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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시의원, 알고보니 그린벨트 대지주

김종민 고양시의원 보유 토지 창릉신도시 수용 대상... 이해충돌방지 위반 논란 불가피

등록 2021.03.26 07:38수정 2021.03.2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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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시의원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고양시 도내동의 토지,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고, 진입문은 닫혀있었다. ⓒ 신상호


"고양시는 그린벨트를 논하지 않고서는, 큰 틀에서 경제활성화를 논할 수가 없습니다." (2018년 8월 29일)

김종민 고양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기 고양시의 그린벨트 땅을 소유한 대지주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경기 고양시 도내동 토지 5689㎡를 법원 경매에서 8억여원에 낙찰 받았다. 낙찰을 받을 당시 인근 고양 원흥지구가 막 첫삽을 떼던 시기였다. 지목이 '밭'인 이 땅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김 의원은 시의회 의정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그린벨트 해제 필요성을 집중 거론했다. 지난 2018년 8월 29일 열린 고양시의회 상임위(건설교통위)에서 그는 고양시 담당자들에게 "그린벨트 해제 없이는 경제활성화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린벨트 대책위원장을 하다가 이 자리에 선 김종민이기 때문에"라며 자신이 고양시그린벨트해제대책위원회 위원장임을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그린벨트 땅 낙찰 받은 시의원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

다음날(2018년 8월 30일) 열린 상임위에서도 그는 그린벨트 문제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다른 지자체들이 그린벨트 해제 총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고양시는 어떤 대안을 갖고 있나"라고 물었고, 고양시 담당 국장은 "충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그린벨트 해제 총량 확보를 거듭 당부했다.

"다른 시군들도 혈안이 돼서 서로서로 물량 확보를 위해서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고 그래요. 고양시도 그래야 앞으로 균형발전도 이룰 수 있고 하니까 거기에 신경 좀 많이 써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김 의원은 시의회가 열릴 때면 그린벨트 문제를 두고 고양시 공무원들을 닦달했다. 지난 2018년 9월 열린 시의회 상임위에서는 그린벨트 보조금 확대 문제를 거론했다. 그린벨트가 지정된 뒤 들어온 거주민들에 대해서도 생활비 보조금 지원을 검토하라는 요구였다. 김 의원 역시 그린벨트로 지정된 토지를 구입했다.


"초기에 그린벨트 지정되기 전의 주민을 상대로 생활보조금이 나간다고 했는데 그러면 그 이후에 들어오신 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방향이 뭐 없습니까? 새롭게 법을 만들어서."

고양시 담당 국장이 "대상자를 확대할 방법은 없다"고 난색을 표하자 그는 "1970년 전에 거주한 사람(그린벨트 지정 전)으로 한정하는 것은 사실상 해주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보라"고 요구했다. 2019년 2월에는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고양시 국장에게 "자연보호, 환경보호 이쪽으로 성향이 있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김 의원의 이런 의정활동은 전형적인 이해충돌방지 원칙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는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위반하고 의원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현행 법령상 처벌할 근거는 없기 때문에, 결국 고양시의회 윤리위원회가 열려서 해당 의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지보상 차액만 최소 4억 이상, 분양권도 확보 가능

김 의원은 지난 2019년 5월 창릉신도시 계획에 대해서도 적극 찬성했다. 그가 가진 도내동 그린벨트 토지 역시 창릉신도시 내 수용 대상이었다. 김 의원은 창릉신도시 조성을 찬성하는 주민대책위원회 집회에도 참석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고양시의회의 창릉신도시 자족도시 촉구 결의안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토지 보상을 현금으로만 받는다고 해도 김 의원은 상당한 이득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이 땅을 사기 위해 들인 돈은 8억여원. 그런데 지난해 공시지가만 해도 이 땅의 가격은 12억원이 넘는다. 신도시 토지의 보상가격 책정 기준이 '공시지가+α'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4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1000㎡ 이상 토지 소유주에게 주는 아파트 특별분양권이나 현금 대신 신도시 토지를 보상하는 대토보상도 노려볼 수 있다.

김 의원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양시 신도시 예정지 일대 농지는 대부분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고, 그린벨트로 지정된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는 있다. 하지만 농사를 짓기 위해 샀다면 굳이 그린벨트 해제 위원장을 맡고 시의회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이유가 없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샀다기보다는 땅을 사두고 개발을 노린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며 "정말 순수하게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면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그렇게까지 관심을 둘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지난 24일 철제 펜스로 삼엄하게 둘러쳐진 김 의원 소유 토지로 찾아가 봤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진입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 철제 펜스 내에는 토지수용시 보상금을 후하게 받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가 있었고, 소나무들이 여기저기 식재돼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여러 차례 김 의원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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