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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마라, 2030세대는 돌아선 게 아니다

여론조사와 각종 데이터로 분석한 '2022 대선지형' 통해 살펴본 4.7 보궐선거

등록 2021.04.12 17:22수정 2021.04.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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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보궐선거 결과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빠진 일부 민주당 측 사람들 말고는 대부분 야권의 승리를 예견했다지만 표차가 이렇게 클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보선 결과에 많은 함의가 담겨있고 여러 해석을 낳았지만 2030세대의 표심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방송3사의 서울시장 보선 출구조사 결과, 20대는 55.3%가 오세훈 후보를, 34.1%가 박영선 후보를 각각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고, 30대는 오세훈 56.5%, 박영선 38.7%로 나타났다. 박영선 후보의 득표만 따지면 전체 득표율 39.18%에도 미치지 못한다. 


2030세대의 투표결과에 대해 민주당 측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아마도 전통적으로 2030세대가 친민주당 성향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총선 때만 해도 그랬다. 방송3사의 21대 총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지역구투표에서 20대와 30대 유권자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각각 56% 대 32%, 61% 대 30%의 비율로 투표했다. 이번 4.7 서울시장 보선과 완벽하게 뒤집힌 결과다.
 

2022 대선지형 - 여론조사와 각종 데이터로 분석한, 김효태(지은이) ⓒ 새로운사람들

 
대체 2030세대는 왜 돌아섰을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정치 및 선거 컨설턴트로 많은 경험을 갖고 있고, 수권의 책을 낸 바 있는 김효태 작가는 한 달 전 출간한 <2022 대선 지형>에서 이렇게 답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보수와 진보의 잣대를 들이대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기성정치권 즉 꼰대들의 자의적 규정과 해석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목 받은 2030세대 표심

사실 투표결과를 받아들고 놀랐다는 것도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20대 남자들은 문정부에 대해 진작부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불공정 문제와 관련해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논란에서 촉발된 그들의 문제의식은 조국사태에서 증폭되었고, 연이은 집권세력의 내로남불에서 폭발했다. 다만 이것도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 본질은 아니다.

저자는 20대와 30대의 특성에 대한 본질적 탐구를 시도한다. 인구집단의 세대별 차이를 분석을 할 때 두 가지 개념을 사용한다. 하나는 연령효과와 코호트 효과다. 연령효과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는 효과를 말한다. 대개 젊어서는 상대적으로 이상적이고 진보적인데 나이를 먹으면 현실적이고 보수적으로 변한다. 코호트 효과는 특정한 역사적 경험을 거친 집단이 특정한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효과가 작용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종종 60년대에 나고, 80년대에 대학에 들어가 민주화운동의 세례를 받은 50대를 586세대라 부르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0대가 특별히 진보적이지 않다. 코호트 효과가 의심된다. 그러나 80년대 대학진학률이 20~30%에 불과해 50대 다수가 80년대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을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이며, 코호트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저자가 시도하는 세대 분석은 코호트 효과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먼저 20대 이른바 Z세대는 "사회적 현상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이념적 구분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마디로 중도성향의 실용주의 세대라는 뜻이다.

Z세대는 꼰대들과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SNS공간에서 소통한다. 기성세대가 보여주는 부조리와 비이성적인 관행을 단호히 거부한다. 개성.자율성.다양성을 중시하는 Z세대는 절대적 이념을 거부하며, 그들이 함께 "촛불을 들었던 것도 정치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식 때문"이다.

저자는 <세습 중산층 사회>의 저자 조귀동을 인용해 "국민의힘은 60대 건물주의 정당이고, 민주당은 50대 부장님의 정당"이며, "20대 남성은 보수화가 아니라 비당파화된 것"이라 해석한다. 20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멀리 있는 60대 건물주의 문제보다 부모-자식 관계로, 또는 직장 상사로 늘 부딪치는 50대 부장의 부조리와 기득권, 위선 등이 더 잘 보이고, 더 싫을 수 있다.

20대는 2016년 촛불과 2020년 총선에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력을 심판했듯이 이번에는 똑같이 부조리한데다가 불공정하기까지 한 민주당 세력을 심판한 것이다. 그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매우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었을 따름이다. 

실리와 안정을 추구하는 세대

80년대에 출생한 30대 이른바 Y세대는 이해찬 세대, 88만원 세대 등으로도 불린다. 저자는 이 표현에 "기본적으로 불안함과 불쌍함, 그리고 불만이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고, 대입과정에서 혼란을 겪었으며, 노동시장에 진출해도 월 88만원의 비정규직을 받아들여야 했다. 산업화세대에 속하는 보수적인 부모세대와 갈등을 겪었다는 점에서 보수친화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40대만큼 진보적이지도 않다.

저자는 Y세대가 한편으로는 학업에서 노동시장 진출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겪으면서 다른 어느 세대보다 (과정의) '공정'에 예민한 감각을 지니게 되었고, 정서적으로는 부모세대가 지지하는 보수정당에 마음을 주고 싶지 않으나, 다른 한편 일자리, 주거, 결혼 등 생활의 불안정과 불안함으로 인해 실리와 안정을 추구하는 세대가 되었다고 결론내린다.

Y세대는 그들 세대가 공유한 독특한 경험으로 인해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의 구분법으로 규정하기 힘든 세대, 보수와 진보사이에서 부유하는 세대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분석을 받아들인다면 30대가 내로남불이 특징이고 부동산 폭등을 막지 못해 자신들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 문재인 정부를 심판한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유권자 지형을 분석할 때 오랫동안 사용된 표현 가운데 하나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숫적으로 우위여서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용이하다는 주장이다.

스윙보터가 된 2030세대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의 데이터를 추적해 정치판의 오랜 관념에 도전한다. <2022년 대선 지형>이라는 제목 앞에 붙은 '여론조사와 각종 데이터로 분석한'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의 미덕은 많은 조사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

2030세대만이 아니라 40대를 포함한 전 세대의 특성을 조망하고, 전체 유권자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세대와 보수적인 세대 비중의 변화 추이를 추적해 유권자 지형이 보수 우위에서 진보 우위로 역전되었음을 밝힌다. 다만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 및 대선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승리를 이어간 것은 세대별 투표율의 차이, 민주당의 전략부재 등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함의가 담겨있다. 첫째는 유권자 지형의 우열이 곧 선거 승리를 보장할 정도로 고착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는 2030세대가 결코 보수친화적이지는 않으나 매우 충성도 높은 진보성향의 40대와는 달리 중도실용 지향의 스윙보터(swing voter)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넓게 퍼져 있을 때에는 40대가 매우 중요한 스윙보터로 간주되었다. 40대를 분기점으로 그 이하와 그 이상의 세대가 숫적으로 팽팽했고, 40대가 선거때 마다 보수와 진보를 40대의 선택이 전체 유권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결과를 낳았다. 크게 보아 진보 보수의 유권자 지형이 역전되기는 했지만 동시에 2030세대가 스윙보터의 성격을 띠면서 이제는 그들이 전체 선거를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제 대선이 채 일 년도 남지 않았다. <2022 대선지형>은 한편으로는 전체 유권자 지형의 변화를 알려주지만 다른 한편 4.7 보선의 결과가 대선 결과를 좌우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려준다. 대선을 더 깊이 관찰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2022 대선지형 - 여론조사와 각종 데이터로 분석한

김효태 (지은이),
새로운사람들, 2021


#2022대선 #김효태 #2030 #586 #코호트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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