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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인천' 어떻게 만들어졌나

[오마이시티, 오마이브랜드 ④] 인천의 도시브랜드 마케팅

등록 2021.06.13 15:12수정 2021.06.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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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인플레이션 시대에 도시브랜드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도시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오마이시티, 오마이브랜드> 기획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인천광역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도시브랜딩 활동의 기획·진행·평가 등을 짚어보면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연재는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이었던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기획취재 선임기자가 함께 진행한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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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iting Contrast'라는 용어는 내부 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카피였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라는 카피로 재탄생했다. ⓒ 인천시

 
대한민국의 관문인 '해항(海港)도시' 인천은 시민, 관광객, 투자자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아직까지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과 맞닿아 있는 도시, 국제공항을 갖고 있는 도시, 그래서 외부인에게는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로 인식되는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다. '발광체'라기 보다는 '반사체'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그러나 인천은 다양하고 훌륭한 역사·문화·미래 자산을 갖고 있다. 영종·청라에는 국제공항과 파라다이스 시티라는 동북아 최대 복합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있다. 자유경제구역인 송도는 코로나 이후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과 스타트업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중구에는 개항장,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월미도, 자유공원, 남동산단 등 역사와 산업의 자산이 풍부하다. 강화에는 선사시대 유적 고인돌과 동양 최대 규모의 루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 마주한 교동도 등 168개의 섬 지구를 품고 있다. 인천은 그야말로 다양성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도시다.

인천의 이같은 다양성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도시브랜딩에 녹여낼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는 인식(perception)과 실제(reality) 사이의 간극을 해소해야 한다. 인천시가 가진 실체의 팩트와 울림있는 메시지 전달을 통해 사람들의 동의와 공감을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인천시는 도시브랜드를 리브랜딩(rebranding)했다. 도시브랜드 슬로건과 디자인을 잘 바꾸면 시민들이 도시의 변화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느끼게 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교체는 단순히 시각적 상징의 변화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시정(市政)의 방향성이 정비되고, 앞으로 도시브랜드 마케팅 활동이 지금과는 다르게 전개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Fly Incheon'에서 'all ways INCHEON'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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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전에 쓰였던 인천의 도시브랜드 슬로건은 '플라이 인천(Fly Incheon)'이었다. 이후 시민 참여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올 웨이즈 인천(all ways INCHEON)'이라는 새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개발했다. ⓒ 인천시


인천시는 2017년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바꿨다. 기존의 슬로건 '플라이 인천(Fly Incheon)'은 'Fly'가 파리를 떠올리게 하고, 도시 이미지를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의 틀 안에 가둬두고 있다는 평가가 있어서다. 시민 참여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올 웨이즈 인천(all ways INCHEON)'이라는 새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개발했다.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all ways INCHEON'은 인천의 도시 정체성을 표현하는 언어적 상징(verbal identity)으로서는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ways' 부분을 참여형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개발해 도시를 상징하는 다양한 키워드와 이미지를 담을 수 있게 만들었다. 다만, 'all ways INCHEON'의 시각적 상징(visual identity)은 인천대교와 팔미도등대를 상징으로 삼아 개발됐는데, 얇고 가독성이 다소 떨어지는 로고 타입은 아쉬움을 남긴다.

'all ways INCHEON'은 슬로건 로고 아래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태그라인을 붙였다. 자칫 'Fly Incheon'을 교체할 때 지적됐던 논리와 비슷한 '하늘, 땅, 바다의 길'이라는 관문의 역할을 연상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길(way)'이라는 의미로만 한정하지 않는 확장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서울의 도시브랜드 슬로건인 '아이·서울·유(I·SEOUL·YOU)'도 참여형 플랫폼 성격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브랜드 이름인 'SEOUL' 부분을 참여형 공간으로 만들어 다양하게 활용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자체가 사라지는 결정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마치 광고는 대박을 쳤는데, 정작 열심히 광고를 본 사람들이 어떤 제품인지는 모르는 것처럼.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카피 탄생

도시브랜드는 단순히 슬로건만을 뜻하지 않는다. 도시의 비전을 설정하고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일,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문화·관광·환경 등 다방면에서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인천이 핵심가치(Core-Value)로 삼은, '최초를 넘어 최고가 되다'는 의미를 담은 'First Ever'도 지향하는 최고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도시브랜드 마케팅 활동은 크게 달라진다.

2017년 도시브랜드를 런칭한 뒤 만든 텔레비전 광고(TVCF)는, 도쿄보다 안전한 도시, 두바이를 이긴 도시 등의 카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도시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도시라는 가치를 전달했다. 이와 더불어 도시의 다양한 풍광을 통해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표현했다. 인천시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기 위해 인천의 자산을 나열하는 방식의 초기 마케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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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인천'의 랜드마크를 인포그래픽스로 개발한 포스터. ⓒ 203×infographics lab, 인천시


이런 매력적인 자산이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을 넘어, 그 자산이 어떤 도시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 담아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천시가 풀어가야 할 가장 큰 숙제인 원도심과 신도심의 격차,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2019년 인천시 도시브랜드의 마케팅 테마는 'Exciting Contrast'였다. 외부에서 볼 때 매력적인 도시이지만, 내부에 존재하는 갈등을 문화·자연·사람의 관점에서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서로 다른 가치가 대립하는 부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가치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대조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인천의 역동성을 표현해보자는 취지다. 

다만 'Exciting Contrast'라는 용어는 내부 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카피였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쉽게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 소비자 관점의 언어가 필요했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라는 카피로 재탄생했다.

'TVCF 3부작' 시간여행자, 공간이동자, 영화주인공

다음 단계는 인천시가 안고 있는 핵심적인 갈등을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키워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선정했다.

첫 번째는 '랜드마크'였다. 신도심과 원도심이 가진 물리적 자산은 다를 수밖에 없다. 원도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과 신도심의 미래 지향적인 건축물.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냐가 아닌, 각자 나름의 매력을 지닌 자산이다. 인천시는 둘 사이의 이질적인 간극을 메우기 위해 탄생한 게 '시간여행자'라는 콘셉트다.

"별빛이 쏟아지는 선사시대의 낭만에서 현대문명의 환상적인 야경을 보여주는 21세기 낭만까지 시차는 단 30분, 인천에서는 누구나 시간여행자가 됩니다.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인천."|TVCF '시간여행자' 카피 중에서

인천 도시브랜드를 알리는 TVCF에서는 강화 고인돌에서 송도 트라이보울까지를 메인 샷으로 활용했다. 근대 문화유적의 원도심, 개항장 거리와 첨단 국제회의복합지구 송도·청라, 동북아 최대 복합문화 리조트가 있는 영종도까지를 교차 편집해 역동적인 도시 이미지를 보여줬다. 

이처럼 과거와 미래를 이동하는 경험이 가능한 도시 '인천'을 매력적으로 표현함으로써, 2019년에는 '비즈니스 분야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어워드(IBA)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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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도시브랜드를 알리는 TVCF '시간여행자' 편. ⓒ 인천시

 

두 번째는 '자연'이었다. 산·바다·습지·사막 등 다양한 자연풍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도시가 인천이라는 사실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공간이동자'라는 콘셉트를 만들었다. 바다에서 산으로, 습지로, 사막으로 다양한 자연경관을 경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지 30분. 인천에 온 당신은 공간이동자가 된다는 것이다.

"바다로 산으로 사막으로 습지로 인천에서는 누구나 공간이동자가 됩니다. 자연과 자연을 오가는 경험.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인천."|TVCF '공간이동자' 카피 중에서

산과 바다, 섬, 사막과 생태습지를 두루 갖추고 있어 서로 다른 질감의 자연을 오갈 수 있는 인천의 특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168개의 섬과 환상적인 바다, 멋진 풍차가 있는 소래생태공원 습지와 한 편에서는 바다를, 반대 편에서는 육지를 볼 수 있는 산을 TVCF에 담아냈다.

이와 더불어 액티브한 등산(트래킹), 사막 체험, 바다에서의 고급 요트 체험, 습지에서의 힐링 등 즐길거리를 함께 표현했다. 방문해서 사진만 찍고 떠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긴 시간을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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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도시브랜드를 알리는 TVCF '공간이동자' 편. ⓒ 인천시

 

세 번째는 '축제'였다. 인천은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도시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강화 풍물축제부터 송도 펜타포트 락페스티벌까지 인천에서는 전통문화부터 신세대 락페스티벌까지 경험할 수 있다는 콘셉트를 '영화주인공'이라고 표현했다.

"개화기(開化期)의 연인에서 락페스티벌의 연인으로 인천에서는 누구나 영화의 주인공이 됩니다.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인천"|TVCF '영화주인공' 카피 중에서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진 공간과 강화도 루지, 월미바다열차 등의 탈 것, 동화마을과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의 벽화 사일로, 조양방직(복고), G타워(SF), 강화도 야행축제장에서 락페스티벌, EDM(Electronic Dance Music,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 불꽃놀이 등 다양한 축제와 체험이 가능한 도시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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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도시브랜드를 알리는 TVCF '영화주인공' 편. ⓒ 인천시

 

서로 갈등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요소들을 매력적으로 충돌하게 만듦으로써 그 공간에 가고 싶고 시간을 보내고 싶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해서 인천 도시브랜드 TVCF 세 편이 만들어졌다. 1년 뒤인 2020년에는 이 모든 것이 만나는 인천의 두 도시 이야기 '나는 인천입니다'가 만들어졌다. 

이 영상은 원도심과 신도심을 남자와 여자로 의인화해,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로 다른 인천을 멋진 영상으로 담아냈다. 원도심과 신도심의 심리적 간극을 줄이고, 서로 다른 모습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는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도시브랜드 마케팅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은 누구죠? 늘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인천의 현재라면 당신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 가까이에 내가 있을 겁니다. 나는 인천입니다." | TVCF '나는 인천입니다' 카피 중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인천시 도시브랜드 TVCF는 인천의 실제(reality) 가치를 보여준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와 함께 그 안에 실재하는 공간, 사람, 문화의 차이를 단순한 갈등 요소로 보는 것을 지양하고, 오히려 다양성과 역동성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해왔다.

2021년 올해, 인천은 어떤 이야기를 그려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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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인천의 도시브랜드 TVCF 세 편이 완성됐고, 1년 뒤인 2020년에는 이 모든 것이 만나는 인천의 두 도시 이야기 '나는 인천입니다'가 만들어졌다. ⓒ 인천시

 

미셸 푸코가 말한 '헤테로토피아' 지향하는 인천

미셸 푸코(Michel Paul Foucault)는 "19세기를 사로잡았던 것이 역사라는 거대한 강박관념이었다면 현 시대는 아마도 공간의 시대일 것이며, 우리는 동시성의 시대, 병렬의 시대, 가까운 것과 먼 것의 시대, 인접성의 시대, 분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세계는 더 이상 시간의 순차적 흐름에 따라 발전하는 거대한 생명체(long life)가 아니라 실타래를 교차시키고 다양한 지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코는 공간을 역동적 대립 구조로 인식했다. 하나의 장소는 다른 장소와 연결될 수 있으며, 장소가 갖고 있는 특성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장소가 가진 이질적 특성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봤다. 그는 이러한 공간관을 헤테로토피아라고 했다.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는 문자 그대로 '다른(hetero)', '장소(topia)'를 뜻한다. 푸코는 하나의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극장, 이질성과 비일상성이라는 특징을 통해 시간의 단절을 경험하는 박물관, 축제 같은 것이 실제화된 유토피아를 헤테로토피아라고 했다. 

인천 역시 푸코가 말한 헤테로토피아 공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도시브랜드 #헤테로토피아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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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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