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농법'으로 심은 옥수수, 올해는 잘 자랄까?

등록 2021.04.15 08:26수정 2021.04.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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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밭 옥수수 모종을 심은 밭 ⓒ 정병진


가까운 선배네 밭 300평을 빌려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감나무와 매실나무가 심겨 있는 밭입니다.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아 잡풀이 우거져 있습니다. 매실은 그나마 여러 개 달렸지만 가지 전정이 필요해 보였고 감나무는 아직 크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거 같습니다.


밭을 비워 두기 아까워 감나무와 매실나무를 심어놨었나 봅니다. 오늘 오후 종묘상에 가서 흰 옥수수와 검정 옥수수 모종을 각 50개씩 100개를 샀습니다. 전에도 옥수수를 몇 차례 심어봤으나 옥수수 수확이 그리 많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종묘상 주인에게 "어찌해야 옥수수를 잘 키울 수 있느냐, 거름을 많이 하면 되는 거냐"라고 물었습니다. 주인은 "뭐든 많이 하면 안 좋다, 그냥 심어 놓고 너무 정성을 기울이지 마라. 그럼 잘 자란다" 그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내 어릴 적 부모님이 옥수수 키우실 때를 떠올려 봐도 옥수수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저 혼자서도 쑥쑥 잘 자라났습니다.

주로 밭 가장자리에 심곤 하였습니다. 옥수수에 거름을 따로 줬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실패를 한 터라 이번에는 옥수수 모종을 심은 뒤에 소똥 거름을 조금씩 뿌려 주었습니다. 그 거름에 힘입어 앞으로 잘 자랄지는 모르겠습니다.

밭의 흙 자체는 돌멩이들도 그다지 많지 않고 부드러워 보였습니다. 다만 풀들이 듬성듬성 나는 걸 볼 때에 거름기는 별로 없는 밭 같습니다. 앞으로 옥수수가 어느 정도 자라나면 옥수수 주변 풀들을 낫으로 베어 옥수수 둘레에 놓아 둘 계획입니다.

그렇게 풀들을 놓음으로써 일종의 멀칭 효과와 자연스레 거름 효과를 보려는 겁니다. 김매기 귀찮고 싫은 농부들이 검정 비닐 멀칭을 즐겨 사용합니다. 비닐 멀칭을 쓰면 편리하긴 하지만 가을이면 폐비닐이 밭에 널브러져 있고 땅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옥수수 밭 옥수수 모종을 옮겨 심은 밭. 잡초들이 자라나 있다. ⓒ 정병진

 
밭에 들어서는데 근처 사는 아저씨 한 분이 "밭은 어찌 갈려고 그러요?"라고 묻습니다. 경운기나 관리기 같은 기계도 없이 잡풀들이 높이 자라 있는 밭을 짓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니 마냥 신기하고 걱정스러웠나 봅니다.


"밭은 갈지는 않고 그냥 지으려 합니다." 그렇게 답했더니 좀 이해하기 힘드셨는지 쓴웃음만 지으십니다. 일명 '태평농법'으로 짓는 농사를 아직 잘 들어 보신 적 없으신가 봅니다. 

농사 지을 사람이 없어 수년 동안 내내 쉬었던 묵정밭에 이제 비로소 농작물이 들어섰습니다. 초보 농사꾼이 심은 옥수수라 얼마나 잘 자라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농사는 하늘, 해님, 땅, 바람, 비, 농부의 수고가 어우러져 농작물을 기르는 일이므로 농부인 내 몫은 하고 나머지는 자연의 손길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옥수수 #태평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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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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