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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언론인 비리 사건... '조선', 5년 전 일 잊었나

[주장] 전 논설위원 이동훈, 앵커 엄성섭 금품수수 의혹... 일벌백계해야

등록 2021.07.01 15:25수정 2021.07.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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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비리 사건이 또다시 터졌다.

조선일보 현직 논설위원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캠프로 직행했다가 열흘 만에 그만둔 이동훈씨와 TV조선 간판 앵커인 엄성섭씨가 금품수수 혐의로 입건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다 드러난 이번 사건은 현직 유력 일간지 기자도 수사대상에 올랐으며 검찰, 경찰 등 범위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2020년 2월 유력 사업가에게 수백만 원 상당의 골프채를, 엄성섭 앵커는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여러 차례 접대와 중고차 등을 받았단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 '일신상 이유'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캠프 대변인에서 물러난 이동훈 전 논설위원의 실제 사직 사유가 금품수수 의혹 수사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해당 대선캠프 사전인지 여부도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 조선일보 유튜브 프로그램 <이동훈의 촉> 에 출연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좌) 6월 29일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 출연한 엄성섭 앵커(우) ⓒ 조선미디어그룹

 
조선일보, 5년간 기자 금품수수 연루사건 세 번

참으로 암담하다.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와 2020년 언론사 통틀어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한 TV조선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조선일보의 경우 기자가 금품·향응을 불법하게 수수한 사건이 도대체 몇 번 째인가.

2016년 송희영 주필은 기사청탁 대가로 대우조선해양에서 금품·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표를 냈고, 이듬해 기소됐다. 2019년엔 언론사 간부들이 기업 로비스트인 홍보대행사 대표와 기사를 대가로 금품·향응·자녀취업 등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박수환 문자 사건'에 부장급 이상 8명의 이름이 등장했다.

우리는 조선일보의 반복된 악의적 보도행태를 비롯해 기자 등 언론인 일탈과 불법행위 연루 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이동훈씨가 촉발한 현직 논설위원 정치권 직행 논란에 이어 반인권 삽화 보도로 27만 명 넘는 국민이 조선일보의 '폐간'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참여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해온 정치권력-언론의 유착과 바닥에 떨어진 언론윤리 실종이 만들어낸 징후적 사건인 것이다.

또한 언론인 비리와 불법에 관대한 구시대적 관행이 낳은 적폐의 결과다. 언론과 기업의 추악한 카르텔을 보여준 '박수환 문자 사건'만 하더라도 로비 문자에 등장한 언론인은 179명이다. 그중 제대로 수사 받은 언론인은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2019년 혐의와 증거가 구체적인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윤영신 논설위원, 디지털조선일보 김영수 대표를 고발했으나 검찰은 1년 반 넘게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다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증거불충분이 사유다. 다른 사건으로 검찰이 기소한 송희영 전 주필조차 1심에서는 골프접대비 147만 원만 뇌물로 인정됐고, 2심에서는 그마저도 무죄를 받았다. 언론인 비리에 대한 엄중한 일벌백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언론인 비리 일벌백계하라

언론 스스로는 어떠했는가. 송희영 전 주필 사건과 청탁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2016년 구성된 조선일보 윤리위원회는 '박수환 문자 사건' 직후 "조선일보 재직기자들의 행태는 언론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기본적 윤리규범을 위반한 사례"라면서도 "규범정비 이전에 발생한 일이어서 윤리규정을 소급적용하여 불이익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면죄부를 내렸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범죄나 비리 등에 대해선 철저하게 침묵해왔다. 송희영 전 주필 사건, '박수환 문자 사건', 2018년 TV조선 기자 '드루킹사건' 관련 무단침입 사건, 2020년 조선일보 기자 서울시청 무단침입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금품수수 의혹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고가 골프채를 받은 것은 조선일보에 재직 중일 때였다. TV조선은 6월 30일 아무 설명도 없이 급작스레 엄성섭 앵커 대신 다른 진행자로 교체했다.
 
"조선일보는 신뢰받는 신문으로 거듭나야 한다. 모두가 반성하고 달라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

2016년 송희영 전 주필 사건 직후 방상훈 사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의 요지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달라지지 않았다. 조선일보, TV조선 등 11개 관계사를 아우르는 조선미디어그룹 대표로서 방상훈 사장이 답해야 할 때다. 방 사장은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 더불어 언론이 금과옥조처럼 되뇌는 '비판정신'을 말하려면 자신 스스로부터 가장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엄성섭 #이동훈 #조선일보 #언론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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