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등록 2021.05.26 11:07수정 2021.05.26 11:07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Happiness 행복 ⓒ pixabay


이삼십 대 나이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덤벼들지는 않았어도 새롭게 도전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이 적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많은 도전이나, 새로운 변화에 고단한 마음이나 불만은 간혹 있었지만 굳이 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실제 조심스러운 성격에 믿는 구석도 없으면서 그때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가끔은 옳다고 여겼었다. 가끔 주저하는 선배들이나, 변화에 도태되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선임들을 볼 때면 겉으로는 선배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동조는 했지만 실제 마음으로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배들이 안쓰럽기도, 답답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 나이 어느새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안쓰럽고, 답답하게 생각했던 주저 하거나,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선배들의 그런 모습을 나에게서 종종 보게 된다. 그런 나를 마주할 때면 조금은 그 시절 선배들 생각에 미안한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연민까지 생겨나곤 한다.

아주 특별할 것도 없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업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평과 불만으로 시간을 때우고, 소비해 버렸다. 일을 마주할 때면 새로움에 대한 설렘은 찾아볼 수 없었고, 낯선 업무에 대한 불안감과 익숙해지지 않는 업무 숙련도가 마치 업무를 맡긴 회사의 탓인 양 속을 끓이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으로 꾸준히 허비했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떨어진 텐션도 올라가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든다는 것을 글을 쓰기 시작하며 알게 됐다. 지금 인생 2막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지만 새롭게 내가 열과 성을 쏟을 수 있는 즐거움을 찾았다. 오십이 되기 전에 찾은 내 즐거움에 안도하고, 오늘도 이렇게 쓸 수 있음에 감사해한다.

난 황혼을 접어든 나이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십 대 후반의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다. 이렇게 글을 쓰며 달라진 내 삶은 주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어떤 것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에너지가 되는지를 최근 몇 년간 느끼며 산다.

글을 쓰면서 난 내 삶을 오래전부터 돌아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단순히 기억의 한 조각을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기억 속에 감정과 깨닫지 못했던 소소한 뒷얘기까지도 새롭게 재조립하게 된다. 한 편, 한 편의 작은 이야기가 큰 꼭지 안에 모여서 여러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또, 글을 쓰며 삶에 대한 관조 섞인 여유를 알게 됐고, 멋스러운 표현은 아니더라도 솔직 담백한 글들을 쓰면서 조금은 더 사람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나 자세를 이해하게 됐다. 물론 글을 쓰면서 금전적으로도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약간의 바람이 있다면 그 금전적인 보탬도 글을 쓰며 함께 조금 더 늘었으면 한다.

지난주에도 후배 한 명과 오후에 마주 보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 건설적인 이야기도 아니지만, 완전히 비생산적인 대화도 아닌. 맛도 영양도 어중간한 그 중간쯤 어딘가에 있을 대화를 우리는 이어 나갔다.

"선배님, 선배님은 10년이나 이곳을 다녔는데 이직 생각 안 해보셨어요?"
"왜 안 했겠어. 이직하고 싶지만 내 맘대로 되나."
"전 2년 전에 이직 못 한 게 지금도 계속 생각나요. 그때 이직했어야 되는데 하고요."
"후배님은 얼마 전까지는 새롭게 받은 일 때문에 이직 고려하지 않는다더니. 문제가 생긴 거야?"
"막상 일 진척도 안 되고, 연간 계획도 끼어드는 일 때문에 제대로 진행이 안 될 거 같아서요."
 "너무 마음 조급해하지 마. 자신에게 맞는 자리는 어디든 있어. 조급해하면 악수(惡手)를 두기 마련이니까 이력서 업데이트하고 천천히 알아봐."
"전 선배님의 그런 태도가 너무 부러워요. 한 편으로 걱정도 되지만요."
"나이가 드니 이런저런 경험이 쌓이고, 쌓여 노하우가 되더라고. 두려움의 경험도 일에 대한 커리어 같이 노하우로 축적이 되는 거 같아. 좋게 얘기하면 신중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고, 나쁘게 얘기하면 쫄보가 다 된 거지. 그래도 꾸준히 놓지 않고 찾다 보면 언젠가 나와 어울리는 자리가 있을 거라고 스스로 믿고 있어. 후배님도 그 끈을 끝까지 놓지 마시게."


난 아끼는 후배들에게는 내가 살아오며 겪었던 많은 경험들을 얘기해 주고 싶어 한다. 요즘은 아마 내 신중함이 그 친구들에게는 더 많이 피부로 와닿을 듯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쌓이고, 쌓인 내 두려움과 실패에 대한 노하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신중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그래도 나이 들어 조급한 성격보다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 신중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백번, 천 번 듣기 좋은 소리다.

그래서 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굳이 변명을 하지 않는다. 그것 또한 나이 들면서 생겨난 사람에 대한 예의이고, 노하우다. 살면서 느는 건 손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아마 직접 겪었던 경험들이 잘 정제된 노하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 실패나 두려움에 대한 노하우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두 번의 실패는 돈으로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도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패라는 아픈 경험을 안 하면 더 좋고, 하더라도 조금은 덜 아프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새롭게 시작한 일이 실패하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넘어졌다 일어나는 게 모두에게 쉽지만은 않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프지 않고 청춘을 보내는 걸 알려주는 게 진정 어른이 아닐까 한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실패하지 않을 충분한 검토와 계획 그리고 신중함이 필요한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 브런치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따뜻한 일상과 행복한 생각을 글에 담고 있어요. 제 글이 누군가에겐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명절 거부한 며느리에게 시아버지가 건넨 뜻밖의 말
  2. 2 "아기 춥겠다" 추석에 또 이 말 들을까봐 두렵다
  3. 3 양세형이 윤석열에 물었다 "대통령만 보면 싸우고 싶나?"
  4. 4 "고인은 하루 200kg 짐을 짊어지고 5만 보를 걸었다"
  5. 5 김일성대학으로 간 아버지, 남한에 남은 가족의 선택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