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코로나 팬데믹'은 가고 '플라스틱 팬데믹' 올 수 있다?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종료, '플라스틱 팬데믹' 현실화

등록 2021.05.03 15:57수정 2021.05.04 15:10
0
원고료로 응원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 인천시는 2025년까지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선언했다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아파트 쓰레기장에서는 분리수거 방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플라스틱에 음식물이 조금이라도 묻어있으면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버리라고 해 배달 용기를 깨끗하게 씻어 배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 용기는 물론 빨대 등 작은 플라스틱도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라는 안내문이 아파트 전체에 붙었다. 며칠 전 스티로폼도 일반 쓰레기로 묶어 버리라는 안내가 붙었다.

매립장, 곧 포화상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식 대신 배달 음식으로 식탁을 채웠다. 번화가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은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했다. 수치상으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 

폭증한 배달 서비스와 함께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합성수지 폐기물도 급증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세상을 생각해보라. 범국가적으로 플라스틱과 환경오염을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노력이 무산시키고 있다.

쓰레기를 처리할 곳도 없다. 인천광역시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2025년까지만 운영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섰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는 수도권 매립지 연장과 대체 매립지 공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 당장 대체 매립지를 공모해 건설해도 7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2025년까지 조성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대체 매립지 공모 기간에 단 한 곳의 지자체도 신청하지 않았다.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위생매립장 2-1단계 매립장 역시 2022년이 되면 포화 상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이 폭증하고 나주 SRF(고형폐기물 연료) 열병합 발전소가 가동 중지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2018년 1월부터 생활폐기물 전량을 땅에 묻고 있다.


폐플라스틱과의 전쟁이 일어난 것에는 방역을 목적으로 일회용품 남용하는 문제가 크다. 국가는 이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시대에 두 차례 선거를 치렀다.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올해 4월 서울시·부산시장 보궐 선거 당시 투표 현장에서 시민들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투표해야 했다.

도장 한 번 찍는 짧은 시간을 위해 투표소마다 사람들이 폐비닐장갑을 배출했다.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손 소독과 철저한 방역은 필요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폐비닐장갑을 보면서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뿌듯함보다 환경 파괴에 일조했다는 죄책감이 크게 다가왔다.

플라스틱 사용 최소화해야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많이 나오는 폐기물은 앞서 말한 배달 용기도, 택배 박스도, 비닐장갑도 아닌 마스크와 의료품이다. 마스크는 비말 차단과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나 마스크 필터 부분은 보통 3중 필터로 구성되고, 98% 이상이 자연 분해가 어려운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제작한다. 폴리프로필렌은 성형이 쉽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환경호르몬이 배출되지 않아 조리 기구에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일회용 마스크는 재활용할 수 없고 일반쓰레기로 분류해 매립·소각되고 있다.

코로나19를 예방·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료품에도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백신 주사에 사용되는 주사기와 의료기기 또한 멸균 환경을 위해 일회용만 사용 가능하며 플라스틱으로 제조한다.

매립지의 포화는 애당초 자원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폐기물의 자원순환은 발생 최소화-재사용·재활용-소각·에너지화-매립 순으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발생 최소화와 재사용·재활용이 충분히 이뤄져야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보다 매립하는 쓰레기의 양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쓰레기의 15~20%를 매립하고 있다. 유럽은 유기성·가연성 폐기물을 매립할 수 없도록 법제화시켰고, 독일은 전체 폐기물 중 1~2%만 직매립한다. 영국 버밍엄시는 2016년 시에서 자체적으로 2035년까지 배출량 제로를 선언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백신 물량 확보에도 차질이 있어 2021년 한 해 동안 백신 접종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백신을 접종해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해야 해서 마스크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확산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추측이 대다수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으로 코로나19의 종식까지 7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플라스틱 팬데믹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쓰레기 포화 상태는 사람이 만든 재난이다. 인간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물품들이 환경 파괴를 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재난은 5년, 10년 주기로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모든 플라스틱 사용을 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반드시 다음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각심을 가져야만 한다. 발생 최소화와 재사용·재활용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만 한다.
#수도권매립지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마스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