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엄마는 한 명이 아닙니다

실시간 조언과 도움을 주고받는 ‘집콕 시대 공동의 육아’

등록 2021.06.14 17:36수정 2021.06.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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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팬티 기저귀는 어떻게 가는 걸까요? 똥 여기저기 다 묻히고 지금 난리예요."


출근하고 얼마 뒤 급한 일을 처리하고 뒤늦게 확인한 아내의 문자. 선물 받은 기저귀가 벗기고 입히는 팬티형이었던 것이 문제의 화근이었다.

아내는 그동안 찍찍이로 채우고 벗기는 밴드형 기저귀를 사용하다가 아기가 7kg를 넘어가면서 단계를 바꿨다. 그러던 중, 선물 받은 팬티 기저귀가 있어 사용해 보려다 이 사달이 난 것이었다.

아기가 오줌도 아닌 변을 보았는데 그대로 벗기면 그때마다 아기를 씻겨야 할 것이고 집이 난장판이 될 것 아닌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급한 대로 여기저기 지인에게 연락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쉽사리 대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갑자기 다짜고짜 연락이 와서 팬티 기저귀를 어떻게 벗기느냐는 필자의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졌을지 지금 생각하면 쑥스럽기도 하다. 지인 중에 팬티 기저귀 자체를 아예 사용해 보지 않은 엄마도 있었다. 몇 분에게 여쭈었을까? 쌍둥이를 기르는 지인에게 간신히 해결책을 듣고서야 아내에게 전화했다.

"잘 해결했어요. 팬티 기저귀는 옆을 찢어야 하는 거래요."


'나도 지인들에게 어렵사리 물어서 힘들게 알아보고 전화를 한 건데 벌써 해결을 했다고? 대체 어떻게?'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다급한 마음에 혹시나 해서 맘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렸고 아내와 같은 귀여운(?) 실수를 한 엄마들이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솔루션(?)을 제공해 주더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런 실수를 한 엄마들이 많았다. 한 달 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벗기고 씻기기를 반복했다는 엄마부터 기저귀를 다시 밴드로 바꾸었다는 엄마까지 구구절절하고 기상천외한 사연들이 카페에 있었다.

아내가 가입한 맘카페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회원 수가 무려 300만 명에 즐겨 찾는 회원 수가 무려 70만 명에 달했다. 아내처럼 접속을 유지한 채 짬 날 때마다 카페를 찾는 회원 수를 감히 가늠하기 힘들어 보였다.

아내에 따르면 실시간으로 고민이 올라오고 당신도 경험해 본 것이 있으면 도움을 주고자 짬이 날 때 댓글을 달아준단다. 본인 고민이 있으면 글을 올리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실시간의 댓글이 달린다고.

엄마 마음은 엄마만이 안다고 했던가? 아기를 돌보면서 쉬는 시간에도 육아 관련 고민을 하며 카페를 찾는다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데 그런 엄마들이 이렇게 많다니.

얼마 전부터 우리 부부를 괴롭히는 큰 고민이 있었다. 아기가 앞으로 넘어지는 참사를 뜻하는 이른바 '앞쿵이'와 뒤로 넘어지는 걸 일컫는 '뒤쿵이', 옆으로 넘어지는 걸 일컫는 '옆쿵이' 때문이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아기가 착용해야 하는 보호 쿠션이나 헬멧을 씌우면, 아기가 극도로 싫어했다. 한 번씩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넘어지는 사단이 일어나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넘어져서 서글프게 우는 아이의 표정과 울음소리는 우리에게 매우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러던 지난 주말, 아내가 제안을 해왔다.

"뾰족한 방법이 없는지 맘카페에 물어봐야겠어요."

그러고 아내는 맘카페에 우리의 고충을 담은 사연을 올렸다. 그러자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신기하게도 답장이 왔다. 그리고 그 아래로 실시간으로 다른 엄마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걱정 어린 시선으로 충격 흡수를 할 수 있는 매트리스는 깔아 두었는지 물어오는 엄마부터 지금 이 시각만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토닥이는 다른 아기 엄마, 그리고 힘내서 육아하자고 응원해오는 엄마들까지 매우 다양했다.

엄마들은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이를 방지할 방법이나 아이템들을 알려 줬다. 그중에서 해법을 찾았다.

'코끼리 봉제인형이라고 있는데 그 인형을 구매해서 사진처럼 앉아 있는 아이 근처에 둘러 주면 잘 넘어지지도 않고 혹 넘어진다 해도 아프지 않아요. 우리 아기는 인형 덕분에 그 시기를 잘 이겨냈답니다.'

검색해보니 원래는 아기의 애착 인형이나 베게 용도로 쓰는 인형이었다. 그런데 다리도 코도 있어서 추천해주신 엄마 말씀처럼 아기 주위로 쿠션처럼 둘러 주는 용도로 활용하면 우리 아기에게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바로 주문하고 추천해 주신 분께 아이 엄마는 제품을 구매한 인증 사진과 진심을 담은 감사 인사를 건넸다.

아이 엄마와 필자는 일련의 새로운 경험에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고민하는 시간도 무한정으로 길어졌을 것이고 그 기간은 아이에게도 힘든 시간이 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초보인 우리 부부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실시간으로 도와주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걸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되었다. 그 마음이 어떤지 느끼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기의 엄마는 한 사람이 아니었다. 직접 육아를 해주는 아이 엄마 말고도 간접적으로 아기를 돕는, 실시간 대기하고 있는 지혜로운 엄마들이 많았다. 

'지금 순간, 실시간으로 서로 도우며 함께한다면 혼자가 아닌 공동의 육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러 지혜를 가진 다른 이름 없는 엄마들이 있기에 이 시대 다른 엄마들도 더는 혼자가 아니다.

아내는 요즘 쉬는 틈틈이 올라오는 글들을 확인하며 우리 부부보다 더 초보인 부모들에게 댓글을 남기고 사진을 보내며 다른 아기의 공동 육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오늘도 맘카페에서 다른 아기들의 육아를 돕고 있을 이름 모를 다른 엄마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이 세상 모든 엄마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아기 #엄마 #육아 #맘카페 #집콕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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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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