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8 07:56최종 업데이트 21.06.1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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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참석 후 일본으로 돌아온 스가 총리. ⓒ 연합뉴스

 
약 한 달여를 앞둔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7월 23일-8월 8일)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G7 정상회의 참가를 계기로 개최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견제 및 선진국 간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이 논의된 이번 G7에서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만전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며 각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연기나 중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음을 외교의 장에서 명확히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 및 백신 접종 상황이 중요해진다. '안전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총리 스스로 선언했고, 또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중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 많은 일본의 방역전문가들은 "올림픽 이후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외 관광객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올림픽 기분에 들뜬 일본 국내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 인근 오륜 조형물 ⓒ 연합뉴스

 
게다가 니시무라 야스토시 코로나19 담당상은 6월 16일 "스포츠, 공연 등 대형이벤트 관객수 1만 명 혹은 최대 수용인원의 50% 중 적은 숫자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5천명 혹은 최대 수용인원 50%였던 것이 1만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니시무라 대신의 발언은 물론 도쿄올림픽을 의식한 것이다. 도쿄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나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이겨냈다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주겠다는 의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삼 백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영국 등 대량 접종 국가들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백신이 팬데믹 정국을 종식시키는 필수요소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백신 접종률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최근 일본 정부가 65세 이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을 전례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을 되돌아보면 시행착오의 연속임을 잘 알 수 있다.

지킬 수 없는 약속

지난 3월 15일, 고노 다로 백신담당상은 6월 말까지 65세 이상 고령자 약 3600만 명의 백신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7월 말까지 15세 이상 국민 70%의 접종을 완료한다는 내부 계획도 세웠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6월 14일 현재 1차 접종을 완료한 65세 이상은 1313만 7848명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국내 승인이 가장 빨랐던 화이자 백신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데 이 백신은 1차 접종 후 3주 뒤에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2차 접종까지 최종 완료한 사람은 257만 7826명에 그쳤다. 정부가 약속한 6월 말까지 15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고령자 백신 접종 완료율이 10%가 채 안 된다.

백신 접종 1순위였던 의료종사자 접종도 아직 진행 중이다. 일본의 의료종사자는 약 48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2회 접종까지 마친 이는 약 400만 명이다. 80만 명에 달하는 의료종사자들이 여전히 2회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정부는 한 달여 뒤인 4월 23일 방침을 수정했다. 당초 계획보다 한 달을 연기해 7월 말까지 65세 이상 고령자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그와 동시에 일반인들의 접종을 개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도 현재의 의료 및 행정 시스템 상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먼저 스가 총리가 말한 '하루 100만 회 접종'은 평균치가 아닌 최대치라는 점이다. 최근 접종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평균치는 많아야 하루 60만 회 정도다. 최대치인 100만 회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주말'이라는 근본적 문제 때문에 평균치는 80만 회가 한계다. 데이터가 증명한다.

총리 관저 홈페이지의 최신 백신 접종 데이터를 보면 6월 14일 접종현황은 1차 접종 31만 1137회, 2차 접종 21만 23회 등 총 52만1160회로 나와 있다. 접종 횟수가 가장 많았던 6월 8일을 보더라도 1차 51만 3517회, 2차 16만 7478회로 총 68만 995회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수치도 주말이 되면 확 떨어진다.
 

일본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장에서 고령자가 백신을 맞고 있다. ⓒ 연합뉴스

 
스가 총리가 G7에서 안전한 도쿄올림픽을 강조했던 6월 13일 일요일 데이터를 보면 1, 2차 합해서 48만 7642회에 그쳤다. 평일보다 20~30% 줄어든 수치다. 보통이라면 사람들이 쉬는 주말에 접종이 늘어날 것 같지만, 일본의 경우 주말 PCR 검사나 백신 접종 횟수가 급격히 떨어진다. 관련 의료시설이 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1일 100만 회 목표는 애초에 불가능하단 말이 된다.

또한, 스가 총리 말대로 1일 100만 회 접종이 가능하다고 해도 일본정부가 발표한 7월 말까지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완료라는 계산이 안 나온다. 7월 말까지는 약 한 달 반 남았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1일 100만 회를 맞으면 4500만 회 접종이 가능하다. 물량 문제는 없다. 화이자 백신 1억 9천 만(9500만 명) 도즈를 확보한 상태다. 15세 이하를 제외한다면 거의 전 국민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현재 고령자 중 1차 접종조차 못한 사람이 2천만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2차 미접종까지 포함하면 3천만 회가 추가된다. 하루 100만 회씩 맞아도 5천만 회를 맞아야 한다. 4500만 회가 한계인데 완료하려면 5천만 회가 필요하다. 뭘 어떻게 계산해봐도 도저히 불가능하다.

같은 편도 수정 요구

오죽하면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이루고 있는 공명당이 현 정부의 이러한 목표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뒤 언론에 보도 자료를 뿌렸을까. 공명당은 5월 26일 지지기반인 창가학회 네트워크와 기초단체 의원들의 인맥을 활용해 '전국 기초단체 7월 말 고령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현장의 목소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741개 기초 자치단체 관계자 및 의료종사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 248개 단체가 '7월 말까지는 절대 무리'라는 답변을 해왔다는 내용이다.

공명당이 이러한 조사를 한 이유는 5월 21일 발표됐던 스가 내각의 백신 계획 때문이었다. 앞서 말했듯 일본정부는 3월 15일에 '6월말까지 고령자 접종완료' 백신 계획을 발표했다가, 4월 23일 7월 말로 연기했다. 그리고 5월 21일 7월까지는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는 근거 자료로 전국 시군구 기초단체 백신 계획을 배포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정부는 "7월 말까지 불가능하다고 답한 지역은 124개 지역이며, 이런 지역에 대해서는 별도로 전폭적인 협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명당의 조사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지 닷새 만에 이루어졌다. 종교단체 창가학회 등 기초지역 기반이 탄탄한 공명당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이 현장에서 보내오는 목소리와 괴리가 있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정부의 발표보다 두 배나 많은 248개 지자체가 정부 계획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답을 한 것이다.

광역단체와 기초 지자체 간의 연계도 원활하지 않다. 이전 기사에서도 다뤘지만 전국에서 가장 빠른 고령자 접종률을 보인 도쿄도 고가네이(小金井) 시는 접종 계획을 앞당겨 일반 접종자들이 맞을 수 있도록 추가 백신을 요청했지만 도쿄도가 백신공급을 거부한 바 있다. 고가네이 의사회가 거부하는 이유를 묻자 "(너무 빠르니까) 다른 지자체와 발을 맞춰 달라"는 대답을 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총체적 난국

행정 시스템 문제도 있다. 백신 접종 속도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일본 정부는 최근 고령자 1차 접종이 어느 정도 끝나는 7월 초순부터 일반접종을 개시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백신 접종권(쿠폰권)'을 배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우선 주민표 등록이 돼 있는 각 가정에 6월 19일까지 접종권을 우편으로 배포한다. 접종권에는 개인접종번호 10자리 숫자가 적혀 있다. 접종예약은 지자체 홈페이지, 지자체 예약전화(6월 24일부터 개시), 지정의료기관에 직접 예약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접종을 희망하는 사람은 위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내가 지자체 예약전화를 선택했다고 해 보자. 접종권 용지에 표기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다. 담당자가 내 접종권의 10자리 숫자와 생년월일을 물어본다. 본인 확인이 완료되면 접종 희망일시를 신청한다. 해당일에 접종권을 가지고 백신접종장소로 가는 것이다.
 

집으로 배달된 접종권. ⓒ 박철현

 
어차피 다 맞아야 하는 건데 쿠폰이라 명명된 '접종권'이 왜 필요한지 궁금해 시청 백신담당과에 직접 전화로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지침이 그렇게 내려와서 저희는 잘 모릅니다"라고 대답한다. 주민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 이를테면 노숙자나 타 지역으로 이사해 아직 전출입 신고가 안 된 사람들은 어떡하냐고 묻자 "저희는 방침대로 할 뿐이라서…"라며 말을 흐린다. 한 번 더, 우편물로 접종권을 굳이 배포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그냥 신청하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인터넷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도 있고, 본인확인 절차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같다"라고 답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령자는 이미 별도의 시스템으로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말하는 쿠폰권이라 명명된 '접종권'은 16세 이상 64세 이하의 일반대상자를 대상으로 한다. 스마트폰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으로 충분히 본인확인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굳이 우편물 사전배포라는 아날로그식 방식을 채용했다. 접종권 배부 시간만큼 접종시기도 늦춰진다. 주민표 등록도 문제다. 백신을 맞는 이유는 사회 전체의 집단면역을 위해서다. 불법체류자도 노숙자도 가능하다면 다 맞아야 한다. 하지만 접종권은 주민표 등록이 돼 있는 가정에만 배달된다.

스가 총리가 몇 번이고 강조하는 '안전한 도쿄올림픽'을 하자면 백신접종 밖에 없고, 정부도 최근 들어 백신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접종 현장 최일선에서는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평시의 아날로그적 관성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올림픽 개최 여론은 스가 총리의 G7 방문을 계기로 찬성 쪽으로 대폭 기울었다. NHK가 6월 11일부터 3일간 실시한 올림픽 긴급여론조사를 보면 관객수 제한(32%), 무관중(29%),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3%) 등 개최 여론이 64%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31%가 나온 중지 의견보다 무려 두 배나 많은 수치다. 또한 6월 5일과 6일 JNN 여론조사의 개최 찬성 44%와 6월 7일 요미우리 여론조사의 개최 찬성 50% 보다 훨씬 높다. 이미 도쿄올림픽 개최는 일본국민들에게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률과 상관없이 도쿄올림픽은 개최될 것이며,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폭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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