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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어 미얀마, '집사부일체' 파격 시도가 증명한 것

[TV리뷰] SBS <집사부일체>- '지구촌일체' 2부

21.06.07 15:32최종업데이트21.06.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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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집사부일체>가 2021년 주목해야 할 지구촌의 핫이슈를 주제로 뜨거운 토론을 주고받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집사부일체>는 지난주에 이어 '지구촌일체' 2부를 내보냈다. 미국,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까지 총 6개국의 청년 대표들이 등장해 보복소비·도쿄 올림픽·미얀마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찬성과 반대로 나뉜 출연진, 팽팽한 의견 대립

첫 번째 주제는 보복소비. 출연진들은 코로나19 이슈의 연장선상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보복소비가 늘고 있는 현상과 관련,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서로의 의견을 피력했다. 양세형과 타일러(미국), 럭키(인도), 마국진(중국), 로빈(프랑스) 등 보복소비에 반대 의견을 낸 이들은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알베르토(이탈리아)와 김동현은 오히려 적절한 소비와 워라밸의 균형을 강조하며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알베르토는 '재난지원금' 문제를 언급하며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보복 소비는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출연자들은 코로나 이후 달라진 각국의 소비문화를 알아보며 배달·음주문화·주식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 주제는 도쿄 올림픽이었다. 멤버들은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된 상황에서 과연 정상적으로 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에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 출신 교수 호사카 유지는 화상전화 연결을 통해 "하루 확인자가 6천여 명"이라며 일본 내 코로나 19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일본 각 지역으로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긴급사태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올림픽 개최를 이유로 선수들이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 오르면서 자국민들의 올림픽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도 전했다.

지난 5월 일본 <아사히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림픽을 개최하거나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무려 82%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도쿄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약 80조 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을 근거로 들며 일본이 올림픽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SBS <집사부일체>- '지구촌일체' 2부 방영분. ⓒ SBS

 
양세형은 "관중이 없다면 조금 안전해질 수 있지만, 올림픽이 시작되면 응원을 하게 되고 그것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의미"라며 "그러다가 코로나 재확산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반면 체육인 출신인 김동현은 "올림픽은 모든 운동선수들의 꿈이다. 아주 특출한 선수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갈 기회는 일생에 한 번"이라며 선수들의 입장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세형은 선수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만일 올림픽에서 코로나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코로나 종식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며 "미래의 올림픽을 꿈꾸고 있는 유소년 선수들도 있는데 그 선수들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베르토는 "올림픽은 인류 화합과 세계평화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전세계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올림픽 개최는 조금이라도 희망이 될 수 있다"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만 격리하는 '버블방역'을 통해서 대회를 치렀고 이제 백신도 나왔으니 올림픽도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타일러는 "올림픽을 취소하고 영원히 안 할거면 모르겠지만 주기별로 국제대회나 행사는 또 다시 돌아온다"며 "코로나가 1~2년 이내에 종식될 것 같지도 않다. 어차피 할 바에는 제한적으로나 진행해 보고 배워가면서 코로나 시대에 맞는 올림픽 운영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는 미얀마 사태가 주제로 등장했다. 미얀마 출신 작가이자 소셜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찬찬이 특별게스트로 함께했다. 찬찬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살고 있는 10년 차 주부인데 현재 부모님만 미얀마에 계신 상황이었다. 그는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8백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5천 명 이상이 체포(5월 AAPP 집계 발표)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찬찬은 "일곱 살 여자아이가 군 차량을 보고 무서워서 집 안으로 도망가다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총살당했다"는 내용을 전해 출연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승기가 "(아이에게까지) 왜 총을 쏜 건가"라고 질문하자 찬찬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어떤 반대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이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미얀마의 역사가 간략하게 소개되기도 했다. 미얀마는 지난 60년 동안 군부독재가 이어지다가 두 번에 걸친 처절한 민주화 항쟁을 통해 2015년 마침내 자유선거로 민주정권이 출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021년 군부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명분을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SBS <집사부일체>- '지구촌일체' 2부 방영분. ⓒ SBS

  

SBS <집사부일체>- '지구촌일체' 2부 방영분. ⓒ SBS

 
찬찬은 "군부가 처음에는 선거에 승복하겠다고 했다가 결과가 나오니 말을 바꿨다"며 "국민들은 처음에는 한국의 촛불혁명처럼 평화적으로 시위를 했으나 군부에 의하여 계속 죽음을 당하고 탄압받고 있다"고 그곳의 상황을 전했다.

양세형과 김동현이 "이런 상황이면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사태를 도와줄 방법이 없냐"고 질문하자 찬찬은 "UN차원에서 개입하려면 상임이사국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중국과 러시아에서 내정간섭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제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타일러는 "미국과 EU등 국제사회가 군부의 해외 계좌를 동결시키고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하는 등 경제 제재 등을 하고 있지만, 미얀마와 경제의존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이다"라며 "중국이 빠진 경제 제재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민감한 부분을 짚기도 했다.

찬찬은 "미얀마 국민들이 스스로 싸워야하는 것도 맞지만, 군부는 총을 겨누고 있고 국민들은 아무런 무기 없이 싸워야 한다"며 "외부의 도움이 무조건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출연자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인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언급하며 안타까워했다.

찬찬은 TV와 개인방송을 통하여 미얀마 사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찬찬을 블랙리스트에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찬찬은 "사실 나도 무섭다. 나와 내 가족 등 주변에 피해가 갈까 봐 모두 걱정하는데, 그래도 개인적으로 저처럼 해외에 있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찬찬은 "우리는 죽어도 두렵지 않은 나이지만, 쿠데타가 터지고 나서 이렇게 사는 건 이미 죽은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하셨다"는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토론의 중요성 알게 한 <집사부일체>

<집사부일체>는 그동안 '인생의 사부가 될 만한 인물을 모셔다가 그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배운다'는 기획을 표방해 온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지난 2주간의 토론특집은 <집사부일체>의 콘셉트와는 다소 동떨어진 데다 과거 JTBC에서 방송되어 큰 인기를 모았던 외국인 토론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그대로 재현한 구성에 가까웠다. 실제로 외국인 출연자들도 모두 <비정상회담>에서 활약했던 멤버들이었다.

코로나19와 미얀마 사태 등은 주말예능에서 다루기에는 무겁고 조심스러운 소재다. 아무리 종영한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타 방송사의 콘셉트와 출연진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나치게 가볍고 자극적이거나 식상한 예능들만 넘쳐나고 있는 최근의 방송가에서 다양한 외국인들의 시각으로 시사 이슈를 되짚어 본 '지구촌일체'의 토론 실험은 분명히 의미가 있었다.

심지어 <집사부일체>는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 미얀마 사태와 광주민주화 운동의 데자뷔, 미얀마 군부와 중국의 연관성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내용마저도 거침없이 다뤘다.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의 반응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토론을 정리하며 알베르토는 "복잡한 사회, 비상스러운(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다 해결할 수도 없다"며 "이런 토론을 통해서 선입견을 깨고 얻을 수 있는 게 많다"고 소감을 전했다. 럭키도 "토론이 필요한 건 좋은 이야기, 안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대화를 통하여 힐링이 되기 때문"이라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존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 사회만이 지닌 장점이다. <집사부일체> '지구촌일체' 2부는 토론과 표현의 자유가 우리 시대에 왜 꼭 필요한 가치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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