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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더이상 기득권과 타협할 생각 마라

[주장] 재보궐선거 참패, 철저한 부동산 개혁만이 살 길

등록 2021.04.08 15:54수정 2021.04.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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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등 지도부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재보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하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4.7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부동산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 선거 결과의 원인을 부동산 계층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세입자 서민들이 정부 여당에 실망해 국민의힘에 투표했거나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집값 폭등'과 '전월세 폭등' 때문이었다.

세입자 서민들의 입장에서 '전월세 폭등'은 밤잠을 이룰 수 없도록 피눈물 나는 현실이다. 그리고 '집값 폭등'은 셋방살이의 탈출구인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뭉개고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할 마음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분노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좌절하게 만드는 악몽 같은 현실이다.

반면 자기 집을 가진 자가 소유자들과 자기 집을 세놓은 주택 임대자들은 집값 폭등과 전월세 폭등으로 가만히 앉아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막대한 집값 상승이라는 미실현 이익을 봤다. 문제는 이들의 다수가 선거에서는 자기들에게 이런 '로또'를 당첨시켜 준 정부 여당을 찍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이유는 부동산 기득권층의 이익을 수호해 온 국민의힘이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여당보다 더 큰 이득을 장차 안겨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당이 바라봐야 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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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따라서 여당이 앞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정책의 목표를 명확하게 집값 하향 안정화와 전월세 하향 안정화에 두고, 부동산 보유세 대폭 강화 정책과 강력한 세입자 보호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로써 세입자 서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고 또한 자가 소유자들 가운데 그 자녀들이 세입자로 살고 있는 서민들의 지지를 회복하며 부동산 문제의 개혁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기득권층과 타협해 개혁 완화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정부 여당의 참패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바로 부동산 개혁 완화책의 폐단 때문이었다.

지난 노무현 정권의 몰락 원인도 회심의 8.31 부동산 대책을 마련할 때 부동산 기득권층의 반발을 두려워해 개혁 완화책을 내놓은 데 있었다. 그 결과 부동산 투기를 막지 못했고 부동산 가격은 계속 폭등했으며 이에 많은 국민이 실망함으로써 결국 다음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가고 만 것이다.

이는 앞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도 해당된다. 그는 올해 초에 종래의 부동산 개혁 입장에서 후퇴한 기본소득안을 내놓았다. 개혁 완화책은 부동산 소유자들의 지지를 확보하여 대통령에 당선되고자 하는 그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제대로 된 부동산 문제의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표를 잃음으로써 낙선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그럼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실시한 부동산 개혁 완화책의 폐단은 무엇이었는가? 첫째는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너무나 미미하게 올린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를 가령 미국처럼 실효세율 1~3% 대로 대폭 강화했더라면, 그에 연동하여 양도소득세를 인하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한편 양도소득세 부담도 경감되므로 많은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을 것이다. 그에 따라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었을 것이다.


둘째는 세입자 보호 정책을 집주인의 입맛에 맞게 빠져나갈 구멍들을 만들어 실제로는 무력화시켜버린 것이다. 2020년 7월, 국회는 여당 주도로 계약 기간 2년에 전월세인상률 상한 5%, 계약갱신청구권 단 1회 부여, 그것도 예외 조항으로 집주인의 실거주시 예외, 신규 계약자 제외를 핵심 내용으로 한 미미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진짜 개혁은 하지 않고 개혁의 시늉만 내고 말았다.

그 결과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오직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그 후에는 집주인의 일방적인 전월세 인상을 방어할 수 없게 됐다. 이마저도 집주인들은 전월세인상률상한제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신규 세입자를 맞이하려는 심산으로 겉으로는 자신들이 실거주를 하려 한다고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제대로 된 정책은 기존 계약자뿐만 아니라 신규 계약자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가 그 주택에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할 경우 그 세입자에게 계약 갱신 청구권을 최소 5회 보장함으로써, 최소 12년 동안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독일의 세입자 평균 거주 기간은 13년인데 비해, 우리는 현재 4년에 불과하다.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잦은 이사는 세입자 서민에게 큰 고통이다. 한국도 독일처럼 세입자 평균 거주 기간이 최소 12년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리고 '전세 보증금이나 반전세 보증금을 비롯한 주택임차보증금의 월세 전환이율', 곧 '전월세 전환률'의 상한을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 1.0%포인트를 더한 수준의 이율로 제한하는 전월세전환률상한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예컨대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연 0.5%이므로 여기에 연 1.0%포인트를 더한 연 1.5%가 전월세 전환률의 상한이 된다.

내가 전월세 전환률의 상한을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 1.0%포인트를 더한 수준의 이율로 제안하는 이유는, 수신금리가 일반은행에 비해 높은 상호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의 수신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약 1.0%포인트 더 크기 때문이다.

곧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을 이 금융기관들에 예금하고 받을 수 있는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약 1.0%포인트 더 크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률의 상한이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1.0%포인트를 더한 수준의 이율로 제한되는 법적 조건 하에서,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상기한 금융기관들에 예금하고 받게 되는 이자 소득과,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여 신규 월세 세입자로부터 받게 되는 월세 소득이 서로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집주인은 보통 이 금융기관들이 개별 월세 세입자에 비해 더 안정적인 소득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므로, 집주인은 신규 월세 세입자로부터 향후 혹시라도 월세를 받지 못하게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컨대 전월세 전환률의 상한을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 1.0%포인트를 더한 수준의 이율로 정할 경우,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주택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얻게 되는) 월세 소득과 (전세금을 그대로 금융기관에 예금하고 얻게 되는) 이자 소득의 차액을 노리고 자행하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전월세 전환률의 상한을 규정하여 실시하면 전세나 반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때 월세가 터무니없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20년 7월, 여당은 개혁의 시늉만 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하면서, 전월세 전환률의 상한을 기존의 연 4.0%에 그대로 둔 채 이를 인하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세 주택의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주택 전세 물량의 품귀 현상이 발생하여 전세 가격이 폭등하고 말았다.

뒤늦게 정부는 전세 품귀에 따른 전세 가격 폭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9월, 전월세 전환률의 상한을 기존의 연 4.0%에서 연 2.5%로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전세 가격 폭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만약 2020년 7월 당시에 정부여당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동시에 전월세 전환률의 상한을 연 1.5%(한국은행 기준금리 0.5%+1.0%포인트)로 대폭 인하하는 조치를 동반했더라면, 전세 가격 폭등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득권과 타협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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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요컨대 여당이 앞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부동산 기득권층과 타협하여 개혁 완화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또한 정책의 목표를 명확하게 집값 하향 안정화와 전월세 하향 안정화에 두고, 부동산 보유세 대폭 강화 정책과 강력한 세입자 보호 정책을 실시하는 데 있다. 그렇게 하면 비록 지금은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하여 이탈하였으나 부동산 문제의 개혁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이런 권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에게 부동산 개혁을 아예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나온 길을 보면 앞으로 갈 길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철저하게 부동산 기득권층의 편에 서 온 정당이다. 기대할 환경이 아니다. 
#4.7 #부동산 #세입자 #전월세상한제 #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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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이며 기독교학 박사이다. 주거권기독연대 공동대표이며, 희년사회 연구위원이다. 희년 교회, 희년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다. 토지 정의와 주거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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