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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엄마의 연애 바라는 아들... 이 배우가 성장한 과정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니콜라스 홀트의 뽀시래기 시절 <어바웃 어 보이>

21.04.10 12:50최종업데이트21.04.1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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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그래서 29세, 39세, 49세 같이 뒷자리가 9인 나이의 사람들은 그 해를 '아홉수'라 부르며 작은 일을 할 때도 괜히 더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20세를 앞둔 19세의 마음은 조금 다르다. 학창시절이 끝난다는 서글픔보다는 어름의 삶이 시작된다는 설렘이 더욱 큰 나이다. 실제로 스무 살이 되면 술집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고 부모님 눈치 안 보고 극장이나 가정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봐도 된다.

그렇다고 스무 살이 된다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도덕 교과서에서 지겹도록 들었던 말처럼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학생 때는 친구와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을 한다 해도 선생님에게 혼나거나 심해도 부모님을 모셔 오는 선에서 해결이 됐지만 성인이 되면 피해자와 합의를 보거나 최악의 경우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그래서 어른들의 싸움에서는 '먼저 맞는 쪽이 승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자라온 환경에 따라, 혹은 직·간접적인 경험의 종류에 따라 철이 드는 시기가 저마다 각각 다르다. 하지만 나라에서는 그런 개인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누구나 스무 살이 되면 강제적으로 '성인'이라는 굴레를 씌워 버린다. 휴 그랜트와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부모의 유산으로 편안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미혼남이 애늙은이 같은 소년을 만나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어바웃 어 보이>는 영국 최고의 로맨스 가이 휴 그랜트의 멜로 영화가 아닌 성장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다. ⓒ UIP 코리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정변의 아이콘' 니콜라스 홀트

드류 베리모어와 에드워드 펄롱, 맥컬리 컬킨, 린제이 로한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대중들을 사로 잡았던 아역 배우들이 이런 저런 이유들로 추락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드류 베리모어처럼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경우도 있고 아예 재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막장의 수렁에 빠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국 출신의 배우 니콜라스 홀트는 큰 방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팬들이 바라는 대로 고맙게 자라준 '정변의 아이콘'이다.

6세의 나이에 <친밀한 관계>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홀트는 이후 5~6년 동안 TV에서 활약하다가 2002년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영화 <어바웃 어 보이>를 만났다(그 전에는 <해리포터>의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홀트가 연기한 <어바웃 어 보이>의 마커스는 지금의 훈남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시니컬한 말투로 이웃집 아저씨를 괴롭히는 '괴짜 소년'이었다.

촬영기간 내내 영국의 대표배우 휴 그랜트에게 맨투맨으로 연기지도를 받은 홀트는 마커스 역을 야무지게 소화했고 <어바웃 어 보이>는 세계적으로 1억3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어바웃 어 보이>로 인지도를 대폭 끌어 올린 홀트는 2007년 드라마 <스킨스>에서 바람둥이 소년 토니를 연기하며 단숨에 하이틴스타로 떠올랐다(홀트는 <스킨스>를 통해 국내에서도 누나 팬들에게 독보적인 지지를 얻었다).

2010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타이탄>을 통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의 메이저 시장에 뛰어든 홀트는 2011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행크 맥코이(비스트)를 연기했다. <엑스맨: 퍼스트클래스>를 찍을 즈음 190cm의 훈남으로 훌쩍 자란 홀트는 <잭 더 자이언트킬러>, <웜 바디스>에 연이어 출연하며 신예스타로서 확실히 입지를 굳혔다(게다가 <엑스맨>에서 미스틱을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와 4년 간 연애도 했다).

홀트는 매우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엑스맨> 시리즈의 야수, <웜 바디스>의 좀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신인류 눅스 등 망가짐을 마다하지 않는 연기 투혼으로 관객들에게 상당히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홀트는 <엑스맨> 시리즈 같은 스케일이 큰 영화들 외에도 2017년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샌드 캐슬>에도 출연해 헨리 카빌, 루크 에반스 등과 열연을 펼쳤다. 

'찌질남' 휴 그랜트, 왕따 소년 만나 성장하다
 

니콜라스 홀트(오른쪽)는 촬영 기간 동안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인 휴 그랜트(왼쪽)에게 연기 개인지도를 받았다. ⓒ UIP 코리아

 
30대 후반의 독신남 윌(휴 그랜트 분)은 부모가 쓴 히트곡의 저작권료로 편하게 살아가는 백수다(평생 먹고 살 걱정 없는 진정한 금수저). 조카의 대부가 돼 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난 이 아이가 자라 18세가 되면 술을 먹이고 덮칠 지도 몰라"라고 말할 정도로 가정을 꾸리거나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느끼지 못한다. 다만 세상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윌 역시 아리따운 여성과의 만남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란다.

윌은 자신의 위치와 가치관에서 가장 부담 없이 사귈 수 있는 여성은 '아이를 가진 독신 엄마'라고 판단하고 신분을 속인 채 독신 부모 모임에 참가한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마커스(니콜라스 홀트 분)와 엄마 피오나(토니 콜렛 분)를 만난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와 사는 마커스는 아빠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 대상으로 윌을 낙점한다. 그리고 끈질긴 미행과 조사 끝에 윌이 실제로는 아내도 아이도 없는 '독신남'인 것을 알게 된다.

마커스는 윌의 약점을 잡고 집요하게 윌에게 찾아와 엄마와 데이트할 것을 강요한다. 그렇게 윌과 마커스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윌은 마커스가 학교에서 '왕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윌은 마커스에게 신발을 사주며 위로하지만 이는 오히려 엄마 피오나의 오해를 불렀다. 결국 윌과 피오나는 식당에서 심한 말싸움을 벌이는데 영리한 마커스는 '코와붕가'를 외치며 싸움을 멈추게 한다('코와붕가'는 닌자 거북이가 출동할 때 외치는 구호다).

타고난 효자인 마커스는 다시 우울증에 빠진 엄마를 위해 학교 축제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한다. 마커스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무대에 올라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지만 학우들의 비웃음만 산다. 친구들의 야유로 마커스가 공연을 망치고 있을 때 윌이 무대로 올라 마커스와 듀엣공연을 펼쳤고 엄마 피오나는 마커스에게 다시는 자살을 생각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그렇게 윌과 마커스는 나이를 초월한 좋은 친구 사이가 됐다.

<어바웃 어 보이>를 공동 연출한 크리스 웨이츠와 폴 웨이츠는 형제 감독으로 1998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개미>의 각본을 쓰며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다만 코헨 형제나 워쇼스키 자매, 페럴리 형제처럼 공동 연출을 하기보다는 리들리 스콧과 고 토니 스콧 감독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형제 감독이다. 크리스 웨이츠 감독은 <트와일라잇>의 두 번째 이야기 <뉴문>을 연출했고 폴 웨이츠 감독은 <아메리칸 파이>의 감독으로 유명하다.

휴 그랜트가 첫 눈에 반한 독신 엄마, 레이첼 와이즈
 

레이첼 와이즈(왼쪽)의 남편은 바로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다. ⓒ UIP 코리아

 
<어바웃 어 보이>의 주인공 윌이 가진 여성관은 조금 다르다. 윌은 이해심 많고 사랑을 즐길 줄 알며 이별마저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멋지고 섹시하고 근사한' 독신 엄마를 좋아한다. 윌은 독신부모 모임에서 만난 '모든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는' 수지(빅토리아 스머핏 분)를 유혹하려 했지만 중간에 끼어든 피오나와 마커스 모자 때문에 수지와의 '썸'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커스가 연상의 엘리(나탈리아 테나 분)에게 반할 즈음 윌도 재치 있고 매력적인 레이첼(레이첼 와이즈 분)을 알게 됐다. 마커스는 당초 윌을 엄마와 이어주려 했지만 두 사람이 친구가 되면서 마커스는 윌에게 솔직한 고백을 하라는 충고를 해준다. 그리고 윌은 마커스의 말대로 레이첼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고 그것이 적중해 윌과 레이첼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자신의 실제 이름과 같은 레이첼 역을 맡은 레이첼 와이즈는 영화 <미이라>에서 이모텝을 깨우는 민폐 여주인공 에블린 카나한을 연기하며 주목 받았다. 비록 <어바웃 어 보이>에서는 비중이 다소 작았지만 주인공휴 그랜트와 맺어지는 역할이었다. <콘스탄틴>과 <러블리 본즈>, <본 레거시> 등에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더욱 익숙해진 레이첼 와이즈는 마블의 새 영화 <블랙위도우>에서 빌런 중 한 명인 멜리나 보스토코프를 연기했다.

마커스가 짝사랑하는 반항적인 연상녀 엘리 역의 나탈리아 테나는 2007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님파도라 통스 역으로 투입돼 <혼혈왕자>, <죽음의 성물 1, 2부>까지 연속으로 출연했다(역시 시리즈로 연결되는 드라마와 영화는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테나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야만족 여성 오샤를 연기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어바웃 어 보이 휴 그랜트 니콜라스 홀트 레이텔 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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