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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미국은 얀센 폐기, 55만명분 받아온 대통령 칭찬 못해"

대구시의회 시정질의서 이진련 의원과 공방, 백신음모론까지... "화이자 논란, 진실규명 받겠다"

등록 2021.06.16 15:10수정 2021.06.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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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열린 대구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이진련 의원이 대구시 백신 구입 논란에 대해 따지자 권영진 대구시장이 답변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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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5월 2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 ⓒ 조정훈

 
'화이자 백신 구매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반성은커녕 도리어 문재인 정부의 '백신외교'를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한미정상회담 후 바이든 정부가 우리나라에 제공한 얀센 백신에 대해 "미국은 이미 어마한 양이 폐기되고 있다"며 일종의 음모론을 제기한 것. 

16일 대구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이진련(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SNS에 글을 올려 정부의 백신 확보 노력을 비판했다"고 지적하자, 권 시장은 "대통령의 백신 외교에 대해 제가 심하게 비판한 것이 불편한 것 같다. 그러나 저는 칭찬해드릴 수가 없다"며 운을 뗐다.

그는 "백신과 관련해 우리 국군장병 55만 명분을 얀센으로 지원받은 것을 지금도 칭찬해드릴 수 없다"며 "백신 스와프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루어지지 못했고 55만 군 장병용만 가지고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얀센은 미국에서도 4월 중순부터 임시 사용중단됐고 어마어마한 분량이 폐기되고 있다"며 "우리 국군장병 55만 명 중 30세 미만은 41만 명이 넘고 30세 미만은 얀센 백신을 접종 못한다.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권 시장은 또 "정부가 백신 구매와 관련해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며 "저는 지자체든 의료계든 기업이든 나서서 백신을 구하는 노력을 하고 최종적으로 구매하거나 말거냐는 정부가 단일창고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권 시장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SNS에 '부끄러운 우리의 백신 자화상'이란 글을 올려 "우리가 어쩌다가 국군 장병 55만 명분의 백신을 미국으로부터 원조 받았다고 감읍해하는 나라가 되었나"라며 "개념 없는 정치야, 무능한 정부야, 비겁한 전문가들아"라고 힐난했다.

그는 또 같은 날 오후 올린 글에서 "우리나라 백신 방역은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하나는 수급 부족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적 불신"이라며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부족한 것은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반성해야 발전도 있고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합동감사-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통한 진상규명, 받아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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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련 대구시의원이 16일 열린 대구시의회 정례회 본회의 시정질의에서 흰 고무신을 들어보이며 권영진 시장에게 백신 논란에 대해 따졌다. ⓒ 조정훈

 
이날 시정질의에서 이진련 의원과 권영진 시장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의원은 흰 고무신을 들어 보이며 "시장님이 말씀하신 백신이 이 백신은 아니겠지요"라고 따졌고 권 시장은 "대구시 의료계의 노력을 폄훼하지 말라"고 맞섰다.

이 의원은 "백신 구매 논란이 희화화되고 있다. 제대로 인식하고 가시는 것이 재발 방지의 첩경"이라며 "이번 논란을 두고 대구시가 사기를 당했다거나 사용된 예산이 있을 거라는 의혹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권 시장은 관련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이날부터 진행되는 정부 합동감사 뿐 아니라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한 진상규명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백신 도입 과정에 대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백신이 국가적 차원에서 부족해 국민들의 염려가 큰 상황에서 대구시 의료계를 대표하는 메디시티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주요 구성원들이 정부 백신 도입을 돕기 위한 선의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백신 도입 추진을 공식적으로 알게 된 것은 지난 4월 16일. 메디시티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대표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차순도 메디시티 회장이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도입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4월 28일 대구시 관계자와 협의하는 자리에서 메디시티협의회 회장이 '에이전트를 통해 독일 바이오엔테크사가 화이자 백신 2000만 회분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권 시장은 "2021년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코로나19 예방 및 백신 지원 예산으로 20억 원을 편성했다"며 "백신 접종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을 위한 예산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비 매칭이 필요할 수 있다는 예산 부서 판단 하에 의회 동의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 구매의향 타진 단계에서 중단됐기 때문에 시 예산이 전혀 지출되지 않았고 대구시가 메디시티협의회에 지원하는 보조금 예산에도 백신 도입 예산 관련 집행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권 시장은 "이번에 논란이 된 백신 도입 추진은 백신이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메디시티협의회장과 구성원이 선의와 순수한 열정에서 출발했음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행정을 책임지는 저와 대구시 차원에서는 면밀히 검토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불필요한 논란과 혼선을 초래했다"며 "거듭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추가질문에 나선 전경원 의원(국민의힘·수성구3)은 "진행 과정에서 조금 어긋났지만 이 문제로 더 이상 대구시와 대구시민을 조롱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며 "대구와 대구시민이 동네북이냐"고 강조했다.
#이진련 #권영진 #대구시의회 #백신 도입 논란 #메디시티대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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