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읽는다'는 말 대신 '연주한다'고 하는 이유

때와 곳을 넘나드는 '날아다니는 평화 그림책 가방'

등록 2021.04.12 13:46수정 2021.04.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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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넘도록 이어지는 코로나19. 이제나 멈추려나 저제나 잦아들려나 하며 미룬 일을 한둘이 아닙니다. 이곳저곳에 열릴 꼬마평화도서관 개관도 오래 미뤘습니다. 그뿐인가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나라 곳곳에 있는 꼬마평화도서관에서 울려 나오던 평화 그림책 읽는 소리가 그친 지도 오래고요.

개인 일로 네 사람이 모이는 것까지는 괜찮다니 적어도 사람이 그만큼 모여 책 읽기를 할 수는 있었어요. 그러나 평화를 나누다가 코로나19에 걸리는 사람이 혹시 나올지 몰라 모임을 대부분 걸렀습니다.
 

구미 꼬마평화도서관 식구들 / 화엄탑사에 있는 꼬평에서 평화그림책과 어울리는 평화 살림꾼들 ⓒ 남진화

 
코로나가 언제 잦아들지 알 수 없는데 평화 나누기를 마냥 미룰 수 없었어요. 깊이 생각한 끝에 일 보러 나가면서 그림책 서너 권을 가방에 넣고 나섰습니다. 한 달에 다섯 차례 하던 팟캐스트 녹음을 줄여 두 차례, 유튜브 녹화 두 차례, 그밖에 빠뜨릴 수 없는 일 한두 가지 해서 드문드문한 발걸음 사이사이에 평화 풀씨 뿌리려고 가방 무게를 늘렸습니다.


팟캐스트 <경영공작소>에서 작은 회사 살림꾼이나 비영리동아리 살림꾼들과 나누는 말씀 사이에 살짝 그림책을 읽고, 유튜브 <법정 스님 눈길>에서 삶과 죽음을 들여다보는 사이사이 그림책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팟캐스트 녹음 스튜디오와 유튜브를 녹화하는 곳이 잠깐 꼬마평화도서관이 되고, 장독대나 잎이 파르라니 돋는 공원 벤치가 꼬마평화도서관으로 탈바꿈하기도 합니다.

사월 초에 이뤄진 평화 그림책 연주마당에서는 집과 식구는 틀에 박힌 한 모습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다고 넌지시 일러주는 <누가 진짜 엄마야?>와 빛은 좋고 어둠은 싫다고 받아들이는 틀을 허무는 <어둠을 금지한 임금님> 그리고 <마지막 나무>를 연주했습니다.

마지막 나무란 제목에서 뜻을 알아차리셨을 테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잘 살겠다면서 자연을 망가뜨린 틈바구니에서 가까스로 남은 나무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남은 그 나무가 첫 번째 나무가 되어 숲을 살리고 마침내 우리를 살릴 수 있다고 흔드는 그림책 연주는, 단순하지만 큰 울림을 줍니다.
  

마지막 나무 / 왼쪽은 유튜브 '아이고절런'를 만드는 유튜버 '강산', 오른쪽은 도서관할아버지 '늘보' / '법정 스님 눈길-일터를 명상하다 편' 유튜브 방송을 하는 사이라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 변택주

 
어째서 책 읽기를 연주라고 하느냐고요? 책을 눈으로 읽기보다 소리 내어 읊으면 마음에 와닿고 더 깊이 헤아릴 수 있다고 해요.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해서 끙끙대는 아이에게 문제를 소리 내어 읽어주기만 해도 놀랍게도 문제를 풀어낸다더라고요.

저도 어려워서 잘 헤아려지지 않는 책은 소리 내어 읽으면 '아하!' 하고 와닿을 때가 적지 않아요. 소리 내어 읽으면 온갖 힘살과 뼈들이 함께 받아들여 그렇다네요. 소리와 몸, 소리 내는 이와 듣는 이가 어우러지니 연주라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어요.

다음에는 학교에서 말을 더듬는 바람에 놀림을 받는 아이가 저를 강으로 데리고 간 아빠가 출렁이고 소용돌이치는 강물을 가리키면서 "너는 말을 더듬는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말하는 거란다" 하는 소리를 듣고 괴로움을 떨쳐내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와 가만가만 살살,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결 고운 그림책 <가만히 기울이면>을 연주하려고 합니다.


이제 줌(Zoom) 모임에서도 평화 그림책을 연주해보려고 해요. 모임에 따라서는 미국이나 일본, 중국이나 러시아에 사는 이들도 있거든요. 서재에 앉아서 줌으로 온누리에 사는 이들과 평화 그림책을 함께 새겨보렵니다. 잠깐 사이에 뚝딱 누리 곳곳으로 퍼지니 '날아다니는 평화 그림책 가방'이라고 해야 할 테지요?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면 꿈도 꾸지 않았을 세계 평화 살림 한마당이 펼쳐질 생각을 하니 설렙니다.

꼬마평화도서관장님들에게도 '날아다니는 평화 그림책 가방'을 펼쳐서 때와 곳을 넘나들며 평화 그림책을 연주하십사 하고 말씀드리면 지나친 바람이려나요?
덧붙이는 글 아이들이 보는 잡지 <개똥이네놀이터> 5월호 부록 어른이 함께 누리는 <개똥이네집>에도 실립니다.
#꼬마평화도서관 #날아다니는 평화그림책가방 #ZOOM #평화 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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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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