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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업체 영업비밀 경쟁사에 넘긴 배달대행 플랫폼

[제보 취재] 바로고, 마음대로 민감 정보 유출... 피해 업체, 본사 간부 고소

등록 2021.05.12 12:51수정 2021.05.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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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에 입점해 서울 성북구에서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해왔던 문지수씨는 지난 1월 경쟁사 소속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로부터 자신이 배달대행 계약을 맺고 있던 400여곳의 음식점 목록을 건네받았다. 그곳엔 음식점 이름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부터 문씨가 각 음식점으로부터 받고 있는 관리비 등 민감한 계약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 류승연


배달대행 업계 2위인 바로고 플랫폼에 입점해 서울 성북구에서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해왔던 문지수씨는 지난 1월 경쟁업체 소속 관계자로부터 사진 한 장을 받고 깜짝 놀랐다. 사진 속에는 자신이 배달대행 계약을 맺고 있던 400여 곳의 음식점 목록이 담겨 있었다. 음식점 상호와 점주의 이름뿐 아니라, 각 음식점으로부터 받는 관리비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민감한 계약 내용까지 그대로 적혀 있었다.

사진을 건넨 경쟁업체 관계자는 "바로고의 본사 간부 두 명이 나를 찾아와 '우리쪽으로 넘어오라'며 문씨의 제휴 가게 목록과 계약 내용을 보여줬다"며 "아무래도 상도에 어긋나는 것 같아 이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문씨에게 전했다. 

문씨는 지난 4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바로고가 클 수 있었던 건 소속 배달대행 업체 덕인데도 회사는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기는커녕 경쟁사 소속 업체를 자사로 끌어오기 위해 영업 정보를 팔아 넘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경쟁업체로 넘어간 핵심 영업 정보 

문씨에 따르면, 바로고 본사 간부가 유출한 음식점의 관리비나 배달료 등이 담긴 계약 내용은 배달대행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핵심 정보다. 기본적으로 배달대행 업체는 사전에 계약을 맺은 음식점에 소속 배달기사를 필요에 따라 배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만일 문씨와 음식점이 맺은 계약 정보를 알게 된 경쟁사가 각 음식점에 더 낮은 배송비를 제시하며 배달대행 업체를 바꾸라고 제안한다면, 문씨로서는 눈 뜨고 거래처를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문씨는 "음식점과 어떤 조건에 배송계약을 맺고 있는지는 절대 알려져선 안 되는 기밀"이라며 "(정보가 유출된 후) 나와 계약을 맺고 있던 음식점들이 '타사에서 낮은 관리비를 제안해왔는데 그만큼 낮춰주지 않으면 옮겨가겠다'고 이야기해 곤욕을 치렀다"고 호소했다.

문씨는 바로고 플랫품 운영과 관련해 몇 차례 본사와 갈등을 빚었는데 본사 측이 이에 대한 앙갚음 차원에서 자신의 영업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씨는 "평상시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본사와 몇 차례 마찰을 빚어왔다"며 "때문에 본사가 경쟁사 소속 배달대행 업체에 내 거래처를 빼앗게 하려고 이 같은 행각을 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는 자신의 영업 정보를 넘긴 2명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지난 3월 경찰에 고소했다. 

바로고 떠난 업체 영업 비밀 공유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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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 업계 2위인 바로고 소속 기사. ⓒ 연합뉴스


내부 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은 건 문씨 뿐만이 아니다. 서울 마포지역에서 지난해 10월까지 바로고에 입점해 있다가 다른 플랫폼으로 옮긴 정하연(익명)씨 역시 마찬가지다.

정씨가 떠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는 남아있던 지인을 통해 다른 배달대행 업체들이 자신의 계약 내용을 돌려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해당 지인은 '정씨의 계약 내용이 아니냐'며 이미지 한 장을 건넸는데 그 사진이 실제로 정씨가 관리해온 정보와 일치했다는 것.

정씨는 바로고 본사가 자신의 계약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대행 업체들의 계약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선 특정 권한이 필요한데, 그 권한을 본사만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내가 타사로 옮겨가자마자 바로고는 자사 배달대행 업체가 내 계약을 빼앗아오도록, 계약 정보를 내부에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내 가게를 죽이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자신의 계약 내용을 사업적인 용도로 활용해도 된다는 데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 그는 "바로고가 (나와 음식점이 맺은) 계약서를 가지고 있는 것은 계약서상에 잘못된 내용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며 "문제가 생긴 후 본사와 통화를 해보려 했지만 '확인해보고 연락주겠다'고 답한 이후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바로고 "사실관계 파악 중"

바로고 측은 이 같은 영업 정보 유출에 대해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바로고 관계자는 정씨 사건과 관련해 "기존 마포지역의 배달대행 업체와 새롭게 마포 지역에 진출하는 업체 사이에서 영업권 조율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자, 신규 업체가 기존 업체의 영업권을 침탈하는 일이 없도록 기존 업체의 영업권을 확인시켜주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파악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정씨가 회사를 떠난 후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바로고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던 당시 일어난 일"이라고 부연했다. 경쟁사로 넘어간 정씨와 계약을 맺고 있는 음식점들을 빼앗기 위해 정보를 유출한 게 아니라 단순히 영업권 조율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는 것이다.  

문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미흡한 점이 있다면 개선해나가겠다"고 해명했다.

문씨의 법률 대리인 측은 바로고의 행태가 부정경쟁방지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정영석 법무법인 화평 변호사는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음식점과의 계약 내용은 '자산'과 다름없다, 인수·합병 등의 거래가 있을 땐 돈을 주고 사고 팔기도 하는데 바로고 본사는 이번 사건을 고위 관계자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또 "정씨 사건의 경우 개별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정씨와 음식점 간 계약 내용을 돌려봤는데, 개별 음식점주들에게 동의받지 않은 이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온라인플랫폼들이 소속 업체나 고객 정보를 얼마나 원칙 없이 활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며 "정보의 수집과 활용 등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로고 #배달대행업체 #배달대행플랫폼 #배달앱 #배달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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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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