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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수술 방어' 유상범에게 수천 만 원 준 나는 바보였다

[의료소송 5년, 끝까지 간다] 죽은 동생 학비 들여 선임한 변호사의 과거

등록 2021.04.13 07:12수정 2021.04.1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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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대희가 의료사고로 죽고 서울중앙지검 성아무개 검사가 사건을 뭉개고 있던 2019년, 저희가 선임한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형사 고소의 경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기도 하지만, 검사가 가해자인 병원 측에 서있다는 느낌에 어쩔 수 없이 선임한 변호사였죠.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와 창원지검 검사장을 지낸 소위 '거물급' 전관이었습니다. 

대학교 선후배들에게 수소문해 검찰 출신으로 힘이 있다는 분을 소개받아 계약금만 수천만 원을 들여 선임했습니다. 그 돈은 대학교 3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떠난 대희의 학비였습니다.

그런데 변한 건 없었습니다. 사건은 반년이나 진행되지 않았고, 끝내 어그러지고 말았습니다. 이전 기사에서 수차례 썼듯,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무면허의료행위 혐의가 검찰에서는 빠지게 됩니다. 저희는 이 변호사가 사건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최선을 다했겠거니' 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비싼 수업료였죠.

의료사고 유족들은 한 번은 의사와 병원에게, 다음은 검찰과 변호사에게 된통 당한다고 하지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이 변호사의 이름을 다시 접하게 된 건 21대 총선이었습니다. 이 변호사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바로, 국민의힘 유상범 국회의원(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군)입니다. 

'유령 수술 방어' 자문한 변호사 누군지 봤더니
 

MBC 뉴스데스크에서 유상범 의원이 해명하고 있다 ⓒ MBC

 
최근 뉴스채널을 돌리다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유 변호사가 수임한 또 다른 사건 얘기를 접했습니다. 유령수술 관련이었죠. 2014년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사건들과 2016년 권대희 사건 이후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던 유령수술이 또 한 번 뉴스에 나왔는데, 이 사건을 당시 변호사 활동을 하던 유상범 의원이 담당한 것이었죠. (관련 기사 : 변호사 자문은 변호가 아니다? 유상범 의원의 황당한 궤변 http://omn.kr/1skqs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기도 파주시의 한 병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병원은 관절과 척추 등을 주로 보는 병원이었죠. 


그런데 2018년 두 명의 환자가 연달아 죽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들이 받은 수술은 어깨관절 수술 등으로 사망에 이를 이유가 전혀 없었죠. 어깨관절 수술로 사망에 이른 환자 아들은 사건 당시 "힘줄에 석회 같은 게 껴서 그것만 빼면 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이 사건은 주변 증언이 이어지며 유령수술 논란으로 불거지게 됩니다. 병원 전직 직원들이 이 병원이 자주 할인행사를 하고, 디스크 등 수술을 적극 권했으며,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의사처럼 수술실에 들어갔다는 증언들을 내놓은 거지요.

특히 이 사건이 불거진 시기는 저희 어머니가 수술실CCTV 법제화를 처음 공론화했던 때로, 사회적 파장도 적지 않았습니다. 몇 달 앞선 2018년 5월에도 부산시 영도구 한 정형외과의원에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유령수술을 하다 환자가 뇌사에 빠진 의혹이 일어나 반짝 관심을 받기도 했었죠.

당시 어머니께선 이런 여러 사건을 묶어 국회 앞에서 유령수술 근절을 위한 집회에 나서기도 하셨습니다.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이토록 황당한 죽음만이라도 막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국회는 유족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사건 맡기 불과 5개월 전 그는

당시 사고가 일어난 파주의 한 병원에서 실제 수술을 해 환자를 사망케 한 의사는 의사자격이 없는 가짜였다고 하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유상범 변호사는 묻습니다.

"그게 이제 드러나면 그때부터는 감당을 못하는 상황이야. 누가 여기서 지금 수술한 거로 돼 있는 거야?"

수술한 의사가 답합니다. "제가 수술을 했는데, A원장님이 수술한 걸로 돼 있다"고요. 그러자 유 변호사가 말합니다. "A(원장)이 나서서 막아주면 가능해. 그냥 '(수술)했습니다. 했는데 나도 모르겠습니다'라고 가면 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라고요. 황당한 조언이죠. 진실을 은폐하고, 수사에 혼선을 주는 발언입니다. 

변호사는 이어 "A 원장이 감당을 했을 때 선임이 가능한 거지. 내가 선임을 해가지고 내가 끌고는 가. 그리고 무혐의까지 오케이. 내가 예상한 흐름으로 갈 거야. 십중팔구"라며 "그에 대한 상환 페이백이 있어야지. A 원장이 버티라고 하는 거를 누가 하냐는 거예요. 김 원장님, 그거 김 원장님이 해주셔야 돼"라고도 말했지요.

이에 대해  유상범 의원은  MBC뉴스데스크에 이렇게 반론을 합니다.

"변호사가 변론을 하는 과정에서 실체를 숨기고 변론을 했다 그러면 책임을 지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나는 변론 자체를 안 했다는 말이에요. 그럼 아무 관여를 안 한 거잖아요."

당시 상황에 대해 자문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불법적인 내용을 자문한 것입니다. 돈만 주면 악당도 변호하는 게 변호사라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요. 

유 변호사가 저희 사건을 맡기 불과 5개월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유령수술 가해자들에게 유령수술을 은폐하는 방법을 자문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반대로 유령수술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인 저희에게 비싼 수임료를 받은 것이죠.

그랬던 그가 지금 환자보호 3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변호사법에서는 변호사의 사명을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와 당선까지 되었습니다. 그냥 국회의원도 아닙니다. 유상범 의원은 국민의힘 인권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수술실에서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수술을 받으리라 믿었던 이들이 자격도 없는 이들의 칼에 목숨을 잃는 사건을 두고 거짓말을 하라고 자문한 변호사가 대체 누구의 어떤 인권을 지킨다는 겁니까.

그는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이기도 합니다. 환자보호 3법 중 그나마 반대가 적었던 법,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 규제를 강화하자는 그 법을 가로막은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이지요. 대체 국민의 표를 받아 들어간 국회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겁니까.

유 의원은 아직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너무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너무나도 원통합니다.

부디 환자보호 3법(수술실CCTV 법제화 법안, 의사면허 규제 강화 법안, 행정처분 의료인 공개 법안)이 국회에서 하루 속히 통과돼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동생 대희를 잃고 변호사에게 속은 줄도 몰랐던,
어리석은 형 권태훈 올림.
#유상범의원 #범인은닉 #유령수술 #권대희사건 #변호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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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의와 약자의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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