번 탐사에 특별 손님으로 초대된 82세의 베테랑 비행사 월리 펑크는 82세로 '최고령 우주인'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었지요. 1961년에 "우주의 여성들(Women in Space)"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3명의 여성 조종사가 남성과 동일한 훈련 과정을 마친 뒤 우주탐사를 기다리고 있었고, 여기에 펑크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는 21세의 최연소 나이에 수석으로 비행 훈련을 마친 상태였지만, 결국 우주로 가는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갖췄음에도 낡은 사회적 관념으로 인해 꿈을 이루지 못한 우주인 후보. 그런 월리 펑크를 특별 초대한 것은 이번 우주 탐사의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으로 기록됐습니다. 최연소 우주인의 꿈이 6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최고령 우주인'으로 실현되었으니까요. 베이조스는 직접 찾아가서 초대장을 전달했고, 월리가 환호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이렇게 썼습니다.
 
누구도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1961년에 월리 펑크는 '머큐리 13'의 우주의 여성들 훈련 프로그램을 일등으로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훈련을 받은 후에 계획은 취소되었고, 13명의 훈련생중 그 누구도 우주로 가지 못했습니다.

이제 때가 왔습니다. 월리, 승무원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7월 20일에 특별 손님으로 모셔 함께 비행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7월 20일 베이조스를 태우고 발사된 뉴셰퍼드호의 모습입니다. ⓒ 블루오리진

 
여기에 베이조스의 동생이 탑승했고, 네덜란드 금융재벌의 10대 아들도 유료승객으로 참여했습니다. 본래 경매에서 2800만 달러(약 320억 원)를 써낸 갑부가 참여하게 돼 있었습니다만, 그가 "스케줄이 겹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바람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재벌 2세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그가 18세로 '최연소 우주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만, 스스로 얻은 게 아닌 탓에 큰 감동을 주지는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만, 제프 베이조스는 매사에 철저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입니다. 발사일을 역사적인 날로 잡은 것도 그렇고, 월리 펑크를 특별손님으로 초청해서 인간 드라마를 연출한 것도 그렇습니다. 저 역시 이보다 완벽한 초대 손님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갈채를 보냈습니다. 여기 한 가지 더 추가하면, 베이조스는 탐사선에 오르기 전인 7월 5일에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7월 5일에는 무슨 의미가 담겼을까요? 주도면밀한 베이조스가 중요한 날을 그냥 정하지는 않았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날은 아마존의 창업일이었습니다. 1994년 7월 5일에 아마존이 처음 문을 열었으므로, 27년 만에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물론 베이조스는 이사회 의장으로 계속 활동할 것이므로, 아마존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닙니다. 그는 이후 <워싱턴포스트>와 블루오리진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베이조스의 이런 행보는 한 편의 서사를 구성합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자마자 이 공간에 초대형 유통회사를 세운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것을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업체로 키우겠다는 야심에 '아마존'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아마존 강은 유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하천이기도 하고, 알파벳 'A'로 시작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전화번호부의 앞부분에 실려 사람들 눈에 잘 띈다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상징성과 실리를 모두 충족시키는 탁월한 명칭이었지요.
 

비행과정을 요약한 설명도입니다. 추진로켓이 100킬로미터 상공까지 캡슐을 올려놓고 되돌아 오면, 캡슐 안의 승객들은 낙하 직전에 지구를 잠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캡슐은 낙하산을 타고 땅에 착륙합니다. ⓒ 블루오리진

 
다수의 고통에 기댄 개인의 꿈

이제 '전화번호부'라는 말이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낡은 물건이 됐고, '아마존'이라는 이름은 광고가 필요 없을 만큼 우리 삶에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아마존' 하면 남아메리카 대륙의 강보다 인터넷 쇼핑을 먼저 떠올릴 테니까요. 한 발 더 나아가 '아마존'이라는 이름은 전 세계 소매업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돼 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2020년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되었고, 이듬해에는 미국 정부에 의해 같은 혐의로 피소됐습니다.

아마존사이트에 들어가서 물건을 검색하면 아마존 본사가 직접 판매하는 물건이 나오고, 개인 사업자들이 아마존 플랫폼을 이용해서 판매하는 상품도 같이 뜹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본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이 조금씩 쌉니다. 여기에 2021년 기준으로 1년에 119달러(약 13만 7천 원)를 내는 '프라임 회원'의 경우, '무료 이틀 배송' 혜택을 받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라 해도 아마존의 상품이 비교우위를 지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존사이트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개인 판매자들은 아마존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수익원입니다. 이들은 아마존에 이용료를 부담하는데, 플랫폼 사용료로 판매 건당(99센트) 혹은 월별(39.99달러)로 회비를 내고,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8~15 퍼센트의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들은 아마존에 사용료와 수수료를 내는 고객인 동시에, 같거나 비슷한 물건을 파는 경쟁자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아마존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업체들은 아마존이 정한 계약 규정에 따르기로 서약하고 입주하는데, 회사는 이들이 원칙을 어겼다고 판단할 때 일방적으로 퇴출시킬 수 있습니다. 가끔 회사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알고리즘 오류로 인해 쫓겨나는 사업자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플랫폼의 설계와 운영 주체가 아마존이다 보니, 입주한 업체들의 판매, 매출, 고객 정보를 손바닥처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쟁자들의 매출 장부를 수시로 넘겨볼 수 있게 될 때 경쟁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에 따라 계약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으니 이 명목상의 '경쟁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들러리로 전락하기 십상이지요. 게다가 아마존은 이 업체들이 다른 플랫폼에서 더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없도록 계약을 강제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고객들은 아마존플랫폼 안에서 다수의 판매자들이 가격과 서비스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저도 내막을 알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단일 판매자만 있는 다른 쇼핑몰과 달리, 아마존에서는 여러 판매자들이 이런저런 가격과 조건을 내놓고 흥정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아마존은 이렇게 3자에게 대여하는 공간을 '장터(Marketplace)'라고 불렀는데, 이 시장은 주인 한 명이 좌우하는 매우 불평등한 터였던 셈입니다.

몇 년 전 아마존 장터에서 중고 맥북을 산 기억이 납니다. 한 개인 판매자에게 노트북을 구입하고, 다른 판매자에게서 휴대용 가방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물건을 받아 하루 이틀 쓰던 중, 제품 사양이 애초 소개된 내용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016년에 출시된 제품이라고 돼 있었는데, 실제로는 2015년 모델이었고, 프로세서도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게 들어있었습니다.

되돌려 보내고 다른 물건을 받으면 될 일이었지만, 이미 여러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서 쓰고 있던 터라 망설여졌습니다. 새 제품을 받는 데 며칠이 걸릴 것이고, 거기에 다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잠시 고민하다 아마존 소비자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담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그는 친절하게 두 가지 선택안을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0퍼센트 할인을 받고 제품을 그냥 쓰는 것입니다.

'할인'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원하면 당장 노트북값의 30퍼센트, 즉 한화로 25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좌로 즉시 되돌려 주겠다는 것입니다. 이토록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는 아마존의 서비스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겠다고 말하고 감사 인사를 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곧 확인 이메일이 도착했고, 신속한 서비스에 고마워하던 제 눈이 다시 한 번 커졌습니다. 아마존이 돈을 돌려준 게 아니라, 컴퓨터를 판매한 상인이 환불하도록 강제한 것이었고, 심지어 가방을 판매한 죄 없는 업자에게도 부담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할인금액 25만원 가운데 18만원은 컴퓨터 업자가 내고 나머지 7만원은 가방 판매업자가 부담했는데, 가방 값은 고작 1만 4천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항의도 못하고 아마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지요. 저는 그제야 비로소 아마존이 그토록 흔쾌히 할인을 제안할 수 있던 까닭을 알게 됐습니다. 부담을 남에게 전가할 수 있다면 쉽게 '쿨'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컴퓨터 판매업자의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순 실수였을 수도 있는데, 판매자와 아무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30퍼센트 할인을 제시하고, 그것을 두 업자에게 나누어 떠넘긴 것입니다. 이 행태는 고객인 제게도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우주선 캡슐과 빈 생수통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2019년 6월 6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 컨벤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베이조스가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발표는 아마존의 불공정 거래와 사내의 비인간적 노동환경에 대해 비판이 고조되던 때에 나왔습니다. 이 시기는 베이조스가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기간과도 겹칩니다.

저는 아마존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운 단골 고객이기도 하고, 학자로서 강의실에서 아마존을 주요 사례로 다루기도 합니다. 사업 모델, 로봇과 알고리즘 활용 방식, 그리고 회사 로고에 담긴 상징성까지 모두가 분석 대상이지요. 아마존 이름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로고에도 주목할 만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아마존 이름 아래에 놓인 노란 색 화살표는 "A"에서 출발해 "Z"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A 부터 Z까지"라는 표현은 알파벳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동시에 화살표는 웃음 띤 입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팔 뿐 아니라, 고객의 만족도 최대한 충족시킨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아마존의 로고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에 무수히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동시에 '화살표'는 고객의 미소를 상징합니다. ⓒ 아마존

 
최근 이 숭고한 의미를 지닌 이 로고가 대단히 '무엄한' 방식으로 패러디된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존의 상징이 된 '미소 짓는 화살표'가 플라스틱 병 입구를 가리키는 이미지였지요.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하시겠습니까? 최근에 논란이 된 사건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여기서 노란색 화살표는 오줌 줄기가 되어 빈 생수통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마존 내의 노동환경을 고발한 <인터셉트>의 기사입니다. ⓒ Intercept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아마존 배송 직원들이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물병에 소변을 보고 있다는 글이 떠돌았습니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에 문제제기를 하자, 회사 측은 어이없다는 듯 "설마 그 '생수통 방뇨' 이야기를 믿는 건 아니죠?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아무도 아마존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오줌통이 배송차량뿐 아니라, 분류와 포장 업무를 담당한 물류센터 안에서도 발견됐으며, 이 문제를 회사가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익명으로 언론에 제보한 직원은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정해진 시간 내에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10분을 돌아가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시간을 자주 어긴 직원들은 일을 받는 데 불이익을 당하며, 더 나아가서는 해고되기도 합니다.
 

아마존의 가혹한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이 일자, 아마존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텔레비전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광고 속에서 한 물류센터 직원이 회사에서 손 세정제를 받고 감격하고 있습니다. ⓒ 아마존

 
더 심각한 것은, 일부 배송기사들이 대변까지도 차 안에서 해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회사 측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내 문서까지 공개됐습니다. 관리자들에게 전달된 이 문서는 "봉투에 담긴 대변을 내버려 둔 채 차를 반납해서는 안 된다"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강조하고 있습니다.

운명의 10분

베이조스같은 슈퍼부자들은 10분의 꿈을 위해 수조 원의 돈을 쏟아 붓지만, 그가 세운 회사의 노동자는 시급 15달러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10분 화장실을 이용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입니다. 한국에서도 쿠팡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 관리자 허락을 받아야 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화장실이 수 주 동안 폐쇄되어, 직원들이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비인간적인 생산성 목표를 정해두고 직원들을 몰아대면서 아마존과 쿠팡은 한결같이 '고객만족'을 내세웁니다. 실제로 우리들은 플랫폼 업체들의 부당한 행태에 분노하면서도 그들이 제공하는 편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그것을 볼모 삼아 기업들은 주가를 띄우고 매출을 늘리며, 노동자들에게 한층 높은 생산성을 요구합니다. 어차피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널렸습니다. 이들은 플랫폼 업체들이 무너뜨린 가게, 서점, 식당 등에서 일하던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입니다.

업체들이 말하는 '고객'은 그들에게 고용된 노동자와 다른 사람들일까요? 우리는 모두 고객인 동시에 노동자가 아닌가요? 아니, 고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자가 되어야 하겠지요. '혁신'과 '편리함'을 이유로 업체들의 비인간적 행태에 침묵할 때, 우리가 노동자로서 누리는 권리는 서서히 사라져 가고, 결국 '고객' 좋아하던 업체들로부터도 무시 받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고객'이란 이윤을 채우는 구매행위를 지칭할 뿐, 인격체로서의 사람을 의미하지 않으니까요.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