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환경파괴 오명 쓴 비트코인, 환경친화적 암호화폐는 없다?

채굴 과정에서 에너지 낭비·폐기물 양산... 갈 길 먼 '친환경' 암호화폐

등록 2021.05.28 07:29수정 2021.05.28 07:29
3
원고료로 응원
 
a

비트코인이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 Pixabay

 
"비트코인은 환경에 좋지 않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느닷없는 비트코인 환경 파괴 발언에 대부분의 암호화폐 가격이 줄줄이 하락했던 지난 13일, 시장에서 '나 홀로 상승'을 보여주던 암호화폐들이 있었습니다. 카르다노(Cardano)나 폴카닷(Polkadot) 등의 일부 알트코인들입니다. 알트코인이란,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친환경적인 암호화폐라고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날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석탄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앞으로 테슬라에서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살 수 없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친환경을 내건 암호화폐에 눈을 돌렸습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말이 테슬라의 비트코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꺼내든 변명에 불과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환경 파괴 논란을 바라보는 시장 관계자들과 각국 정부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기만 합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환경 파괴 이유를 들어 앞으로 비트코인으로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 역시 지난 21일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겠다며 그 이유 중 하나로 환경 파괴를 지목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환경 파괴 논란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된 셈입니다. 

비트코인이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
 
a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는 고성능의 장비가 필요하다. ⓒ Pixabay

 
비트코인은 어떻게 '환경 파괴자'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일까요? 새 비트코인을 얻기 위한 채굴 과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로 '탈중앙집권적' 성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같은 중개자가 거래에 참여한 이들의 거래 정보를 저장하고 그 속에 있는 오류까지 파악하는 중앙집권적 형태와 다릅니다. 암호화폐로 이뤄지는 거래 정보는 이용자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블록' 속에 저장됩니다. 새 거래 정보가 담긴 블록은 평균적으로 10분마다 1개씩 생성되는데 정보에 이상이 없을 경우 새 블록이 기존 블록에 연결됩니다.

이때 새 블록을 만들고 블록에 담길 거래 정보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게 채굴자들의 일입니다. 역할을 수행한 한 명에겐 12.5코인이라는 달콤한 보상도 주어집니다. 여기선 편하게 '검증자'라고 불러보겠습니다.


그런데 채굴자 중 누가 검증자 역할을 맡게 되는 걸까요? 그건 '랜덤(Random, 무작위)'입니다. 채굴 작업이 '로또'에 비유되곤 하는 이유입니다. 암호화폐 거래로 생겨나는 각종 정보들을 같은 사람이 계속 확인하고 저장할 경우,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거래 정보를 조작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작위로 검증자를 뽑도록 한 것입니다.

채굴을 로또 복권에 비유해보겠습니다. 채굴은 공개되지 않은 '로또 번호'(비트코인이 정해둔 정답)를 맞추기 위해 쉴 새 없이 로또 용지를 사는(컴퓨터를 통한 연산 작업) 것과 같습니다. 암호화폐 용어로 PoW (Proof of Work, 작업증명)라고 합니다. 같은 시간이라면 로또 용지를 더 빨리, 더 많이 적어 낼수록 정답일 확률도 높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채굴자들은 고성능의 하드웨어를 활용합니다. 고성능의 하드웨어일 수록 많은 전기를 소비합니다.

10분이 지나고 한 명의 검증자가 정해지면 당첨되지 못한 로또 용지(연산 작업)는 모두 폐기처분 됩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에너지 낭비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그 에너지조차 생산비용이 가장 저렴한 석탄을 태워 만드는 경우가 많죠. 암호화폐 전문매체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1개 채굴해 거래하는 데 드는 탄소 배출량은 10만5496시간 유튜브를 시청한 것과 같다고 합니다. 또 매년 비트코인 거래에 드는 전력은 파키스탄의 한 해 전기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친환경을 앞세운 암호화폐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의 허점을 메울 다양한 대안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비트코인과 다른 채굴 구조를 택한 암호화폐들이 등장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로 채굴을 시도하는 이들 또한 늘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 5위 카르다노가 첫 번째 경우에 속합니다. 카르다노는 PoS(Proof of Stake, 지분증명)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해당 암호화폐에 지분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검증자 역할을 맡을 확률도 높아집니다. 여전히 '채굴'이라는 작업이 빠지지 않지만, 비교적 불필요한 연산작업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일이 없기 때문에 PoS 방식 암호화폐들은 스스로 '친환경적인 암호화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 2위의 이더리움 역시 지난해부터 기존의 PoW에서 PoS로 전환하는 이더리움 2.0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개발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리플(Ripple) 역시 시장에서 대표적인 친환경 암호화폐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히 친환경적인 요소가 있어서라기보단 리플엔 채굴이 따로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리플은 은행과 금융 기관들을 위한 글로벌 통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사업적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의 신뢰를 얻고 공급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모든 코인을 이미 채굴한 채로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사업 구조상의 이유로 스스로를 친환경적이라고 소개했던 초창기 암호화폐들의 모습이라면, 최근에는 친환경 키워드를 앞세운 그럴듯한 암호화폐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치아(CHIA)가 대표적입니다. 치아는 PoW나 PoS 방식이 아닌 '공간 증명'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새 코인을 얻기 위해 채굴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같지만 치아는 컴퓨터 하드 디스크 공간을 활용해 검증자를 뽑습니다. 그래서  채굴이 아닌 '파밍'(Farming, 재배)이라고 부릅니다.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선 검증자가 뽑히면 정답을 맞추기 위해 이뤄졌던 모든 연산작업이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로또 당첨자 이외 모든 투표용지가 버려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치아 역시 18초, 하루에 4608번꼴로 새로운 '도전'(challenge)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모든 연산 작업 결과는 컴퓨터에 저장돼, 새로운 도전에 사용됩니다. 쉽게 말하면 이전에 사 둔 로또 용지가 새로운 로또 당첨자를 가리는 데서도 유효한 셈입니다. 그래서 매 도전마다 이미 계산해둔 '데이터베이스' 중 이번 정답에 가까운 수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치아 역시 또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512GB 용량의 하드 드라이브로 치아를 파밍할 경우, 드라이브의 수명이 10년에서 40일로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삽시간에 수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재생에너지로 채굴하면 친환경적일까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방식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중국 사천의 야안시는 지난해 4월 수력발전을 통한 비트코인 채굴을 지원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수력발전 '활황기'인 우기 때 전기가 남기 때문입니다. 

채굴자들은 버려질 에너지원를 채굴에 재활용하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국영 천연가스 회사인 가즈프롬(Gazprom)은 비트코인 채굴자들에게 석유 시추 시의 부산물인 플레어 가스로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채굴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버려지게 될 폐기물입니다. 이미 케임브리지 대학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제3차 글로벌 암호화폐 벤치마킹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 채굴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39%는 이미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친환경적인 채굴을 하고 있다'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중국 사례의 경우, 우기가 아닌 건기 때는 발전량이 부족해 화력발전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채굴 시설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자 폐기물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한 장치는 대체로 2년 내 수명을 다하고 버려집니다. 지구엔 또다시 쓰레기가 쌓이게 되는 셈입니다. 

알렉스 드 브리스는 지난 2019년 '재생가능 에너지는 비트코인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채굴을 한다고 해도 100% 친환경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또 "사천시에서 수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는 중국 내 인프라 부족으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저렴한 가격에 오염된 산업군, 즉 채굴자 등에 의해 사용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 환경 파괴의 핵심인 채굴 구조나 채굴을 위한 에너지 생산 방식 중 어떤 쪽에서도 이렇다 할 친환경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친환경 암호화폐'로 가는 길, 아직은 멀어 보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친환경암호화폐 #암호화폐 #치아코인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