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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반 토막... '암호화폐 시즌2' 끝났을까

전문가들 "과거 패닉 재현 가능성 낮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

등록 2021.05.21 20:16수정 2021.05.2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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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비롯한 상당수 가상화폐들이 약세를 보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9일은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이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이용자들의 '패닉 셀링(Panic selling, 공포 투매)'로 휘청였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9일 밤 10시 9분께 3579만원을 기록하면서 24시간 전(4971만원) 대비 약 28% 떨어졌습니다. 이더리움 또한 36.11% 떨어진 227만 7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암호화폐의 급락은 일시적이었으나 하락은 그간의 '추세'이기도 했습니다. 21일 오후 3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비트코인 가격은 19%, 이더리움은 28% 하락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14일까지만 해도 8199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한 달 새 반 토막이 났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시즌2가 끝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시장은 연일 고점을 기록하다, 2018년 갑작스레 하락한 뒤 내림세였습니다. 그때를 '시즌1'이라고 본다면, 2021년 초까지 큰 인기를 끌다 주춤하고 있는 현재가 두 번째 광풍의 끝물 아니냐는 것입니다. 정말 과거와 현재는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요?

시들한 암호화폐... 두 번째 광풍의 끝물?

우선 지난 19일 암호화폐가 급락한 이유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결정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불러온 '퍼드(FUD)'가 시장에 충격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퍼드'는 Fear(불안), Uncertainty(불확실성), Doubt(의구심)를 뜻하는 가상세계의 투자용어입니다.

이날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인터넷금융협회, 중국지불청산협회 등 3개 협회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 및 투기 위험에 관한 공고'를 통해 암호화폐는 진정한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암호화폐 거래와 신규 발행을 전면 금지해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암호화폐 가격은 그동안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정책과 함께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첫 번째 광풍이 끝난데도 암호화폐에 대한 각국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7년 12월 13일 가상통화 투기과열 긴급대책을 발표해 은행의 이용자 본인 확인 의무를 강화하고 미성년자·외국인의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2017년 3월과 7월 두 차례 요동쳤습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타일러와 캐머런 윙크레보스 형제가 신청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SEC는 암호화폐의 '펌프앤덤프(Pump and dump schemes, 허위 정보를 흘려 자산 가격을 띄운 뒤 암호화폐를 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기)'를 거부 이유로 들었습니다. 

각국 정부의 규제책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지난 2017년 12월 중순까지 2000만원 선을 넘기며 승승장구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2월 6일 600만원 선까지 하락했습니다. 그해 11월까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던 비트코인은 12월 결국 360만원 선까지 내려앉으며 '시즌 1'의 종결을 알렸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한때 악재였던 각국 정부의 규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암호화폐의 제도권화'로 알려져 오히려 시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암호화폐 규제에 손을 놓고 있던 당시와 달리, 현재 미 정부는 새로운 암호화폐가 등장할 때마다 성격에 따라 다른 금융당국에 등록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처럼 '상품'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주식·채권·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만든 암호화폐라면 SEC에 등록하는 식입니다. 이처럼 암호화폐가 '양지'로 나오면서 지난 4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처음 나스닥에 상장해 제도권 진입의 신호탄을 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부터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새 법도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가상자산업법'을 최초 발의했죠. 게다가 이번 시장 하락의 촉매 역할을 한 중국 정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나선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2018년 급락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가장 큰 차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안정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센터장은 이번 하락과 관련해 "(이용자 중) 50%는 실제로 암호화폐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 나머지 50%는 수익률에 혹해 새로 진입한 사람들"이라며 "갑작스러운 중국 정부의 규제 발표로 이들의 투자 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돼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결제 못해"... 큰손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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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차 구매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한다고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난 2월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발표하며 비트코인으로 전기차 구매를 허용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사진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CEO를 겸하고 있는 머스크가 작년 3월 9일 워싱턴에서 열린 위성 콘퍼런스·전시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하지만 비트코인이 하루 만에 30% 가까이 떨어진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며칠 전부터 불안한 시장 상황을 조성해 온 것 또한 빠트릴 수 없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더는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환경 파괴'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석탄 등 수많은 화석 연료가 사용돼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머스크의 '배신'으로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순간적으로 15% 이상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공분에 휩싸였습니다. 머스크에 대한 반발심에 '스탑일론(STOPELON)'이라는 이름의 암호화폐도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유명인·기관의 말과 행동에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인 게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지난 2017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된 것도 대형 투자자, 일명 '큰손들'의 배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일례로 마이클 노보그라츠 암호화폐 전문 투자은행의 디지털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2018년 말까지 4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해오다 12월 돌연 "8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뒤늦게 그가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 비트코인을 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암호화폐 시장에서 시가총액 5위였던 '라이트코인(Litecoin)'의 제작자 찰리 리 역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갖고 있던 라이트코인 전량을 매도해 시장조작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평소 트위터를 통해 라이트코인의 인지도를 높여오다 갑작스럽게 전량을 매도했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2018년 1월 중순, 라이트코인 가격은 2017년 12월 말 대비 50% 이상 깎여나갔습니다. 머스크의 한 마디에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지금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비약적으로 큰 암호화폐 시장... 정부, 기관 할 것 없이 투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가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덩치가 커진 만큼 변동성도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17년 12월 5000억 달러를 돌파했던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1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약 3년 만에 두 배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커진 데는 기관 투자자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이나 중소벤처기업부, KDB산업은행 등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암호화폐 관련 상품에 502억 1500만원을 간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시장에도 관련 상품들은 쏟아지는 추세입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지난 2017년 "가상화폐는 사기"라며 "비트코인을 건드린 트레이더는 즉각 해고하라"라고 말했지만 2018년 입장을 바꿔 "그 말을 후회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JP모건은 올해 여름, 비트코인 ETF의 출시도 앞두고 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근무하기도 한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암호화폐의 가치가 이대로 폭락할지 아니면 오를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가 커졌다는 점에서 2017년도와 현 상황이 비슷하다고 볼 순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기존에는 주식 시장이 흔들리면 암호화폐 시장이 그 영향을 받는다는 시선이 많았는데, 최근엔 역발상을 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이 주식 시장을 흔들어놓을 만큼 파급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이 명확한 이유 없이도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지난 19일의 급락을 설명할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는 사실의 '재확인'에 불과했고 머스크의 발언 또한 이미 6일 전에 나온 철 지난 이슈였습니다.

데이비드 반센 반센그룹(Bahnsen Group)의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20일(현지 시간) 암호화폐 전문매체 디크립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암호화폐는 급등한 것과 같은 이유로 떨어지고 있다"며 "현실이나 가치, 펀더멘탈에 뿌리를 둔 투자가 아니라 투기 세력에 의해 암호화폐 시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즌2, 과연 끝났을까요?
#비트코인 #이더리움 #일론머스크 #암호화폐 #코인마켓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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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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