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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잡은 이랜드, '서울 더비'의 주인공 되다

[FA컵 3라운드] 서울 이랜드, FC서울에 1-0 승리 거두고 16강 진출

21.04.15 09:10최종업데이트21.04.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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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가 FC서울과의 '서울 더비' 에서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하고 16강에 진출했다.

이랜드는 14일 밤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FC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39분 터진 레안드로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의 승리를 거뒀다.

사상 첫 '서울 더비' 로 관심을 모은 두 팀의 경기에서 이랜드는 보란듯이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16강에 진출해 강원FC와 8강진출을 놓고 한 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전반 39분경 코너킥을 준비하는 이랜드의 곽성욱(흰색 유니폼 8번) ⓒ 노성빈 기자

 
레안드로의 결승골, 정정용 감독의 용병술이 만들어낸 승리

서울은 양한빈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황현수, 홍준호 ,이한범이 스리백을 형성했다. 김진야, 김진성, 오스마르, 신재원이 중원에, 나상호, 팔로세비치, 조영욱이 공격에 포진한 3-4-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랜드는 문정인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이인재, 김진환, 이상민이 스리백을 구축했다. 박성우, 곽성훈, 최재원, 고재현이 중원에, 바비오, 이건희, 한의권이 공격에 포진하는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주전급 선수 4명을 기용한 이랜드와 달리 7명을 투입한 서울이지만 전력의 우세를 살리지 못했다. 전방에서 볼을 소유해 줄 선수가 없자 소유권을 금방 잃었고 패스는 번번이 차단되거나 부정확해 공격의 맥을 끊었다. 이런 와중에 전반 10분에는 조영욱이 볼을 받으러 달려가다 미끄러져 부상을 당해 교체아웃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 이어졌다.

오히려 이랜드의 경기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콤팩트한 간격을 유지하며 공간을 내주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며 경기 흐름을 조율해 나갔다. 공격시엔 이건희가 전방에서 볼을 소유해주면서 유기적인 움직임이 나왔으며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역습도 날카로웠다.

슈팅뿐 아니라 위협적인 장면도 이랜드가 더 많았다. 전반 23분 역습상황에서 바비오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전반 40분에는 오른쪽에서 고재현이 올린 크로스를 이건희가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해 서울의 골문을 노리기도 했다. 여기서 서울 양한빈 골키퍼의 선방이 나오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후반시작과 함께 이랜드 정정용 감독은 베네가스 투입을 시작으로 후반 14분에는 레안드로를 투입해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자 서울 박진섭 감독도 후반 10분 김원균을 투입하면서 센터백 홍준호를 전방에 배치하는 전술변화로 맞대응 하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반 14분 홍준호(서울), 이건희(이랜드)의 슈팅이 양팀 골키퍼에게 막힌 것을 시작으로 19분엔 김진야(서울), 22분에는 박성우(이랜드)의 슛역시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기가 계속됐다. 그러자 정정용 감독은 후반 32분 김정환을 투입하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다.

그리고 후반 39분 마침내 0의 균형이 깨졌다. 김정환이 얻어낸 코너킥 기회에서 이랜드 곽성욱이 올린 볼을 김진환이 헤딩으로 내주자 이를 레안드로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이랜드가 1대0의 리드를 가져갔다. 후반전 들어 공격수들을 투입해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정정용 감독의 교체카드가 보기좋게 성공한 장면이었다.

불의의 실점을 허용한 서울은 홍준호의 높이를 이용한 포스트플레이로 동점을 노렸지만 이랜드는 페널티박스 안에 많은 수비숫자를 두면서 부정확한 패스를 유발함과 동시에 서울선수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후반 44분 홍준호의 헤더슛을 문정인 골키퍼가 막어내면서 승리를 지켜냈다.

'환골탈태' 이랜드, 밝은 미래 보여준 서울전

지난 1년 사이 이랜드는 정정용 감독의 지휘 하에 '환골탈태' 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지휘봉을 잡은 정 감독은 프로무대 감독경력이 전무하다는 우려를 딛고 '원 팀' 을 주입시키며 11승 6무 10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 시즌은 한 걸음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이랜드다. 6라운드까지 치러진 K리그 2에서 이랜드는 3승 2무 1패(승점 11점)의 성적을 기록해 4승 2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전 하나시티즌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12득점에 2실점을 기록해 최다득점과 최소실점 부분 모두 1위를 기록하는 점인데 이는 상당히 짜임새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겠다. 

이랜드는 창단 첫해인 2015년 승격에 실패한 뒤 잦은 감독교체속에 팀 색깔을 확실히 입히는 데 실패했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전력이 약화해 성적이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팀도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정용 감독 부임과 함께 패배의식을 버린 이랜드는 지난 시즌 걸음마를 떼기 시작해 올 시즌엔 비록 초반이지만 자신들만의 색깔을 확고히 다졌고, 이는 FC서울이란 대어를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전 승리는 단순히 '서울 더비'에서의 승리를 넘어 K리그 1 소속팀을 상대로 처음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랜드가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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