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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한 수, B3W 플랜이 던진 관전 포인트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2021년판 마셜 플랜, 같은 점과 다른 점

등록 2021.06.14 19:00수정 2021.06.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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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확대회의 1세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1세션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운데),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팽창 전략인 '일대일로'에 맞서는 동시에 미·중 신냉전 질서의 형성을 겨냥하는 B3W 플랜(B3W: Build Back Better World)이 부각됐다. 현지 시각으로 12일 합의된 이 구상은 '더 나은 세계의 재건(Build Back Better for the World)'을 목표로, 전 지구적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B3W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에 관해 12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바이든,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고자 G7 국가들의 결집 시도(Biden Tries to Rally G7 Nations to Counter China's Influence)'는, "바이든의 선거운동 주제에 근거를 두고 '더 나은 세계의 재건'이란 이름을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바이든의 대선 캠페인 구호인 '더 나은 재건'을 응용해서 만든 이름이라는 것이다.
 
B3W와 마셜 플랜
  
육·해상 실크로드의 구축을 지향하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영어 약자는 BRI(Belt-and-Road Initiative)다. B로 시작하는 점과 글자가 셋이라는 점 역시, B3W가 BRI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B3W 플랜에 따른 투자 대상은 개발도상국들이다. 위 기사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부유한 민주주의 지도자들이 개발도상국들에 수천억의 대출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한다. 일대일로 차원에서 세계 각지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중국에 맞서, 선진 7개국들도 개발도상국 지원에 나서자고 촉구한 것이다.
 
B3W 플랜이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마셜 플랜은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1947년 이맘때인 그해 6월 5일, 해리 트루먼 행정부의 조지 마셜 국무장관이 하버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발표한 마셜 계획은, 대외 지원을 강화해 공산주의 침투를 막겠다는 의도가 그 아래 깔려 있었다.
 
마셜 플랜에 맞서 소련 역시 코민포름이라는 국제기구 결성을 통해 공산권 결속을 도모했지만, 소련이 처음부터 미국의 의도를 간파했던 것은 아니다. 소련은 처음에는 '유럽부흥계획'이라는 마셜 플랜의 외형에 주목했다. 자국과 공산권도 지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을 정도다. 2001년에 <한국정치학회보> 제35집 제2호에 실린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의 논문 '탈냉전기 냉전 기원의 새로운 해석에 관한 연구'는 이렇게 설명한다.
 
애초에 소련은 마셜 플랜을 소련과 동구의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했다. 또 경제학자인 바르가(Y. Varga)는 (1947년) 6월 24일 몰로토프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 안은 잉여생산물을 처리하지 못해서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한 미국이 마지못해 추구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말하고, 이 회담에서 미국에 최대한 압력을 가해서 소련은 정치적 이득을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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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지역의 호텔 Talleyrand 외관에 있는 마셜 플랜 50주년 기념판. ⓒ Wikimedia Commons / Mu

  
처음에 소련은 마셜 플랜을 경제학적으로만 이해했다. 잉여생산물을 처리하기 위한 사업이라고만 판단했을 뿐, '원조를 통한 동맹 확장정책'이라는 점은 의식하지 못했다. 소련이 정말로 착각했다는 점은, 마셜 플랜을 논의하기 위한 그해 6월 27일 파리회담에 공산권 국가들을 참가하도록 독려한 사실에서도 증명된다.
 
위 논문은 "6월 21일 소련 정치국 중앙위원회는 이 회담에 소련이 참여할 것을 권고하고, 다음날 폴란드·체코·유고 주재 소련 대사들에게 전문을 보내 이들 국가들도 마셜 플랜에 참여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소련은 미국의 진짜 의도를 파악했고, 코민포름 결성으로 마셜 플랜에 대응했다. 마셜 플랜과 코민포름 출범은 냉전주의 세계관을 담은 트루먼 독트린 발표,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조약기구 창설 등과 더불어 미·소 냉전질서를 형성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위 논문은 마셜 플랜이 현대 세계사에 끼친 영향을 이렇게 설명한다.
 
소련은 미국의 마셜 플랜이 갖고 있었던 흡인력을 차단시키고, 동구권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하고 소련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하게 된다. 결국 마셜 플랜은 유럽이 미국과 소련의 세력권으로 양분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때와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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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메릴랜드 주 앤드류스 공군 기지에 도착해 활주로 위를 걷는 모습. (AP/ Carolyn Kaster) ⓒ 연합뉴스/AP

 
마셜 계획의 진의를 늦게 알아챈 소련과 달리 중국은 B3W 플랜의 의도를 빨리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마셜 플랜이라는 선례가 있는 데다가 <뉴욕타임스> 같은 미국 언론들도 B3W와 일대일로의 상관관계를 보도하고 있다. 마셜 플랜으로 소련에 맞서는 일보다 B3W로 중국에 맞서는 일이 더 힘들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B3W의 앞길에는 이 외에도 과제들이 많다. 마셜 플랜 때는 미국 국고에서 돈이 나간 데 반해, B3W에서는 '민주주의 진영'에서 돈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권위주의 진영'의 대표주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주의 진영'의 G7 국가들이 자금을 분담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뉴욕타임스> 기사는 "백악관에 의해 설명된 이 계획은 미합중국·유럽·일본의 현존 프로젝트와 더불어 민간 자금조달의 장려를 결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다. 미국이 유럽 국가들과 일본뿐 아니라, 민간부문 자금까지 활용해 중국 견제를 추진하는 계획인 것이다.
 
미국 정부가 자기 돈을 마음대로 쓸 때와, 외국 정부의 돈뿐 아니라 민간 자금까지 끌어다 쓸 때의 차이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계획의 추진 속도가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고 예견할 수 있다.

일부 G7 국가들의 소극적 태도도 미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과 경쟁하는 것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심적 부담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독일의 경우에는, 미국이 이를 명분으로 또 다른 냉전질서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위 <뉴욕타임스> 기사는 '폭스바겐과 BMW의 1번 시장(the No.1 market)'이 중국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독일은) 새로운 냉전에 대해 상당히 저항적"이라고 말한다. 독일 정부로서는 B3W로 인해 신냉전이 정착되고, 이 때문에 자동차 기업 BMW 같은 자국 기업들이 손실을 입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B3W가 트루먼 행정부의 마셜 플랜처럼 '히트작'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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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초대형 인프라 투자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추격을 내세우며 2조2500억 달러(약 2천500조 원) 규모 초대형 인프라 투자 입법 및 법인세율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1.4.7 ⓒ 연합뉴스

 
이번 B3W의 성공 가능성이 마셜 플랜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미·중 경쟁이 더욱 격화돼 세상이 한층 혼란해질 수 있다는 점 등과 더불어, B3W가 세상에 미칠 긍정적 영향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동기가 어떻든 이것은 베푸는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곳곳에서 마음의 장벽이 높아지는 이때, 선진국들이 나서서 개발도상국들을 돕는다면 지구촌이 지금보다는 덜 삭막해질 수도 있다. 약소국을 착취하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강대국이 되는 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도 이바지할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애초 마셜 플랜에도 그 같은 긍정적 측면이 담겨 있었다. 장하준 교수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이런 대목이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마셜 플랜의 경우, 미국이 과거의 적국들까지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번영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본다는 신호였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다른 부자 나라들을 설득하여 가난한 나라들이 민족주의적 정책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것을 돕거나 아니면 최소한 허용이라도 하도록 이끌었다.
 
마셜 플랜에 담긴 '남을 돕는 게 나를 돕는 길'이라는 정신은 1947년 출범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WTO의 전신) 체제 하에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 혜택을 부여하도록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위 책은 말한다.
 
어쨌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부분이 많아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야심에 찬 세계 구상인 B3W 플랜이 중국 견제라는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지. 동맹국과 G7 국가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자금 협력을 이끌어낼지. 이 과정에서 한국은 어느 정도나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지. 중국은 이에 맞서 어떤 방법으로 일대일로를 지켜낼지. 이 플랜이 저소득 국가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보수주의의 장벽을 허무는 데는 얼마나 기여할지.
#B3W #일대일로 #미중관계 #마셜 플랜 #종국 포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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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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