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윤호중이냐 '가치' 박완주냐... 쇄신 키는 초재선에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양자대결, '친문-비문 없다'지만 뚜렷한 온도 차

등록 2021.04.12 19:04수정 2021.04.1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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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학영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왼쪽부터), 도종환 비대위원장, 김영진 비대위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딛고 '질서 있는 수습'을 고심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원내대표 선거 후보 등록을 신호탄으로 노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선거 구도가 '친문 핵심' 윤호중 대 '김근태계' 박완주의 대결로 정리되면서, 당 내 토론도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선거 패배 후 현재 민주당에는 '변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진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날 출사표를 던진 박완주 의원(3선, 충남 천안을)과 윤호중 의원(4선, 경기 구리), 두 사람의 문제의식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선 각자 가리키는 방향이 달랐다.

[윤호중] "우리는 개혁할 것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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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경선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회 소통관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윤호중 의원은 "이제는 반성과 개혁의 시간"이라는 출마의 변을 밝혔다. 다만 그는 "우리는 개혁할 것이고, 국민 앞에 더 낮게 다가갈 것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개혁 성과를 바탕으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의원은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이 독식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야당과 재협상하겠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2기 원내대표는 원 구성을 협상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과 또다시 지리한 줄다리기에 들어간다면, 개혁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답변이다. 다만 그는 "(추진과정이) 좀더 세심해야 하고, 국민들의 공감대 속에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개혁입법의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는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의원은 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친문 책임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지금까지 계파보다는 당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활동해온 사람"이라며 "이번 선거에 대해서 어느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당을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30의원들의 '조국 사태 반성'을 두고도 "개인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 당 내 다양한 의견을 잘 수렴해보겠다"고 했다.

[박완주] "잃어버린 민주당스러움... 무너진 정치 복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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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위해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곧이어 출마선언에 나선 박완주 의원은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변화와 혁신의 출발은 민주당의 가치를 회복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며 "지난 1년은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고, 민생도 개혁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고, 침묵과 방관의 태도로 보냈다"고 평가했다. 또 "내로남불은 민주당스러움을 결정적으로 잃게 했다"고 짚었다.

박 의원은 '민주당스러움' 회복 방안으로 "먼저 무너진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 시작은 상임위 배분을 비롯해 부의장 선출을 마무리 짓는 작업"이라며 "국민을 위해선 국회가 열띤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와 함께 시작된 '상임위 독식' 등으로 파탄난 여야 관계부터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다만 "야당도 더 이상 특정 상임위를 고집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며 법사위 양보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2030 의원들의 '조국 사태 반성'과 관련해선 "국회의원들의 소신 발언을 장려하고 보호해줘야 한다"며 "특히 초선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하는 것에는 지도부를 떠나 중진으로서 함께 대처하고 고민해야 할 때다. 그래야 당이 바뀐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소수의견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친문-비문 나누는 프레임 자체가 구태 정치이고 혁신의 대상"이라며 당 내 여론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성과 혁신 부르짖는 초·재선 의원들... 그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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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더민초) 고영인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2차모임 결정사항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후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친문-비문은 없다'고 하지만,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친문 핵심(윤호중)' 대 '김근태계(박완주)'의 경쟁 구도가 된 건 분명한 현실이다. 또 차기 원내대표는 5월 2일 전당대회 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쇄신을 위한 밑작업을 도맡아야 한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출사표는 그 자체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가 남아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선택이 쇄신의 향방을 가르게 됐다. 그리고 그 선택은 131명에 달하는 초·재선 의원에 달려 있는 형국이다. 반성과 혁신을 부르짖는 대열의 선두에는 지난 9일 입장문을 낸 초선 의원 81명이 있다. 12일에는 재선 의원 50명도 '동참하겠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간담회 후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우리와 생각이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것에 부족했고, 정치개혁과정 속에서 민생에 소홀했으며 과오를 인정하는 것에 정정당당하지 못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성찰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쇄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2030을 비롯한 초선의원들의 반성의 메시지에 적극 공감하며 함께 해나가겠다"며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강력한 하나의 목소리로 만들어가는데 재선그룹이 중심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더민초(가칭)'을 결성하기로 한 초선의원들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이날 초선의원들은 2차 회의를 열어 고영인 운영위원장과 권인숙, 양이원영, 오기형, 윤영덕, 이수진(비례), 이용우, 이원택, 이탄희, 장경태, 한준호 운영위원을 선출했다. '더민초'는 오는 14일에는 원내대표 후보들을 초청해 재보선 실패 분석과 대책 등을 주제로 토론회도 연다. 다만 이들은 최고위원 출마 문제 등 초선 의원들이 차기 지도부 구성 과정에 어떻게 참여할지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 #4.7재보선 #윤호중 #박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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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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