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학생자치지원조례, 학생권리와 교육감·교장 책무 명시해야"

[인터뷰] 이병구 양심과인권-나무 사무처장... "조례제정 환영, 하지만 보완 필요"

등록 2021.03.30 16:07수정 2021.03.30 16:07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5일 '대전광역시교육청 학생 자치 활동 지원 조례(이하 학생자치지원조례)'가 대전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제정됐다. 그러나 반드시 조례에 명시되어야 할 학생의 권리와 교육감·학교장 등의 책무가 빠져있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성칠(더불어민주당·중구1)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학생자치지원조례는 학생 자치활동에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규정해 놓음으로써 학생들이 민주시민의 자질과 태도를 함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주요 내용은 ▲학생 자치활동 지원을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시행할 것 ▲학생 자치활동 지원을 위한 교육감과 학교장의 책무와 지원 기본원칙 규정 ▲학생 자치활동 지원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대전광역시교육청 학생자치활동지원위원회'를 둘 것 등으로 되어 있다.

학생자치지원조례는 서울과 부산, 충남 등 전국 3개 교육청에서 제정·시행하고 있으며, 이번 대전시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전국 4번째로 학생자치지원조례가 시행되게 됐다.

이러한 학생자치지원조례 제정에 대해 대전지역 청소년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제정'이 무산된 대전지역에서 학생들의 자치와 참여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조례가 제정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학생들의 권리와 교육감·교장·학교운영위원회 등의 책무를 이번 조례에 명시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고 안타깝다는 입장이며, 추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생자치지원조례에 학생들에게 자치에 관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학생자치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학생 및 교육감, 학교장의 역할에 대하여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조례를 읽는 것만으로도 학교구성원들 모두의 역할을 분명하게 드러나 그 자체로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마이뉴스>는 30일 이병구 양심과인권-나무 사무처장(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학생자치지원조례 제정의 의미와 추후 보완되어야 할 점에 대해서 들어 봤다.   

이병구 양심과인권-나무 사무처장(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이병구

 
이 사무처장은 우선 '학생자치지원조례 제정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는 "스쿨미투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친구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을 옆에서 목격하면서도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자치와 참여의 경험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교복 입은 시민으로서 자기권리를 충분히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경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축적되어야 한다"며 "그런 활동은 자치활동을 통해서 많이 충당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자치지원조례가 제정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다만, 이번 조례에 꼭 담겨져야 할 내용이 빠져있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생자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교 경영자의 태도와 관점이 중요하다. 경영자에 의해서 학생자치가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 청소년단체들은 조례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 학교장을 비롯한 교육감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책무를 정확하게 명시하자고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러나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일 열린 '대전광역시교육청 학생 자치활동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가 제시한 의견서에 따르면, 학생자치지원조례에 학생자치활동 보장을 위한 교육감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학생 자치활동 지원을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시행 ▲학생의 자치활동 기회 제공 ▲학생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할 경우 학생의회를 통하여 학생 의견 청취 ▲학생 자치활동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 ▲학생자치기구 운영에 필요한 공간, 비용 제공 등이다.

또한 학교장의 책무로는 ▲학생자치활동조직의 자율적 구성·운영 등 자치활동 보장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학생대표와의 면담 등을 통하여 정기적으로 학생 의견 청취 ▲청취된 의견 수렴결과 공개 등을 명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장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업성적, 실효된 징계를 받은 사실 등을 이유로 학생자치활동조직의 구성원 자격을 제한해서는 안 되고 ▲학교 규정 제·개정에 대한 심의절차에 학생자치조직의 의견 제출권을 보장해야 하며, 참여를 보장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회 대표 참석해 의견을 제출할 권리와 참관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며, 학생회 대표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고, ▲학생자치조직의 요구가 있거나 학교 규정의 제·개정안에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때에는 반드시 전체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학내 공청회를 거쳐 그 결과를 반영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생의 권리는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학생회에서 함께 일할 임원을 선출할 권리 ▲학생총회, 대의원회의 등 각종 회의를 소집하고 개최할 수 있는 권리 ▲학부모부담경비, 학교생활, 학생복지 등에 관련한 정보를 제공받고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권리 ▲학생자치활동과 관련된 예산 및 결산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권리 ▲다른 학교 학생회나 학생단체들과 연합하여 정보와 경험을 교류하고 활동내용을 협의할 권리 등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학생자치활동조직의 대표는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에 의해 선출 ▲학칙 등 학교 규정의 제·개정에 참여할 권리 ▲학교운영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권리 ▲학교운영위원회 참석, 의견제출, 참관 권리 ▲학생자치활동에 필요한 예산과 공간, 비품을 제공받을 권리 ▲학생자치활동조직이 주관하는 행사를 자율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권리 ▲학생자치활동조직 운영 및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받을 권리 ▲학교축제, 체육대회, 학예회 등의 기획·운영·평가에 참여할 권리 등이다. 
 

지난 4일 대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생자치활동 지원을 위한 정책간담회' 장면. ⓒ 대전시의회

 
이러한 내용에 대해 이 사무처장은 "일부에서는 학교운영에 학생자치회가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의 학교장의 재량은 너무 무한대다. 현재의 학교 규칙만으로도 학교장이 마음만 먹으면 학생자치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학생자치지원조례에 세세한 내용까지 명시하자고 의견을 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일부 학교 규칙을 보면, 교내외 모든 학생들의 모임을 학교장 승인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학생회에서는 학교운영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없다고 해 놓았다. 또 학생회에서 의결된 사항을 학교장의 승인을 받도록 해 놓았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자기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겠느냐, 자치라는 말은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무처장은 대전교육청이 지난 2018년 9월 11일 교육3주체 회의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전교육청은 그 해 12월까지 300개의 학교의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학생생활규정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반인권적 규정이 살아있는 상황에서는 학생자치가 실현되기 어렵다. 신속하게 그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예산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대전교육청이 올 해 학생자치 활성화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겨우 2750만 원 뿐이다. 이렇게 적은 푼돈을 쥐어 주고 학생자치 활성화를 하라고 생색만 내는 게 대전교육청"이라며 "과연 교육감에게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설동호 교육감은 즉각 학생자치활동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추경을 통해서라도 대폭 늘려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끝으로 "이처럼 많은 아쉬움이 남는 학생자치지원조례 제정이었지만, 학생자치의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조례개정을 통해 부족한 부분들이 보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학생자치지원조례 #이병구 #대전시의회 #대전교육청 #조성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