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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중사 사망 부대, 올초엔 '괴롭힘 사망'... 후속조치 미흡 '비슷'

[단독] 20전비 복수 병사 증언... 조사과정 입막음 정황도... 공군 "생활층·사무실 분리했다"

등록 2021.06.18 12:32수정 2021.06.1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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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정문에서 9일 병사들이 출입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과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찰과 공군본부 검찰부, 공군본부 법무실 내 인권나래센터를 압수수색 중이다 ⓒ 연합뉴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아래 20전비)에서 올해 2명의 자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5월 성추행 피해 여군 중사의 사망 이전인 올 초 병사 사망은 부대 내 괴롭힘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사건 직후 같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이를 목격한 병사들이 가해자와 분리조치를 요구했지만 부대가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대에 근무중인 C병사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병사 사망 당일에 참고인으로 수사를 받으며 사실대로 진술했어요. 같은 생활관을 사용한 당시 B상병(현재 병장)이 평소 A병사를 'XXX' 이라고 욕했거든요. 머리를 잡고 흔들고 뒤통수를 때리기도 하고요. B상병의 갑질과 괴롭힘을 대신 고발해주겠다고 했더니 A병사가 '더 괴롭힘을 당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말리더라고요. 그 정도로 B상병을 무서워했어요."

A병사와 같은 생활관을 사용한 C병사는 "A병사가 사망한 후 휴가 때 3일간 방에서 나오지 못했을 정도로 괴로웠다. 복귀 후 B상병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부대에 분리조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D병사는 "B상병은 평소에 나한테도 욕을 하고 머리를 때리며 괴롭혔다. 이 사실을 수사관에게 말했더니, A병사 사건과 별개로 (B상병을)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A병사 사망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를 거절했다. 내가 원한건 B상병의 얼굴을 보지 않는 거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0전비는 사건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C·D병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20전비는 C·D병사를 B상병과 층이 다른 생활관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층이 달랐지만 B상병과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B상병은 가혹 행위 등 기소의견으로 지난 5월 군검찰로 송치됐지만, 여전히 군대 내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D병사는 "수사 과정에서 군 수사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도 설명했다. D병사는 "수사관이 A병사의 가정환경을 언급하며, 'A병사가 다른 이유로 목숨을 끊었을 수도 있다', 'A병사 유가족이 가해자와 합의할 수도 있다'고 했다"면서 "지금 이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하나 싶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전비 관계자는 15일 오후 C·D 병사에게 "해당 인원(B상병)은 수사단계에서 사건의 여러 정황중에 직·간접적으로 확인된 사안으로 조사받고 있다. 수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고, 최종판결도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가해자로 지목해 여론을 형성하는 행위는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C·D 병사는 "사건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말라는 협박처럼 느껴졌다"라며 "과연 20전비에서 A병사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공군 "피해자·가해자 생활관 층·사무실 분리" 반박... 전문가들 "미흡한 조치"

하지만 공군은 피해 병사들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의 사건·사고 처리지침을 보면 부대 내 사망사건을 비롯해 가혹행위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해자를 분리조치 하도록 돼 있다"면서 "지침에 따라 피해 병사들과 B상병의 생활관 층과 사무실을 분리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침규정은 보안관계상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군 수사관의 발언을 두고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 병사들에게 여러 질문을 한 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군 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강석민 법무법인백상 변호사는 "군사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가해 혐의가 있으면 전출하는게 맞다. 공군이 설명한 생활관 층 분리는 언제든 피해자·가해자가 마주칠 수 있어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18년 '군대내 폭행·가혹행위 피해병사 보호대책 마련'을 권고하며 "(피·가해자) 분리조치가 늦을 경우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D병사의 피해를 인지한 수사관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6년 군형법이 개정됨에 따라, 군내 폭행 또는 협박사건은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처벌이 불가능한 '반의사불벌'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자의 처벌의지와 무관하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강 변호사는 "군형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추가 피해를 확인한 즉시 수사관이 추가 조치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팀장은 수사관의 발언과 관련 "피해자의 가정환경을 언급한 건 가해자의 잘못이 없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기에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기호 국민희힘 의원실에 따르면 20전비에서는 ▲2018년에 1명 ▲2019년에 1명 ▲2020년 2명의 자살사건이 발생했으며, 올해도 벌써 2명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이 때문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사건이 발생한 20전비에 대해 부대 해체 수준에서 정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전비 #공군 #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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